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년 동안 많은 항당뇨병제들이 고혈당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돼 왔지만, 한국인 제2형당뇨병 환자들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경구 혈당강하제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입증된 바 없었다.

한국인 환자 349명을 대상으로 글리메피라이드, 메트포르민, 로시글리타존의 1차치료 효과를 비교·평가하기 위해 48주간의 이중맹검·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기저시점부터 종료 시점까지의 당화혈색소(A1C) 변화를 1차 종료점으로 평가했다. 공복혈당(FPG) 변화, 체중, 부작용 빈도, 혈당 목표치 도달률 등도 2차 종료점으로 검증이 이뤄졌다.

A1C의 변화는 글리메피라이드군이 7.8%에서 6.9%(P＜0.001), 메트포르민군이 7.9%에서 7.0%(P＜0.001), 로시글리타존군이 7.8%에서 7.0%(P＜0.001)로 감소해 모두 기저시점에 비해 유의한 혈당조절 효과를 나타냈다. 연구기간 동안 글리메피라이드와 로시글리타존군에서는 체중이 유의하게 증가한 반면, 메트포르민군은 감소했다. 증상성 저혈당증은 글리메피라이드군에서, 설사는 메트포르민군에서 보다 자주 발생했다.

■ 한국인 당뇨병 환자 1차약물 근거 마련
“글리메피라이드 vs 메트포르민 vs 로시글리타존 모두 효과”
“인슐린 분비부족·인슐린 저항성 모두 고려돼야”

한국인 당뇨병 환자에서 인슐린 분비능 향상 약물, 그리고 인슐린 기능 개선 약물 모두가 1차선택제로 적합하다는 연구결과가를 토대로 우리나라 당뇨병 치료전략에 새로운 전환점이 제시되고 있다.

한국 의료진이 한국인 당뇨병 환자들에게 흔하게 사용되는 약제들의 효과를 비교·검증한 것으로, 인슐린 분비능 개선 약물이 강조되던 기존의 흐름에 인슐린 저항성을 타깃으로 하는 약물의 역할 또한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비비만형 당뇨병 환자의 초기치료에 대한 근거가 부족했던 메트포르민이 타 약제와 비교해 동등한 유효성을 보여 향후 한국형 당뇨병 치료전략 논의에 변화가 예상된다.

Diabetes & Metabolism Journal 2011;35:26-33에 발표된 PEAM 연구에 따르면, 비비만형과 비만형 당뇨병 환자가 절반씩 포함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글리메피라이드, 메트포르민, 로시글리타존의 혈당조절 효과를 비교한 결과 3가지 약제 모두 유의한 혈당조절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를 주도한 가톨릭의대 윤건호 교수(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는 “메트포르민이 비비만형 환자에서도 다른 약제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는 점을 비롯해, 체중감소 및 낮은 약가의 이점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인 환자에서도 1차선택제로 적합하다”고 밝혔다.

한국인 유병특성과 주요 전략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당뇨병 환자들은 전통적으로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이 감소돼 있는 경우가 많아, 치료전략 역시 인슐린 분비능을 개선시키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인슐린 기능을 향상시키는 메트포르민이 서양인에서 주 전략으로 선택되는 것과 달리, 대표적인 인슐린 분비능 개선 기전의 설포닐우레아계에 대한 기대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편 우리나라 환자들은 전통적으로 비비만형 당뇨병이 서양과 비교해 월등히 많은데다, 최근에는 비만형 당뇨병까지 급증하면서 폭발적인 유병률 증가를 겪고 있다.

근본적으로 인슐린 분비능이 떨어지는 유전적 요인에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식생활습관의 서구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비만이나 인슐린 저항성의 초기공략에도 췌장의 베타세포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제2형당뇨병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때문에 한국인의 당뇨병을 치료할 때는 인슐린 분비능 저하와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위험인자를 모두 고려해 선택적인 치료전략을 짜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비비만형 당뇨병 환자에서는 인슐린 분비능 개선에 역점을 둬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를 직접 자극하는 설포닐우레아계를, 비만형이나 대사이상을 동반한 환자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메트포르민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리메피라이드 vs 메트포르민 vs 로시글리타존
PEAM 연구는 이 같은 당뇨병 유병특성을 고려해 한국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국 연구진이 진행한 최초의 다기관·이중맹검·무작위 임상연구다.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들에게 어떤 약제가 초기선택으로 적합한지를 비교·검증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연구는 국내 15개 대학병원에서 진행, 경구 혈당강하제 투여 경력이 없는 당뇨병 환자들에게 1년간(2007~2008년) 3가지 계열의 혈당강하제를 무작위 배정해 치료·관찰했다. 만 30세 이상 65세 미만으로 당화혈색소(A1C)가 6.5%를 초과하고 9.5% 이하인 신규 제2형당뇨병 환자들에게 글리메피라이드(118명), 메트포르민(114명), 로시글리타존(117명)을 각각 투여했다. 유효성은 혈당조절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연구시작과 종료시점의 A1C 변화를, 안전성은 체중변화와 저혈당의 빈도를 평가했다.

연구종료 시점에서 A1C는 글리메피라이드(-0.89 ± 0.76%), 메트포르민(-0.92 ± 0.96%), 로시글리타존(-0.82 ± 0.79%) 그룹 모두에서 유의한 감소효과를 나타냈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글리메피라이드군이 체중은 +1.40 ± 4.35kg 증가했고 저혈당증은 19.5%로 타 약제에 비해 높은 빈도를 보였다.

메트포르민은 1년간 투여 후 환자들에서 -0.95 ± 2.24kg의 체중감소가 관찰됐고, 설사 빈도는 8.77%로 여타 약제와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로시글리타존군에서는 +2.16 ± 9.56kg의 체중증가가 있었으나, 간기능 수치 가운데 ALT 농도가 연구시작 시점과 비교해 유의하게 감소했다.

조기 병용요법 필요성 부각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혈당강하 약물치료의 조기 병용요법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는 관찰결과가 수면 위로 부각됐다. 3가지 약제의 단일요법 모두 1단계 용량증가에서 최대효과의 90% 이상이 달성된 것. 약물치료 시 첫 용량증가 이후의 추가효과는 미흡하다는 기존의 연구결과들이 한국인 당뇨병 환자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이는 또한 단일요법으로 혈당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단계를 걸쳐 최대용량까지 가기보다는 하프도즈까지만 용량을 증가시키고 여타 약물을 추가하는 병용요법으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형 가이드라인 근거 될 것”
윤건호 교수는 “전반적으로 기존 글로벌 임상연구에서 제시된 결과들이 한국인 환자에서도 확인됐다”며 “1차선택제로서 메트포르민이 한국인 환자에게도 효과적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에 주목할 만하다”고 의미를 밝혔다.
또 “이번 연구결과가 학회 내 진료지침위원회에서 앞으로 개정할 가이드라인에 한국인 당뇨병 약물치료 임상연구의 첫 근거로 삽입될 것”이라고 역할을 전했다.

향후 가이드라인에서 “약물선택과 관련해 1차약제로서 메트포르민의 타당성을 지지하고, 신속한 병용요법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근거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형 당뇨병의 약물치료에 대한 수 많은 질문에 첫 답을 제시한 것”이라며 “1차선택제의 유효성을 검증한 만큼, 이를 토대로 향후 병용약물과 신규 혈당강하제의 효과, 여타 약제의 1차선택 가능성 등에 대한 한국형 당뇨병 임상연구가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