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천식관리 현황에 대한 데이터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 지역에서 천식의 관리, 증상조절 정도, 의료기관 이용 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한국, 중국, 홍콩, 대만,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의 지역에서 천식환자 가정을 직접 방문해 관리실태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총 10만8360 곳의 가정 가운데 의사로부터 천식을 진단받은 3207명에 대한 최종 조사가 이뤄졌다.

설문결과 전체 응답자 중 지난 4주간 주간증상이 발현되는 경우는 51.4%, 천식증상으로 인한 수면 중 각성은 44.3%에 달했다. 지난 12개월 동안 천식으로 인한 입원, 병원 응급실 방문, 응급진료 등을 경험한 경우는 전체의 43.6%였다. 전체 응답자 중 15.3%가 천식치료를 위해 입원한 것으로 보고됐다. 성인 환자가 천식으로 인해 결근하는 경우는 26%, 소아 환자가 학교에 결석하는 비율은 26.5%였다.

천식의 중증도는 입원 또는 응급실 방문 횟수와 연관성을 보였다. 특히 중증 지속성 천식을 앓고 있는 환자들조차도 천식이 잘 또는 완전히 조절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34.3%에 달했다. 설문 당시 흡입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는 13.6%에 불과했고, 절반 이상인 56.3%가 속효성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아·태지역 천식환자 조절 제대로 안돼
ICS 처방률 너무 낮아…조사 국가 중 한국‘꼴찌’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북미나 유럽에 비해 천식의 유병률은 높지만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노력이 바로 지난 2000년 진행된 AIRIAP 연구다.

천식증상 경험
한국(401명)을 비롯한 아·태 지역 8개국의 천식환자들(3207명)을 대상으로 방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당수의 환자들이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상태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1.4%의 환자들이 최근 1개월 동안 주간에 기침, 천명, 숨가쁨 등 대표적인 천식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답했다.

같은 기간 천식증상으로 인해 수면 중 깨는 경우는 절반에 가까운 44.3%에 달했다. 최근 1년 사이 운동 유발성 천식을 경험한 사례도 33.1% 정도로 많았다. 특히 최근 1년 동안 천식으로 인해 입원, 응급실 방문, 응급진료 등을 경험한 환자들이 43.6%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져 심각성을 더했다.

일상생활에 영향
천식환자들은 이같은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여러 가지 제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응답자의 52.7%가 천식으로 인해 운동과 여가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답했다. 44.7%는 일상적인 신체활동이 힘들 정도로 천식증상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인 환자가 천식으로 인해 결근하는 경우는 26%, 소아 환자가 결석하는 비율은 36.5%로 상당수의 환자들이 사회생활의 제약을 받는 것으로 보고됐다.

천식치료 제대로 안 이뤄져
이상 살펴 본 천식의 증상과 이로 인한 폐해는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천식환자들이 치료약물에 대해 잘 모르고 있거나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고, 이는 낮은 흡입형 스테로이드제(ICS) 치료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8개국 응답자 가운데 ICS의 사용률은 13.6%에 그쳤다. 이 가운데 대만이 26.3%로 가장 높았으며, 한국은 1.2%로 ICS의 사용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증상완화제의 사용률은 56.3%로 절반 이상이 천식의 치료에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처럼 ICS의 사용률이 낮은 것은 치료약물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12.9% 만이 ICS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며, 17.5% 만이 천식에 있어 염증조절의 역할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또한 많은 천식환자들이 약물 부작용에 대한 우려, 장기치료에 대한 부담, 즉각적인 효과가 없는 점 등으로 인해 약물치료에 대한 의사의 지도를 따르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다.

6년 뒤 실시한 ‘AIRIAP 2’연구에서도 마찬가지
이렇게 열악한 천식관리 실태는 6년 뒤 실시된 AIRIAP 2 연구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2000년 결과와 비교하기 위해 총 12개국의 아·태 지역 국가 환자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어느 정도의 개선이 있었지만 전반적인 상황은 아직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2000년과 2006년의 결과를 비교하면, 천식 주간증상의 발현은 51%에서 58%로 더 늘었다. 수면 중 고통으로 인한 각성 역시 44%에서 52%로 증가했다. ICS의 사용률은 2000년 13%에서 2006년 16%로 다소 상승했으나, 한국은 1%에서 6%로 조사국 중 여전히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2006년 GINA 가이드라인의 개정에 따라 조절정도를 평가한 결과 천식증상이 잘 조절된 환자들은 2%에 불과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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