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치가 정상 범위이고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이 높지 않지만,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다. LDL-C를 더 낮춰서, 노화 과정에 동반되는 죽상경화증의 진행을 사전에 차단해 궁극적으로는 심혈관질환을 미연에 예방하기 위함이다. LDL-C 조절에 있어 ‘the lower, the better’의 개념은 생물학적 근거를 통해 충분히 지지받고 있다.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적극적인 이상지질혈증 치료전략이 요구된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의 김효수 교수는 심혈관질환 예방에 있어 지질조절의 역할과, 이를 위한 약물치료의 효과를 신봉하는 의사라고 자신을 지칭한다. 정상인 수준이지만 보다 적극적인 지질조절을 위해 스타틴을 즐겨(?) 먹는다고 서슴 없이 이야기 한다. LDL-C 조절과 관련해 ‘the lower, the better’의 개념을 강력히 지지하는 것은 풍부한 의학적 지식과 함께 다년 간의 임상경험에서 배어나오는 믿음과 자신감 때문이다.

김효수 교수에게 있어 이상지질혈증은 기저 혈관질환에서 심혈관사건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의 출발점이다. 즉 이상지질혈증은 죽상경화증을 야기해서 심장·뇌혈관질환으로 악화시키는 위험인자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콜레스테롤 조절을 통해서 심장·뇌혈관질환 사망률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뇨병과 만성 신부전에 의한 사망률까지 줄일 수 있기에 이상지질혈증 조절은 매우 중요하다.

김효수 교수는 임상현장의 의사들에게 무엇보다 조기에 적극적이고 포괄적으로 지질조절에 임해줄 것을 강조한다. 지금은 정상이라도 앞으로 있을 심혈관질환 위험에 대비해 지질을 더 낮게 끌어 내려야 하며, LDL-C와 함께 높은 중성지방(TG)과 낮은 HDL 콜레스테롤(HDL-C)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전략을 짜야 한다는 설명이다. 진료현장을 탐방을 통해 김효수 교수의 이상지질혈증 진료 프로토콜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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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지질혈증,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혈관질환은 현대 성인병의 종착역이다. 혈관질환이 여러 가지 성인병의 위험인자들을 수렴해 결국은 심장·뇌혈관질환으로 표출되고, 이로 인해 장애나 사망이 발생한다. 보다 광범위하게 보면, 혈관은 장기의 모든 부위에 분포하기 때문에 혈관질환을 제대로 예방하면 여러 장기가 건강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혈관질환의 위험인자 중에서 회피할 수 없으며 중요한 것이 바로 노화 과정이다.

따라서 혈관질환의 예방·치료 전략은 항노화(anti aging) 치료와 일맥상통한다. 혈관질환은 심장·뇌혈관질환과 말초혈관질환 외에도 신장, 망막, 폐 등 각 장기에 산소공급을 저하시켜 만성 성인질환을 유발한다. 치매에도 혈관성 치매가 있다. 뇌로 가는 모세혈관에 경화증이 생기면 결국 저산소증으로 뇌세포가 손상되는 기전이다. 대혈관이든 모세혈관이든 혈관질환을 예방해 심장, 뇌, 신장 등 인체 장기가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중요한 위험인자 중 하나가 바로 이상지질혈증이다.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고혈당, 흡연, 유전적 배경, 노화 등으로 인해 혈관이 녹슬고 딱딱해지고 기름이 끼게 된다. 혈관질환의 정도는 나이가 들수록 악화되기 마련이다. 노화나 유전적 배경은 교정이 불가능한 인자들이다. 교정 가능한 위험인자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교정이 불가능한 나머지 인자들의 위험 부담을 최소화시켜 종착역으로 가는 길을 막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상지질혈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이상지질혈증 치료목적은 광범위한 측면에서 혈관질환을 막는 것이다.

- 이상지질혈증에 특히 적극적인 관리가 주문되는 이유는?
고혈압과 달리 콜레스테롤 수치는 일상생활에서 가늠할 수가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지질이상이 있는지를 모르며 살아간다. 고혈압은 진료실을 비롯해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다. 반면 이상지질혈증은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를 통해 확인을 해야 알 수 있다. 특히 이상지질혈증은 증세가 전혀 없는데, 기저 혈관질환을 거쳐 심혈관질환 등으로 표출되기 전까지는 그 존재를 알 길이 없다. 환자들이 방치되기 쉽기 때문에 적극적인 검진과 진단검사가 필요하다. 죽상경화증이 이상지질혈증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혈관질환은 죽상경화증과 동맥경화증으로 크게 나뉜다. 죽상경화증은 죽상종으로 인해 혈관 내경이 좁아지는 것이다. 혈류에 제한을 가하기 때문에 심장근육 말단에 문제를 일으켜 심근경색증을 유발하고, 뇌조직 말단에 영향을 미쳐 뇌졸중이나 혈관성 치매를 일으킨다. 반면 동맥경화증은 혈류에 관여한다기 보다는, 혈관을 딱딱하게 굳게 만들어 맥압(pulse pressure)을 올린다. 이러한 압력 과부하로 인해 심장비대나 심부전 등의 유발에 기여한다.

최근 뇌졸중의 병태를 보면 뇌출혈은 거의 없다. 혈압 치료가 잘 이뤄지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반면 죽상경화증에 의한 혈류장애로 발생하는 뇌경색이나 심근경색증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죽상경화증의 주된 원인이 이상지질혈증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콜레스테롤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 이상지질혈증 관리를 통한 심혈관질환 예방, 어디까지 기대할 수 있나?
아직까지 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반면, 심혈관질환은 의외로 쉽게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LDL-C를 50~60mg/dL 정도로 유지하면 웬만해서는 죽상경화증에 의한 심혈관질환이 발생하지 않는다. 스타틴 계열과 같은 약물치료로 이것이 가능하다. 현재 질병으로 인한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암이 1위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혈관질환 사망률이 1위다. 즉 심장·뇌혈관질환, 당뇨병, 만성 신부전 등의 만성질환 사망은 대부분 혈관질환에 의한 것이기에 이들을 모두 합하면 모든 암종으로 인한 사망률보다 높다. 이 모든 질환들을 콜레스테롤 조절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지질혈증 치료는 남아도 아주 많이 남는 장사라고 할 수 있다.

- 직접 진료하는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의 양상은 어떠한가?
죽상경화증으로 인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이 발생해 찾아 온 경우가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이러한 환자들은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이 필요해 시행하는데, 콜레스테롤이 높은 상태로 방치된 결과 관상동맥질환이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에게는 적극적인 약물치료를 적용한다. 나머지 절반은 죽상경화증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아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지질이상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내원하는 경우다. 대부분 아직은 증세가 없는데다 죽상경화증이 심하지 않아서 모르고 있다가, 건강검진(신체검사)을 통해 높은 콜레스테롤 병태가 드러난 사례로 예방 차원에서 관리를 시작한다.

- 후자의 경우에는 어떠한 치료전략을 적용하나?
전자에 비해 LDL-C 목표치를 느슨하게 잡을 수 있다. 위험인자가 없다면 160mg/dL 미만으로, 2개 이상이면 130mg/dL 미만, 죽상경화증 등 표적장기 손상이 있는 환자라면 100mg/dL 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이 최근 가이드라인의 추세다. 본인은 환자 개개인의 임상적·생물학적 특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가이드라인보다 30mg/dL 정도 더 낮춰 조절한다. 가이드라인은 사회적 비용부담과 예방효과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해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다. 생물학적 기준으로 보면, 가이드라인의 권고안은 다소 완화돼 있는 양상이다. 궁극적인 심혈관질환 예방이라는 목표를 두고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LDL-C 조절은 ‘the lower, the better’가 맞다는 생각이다. 아직 증세도 병도 없는 상태이지만, 위험인자가 있고 이미 죽상종이 경증으로 있는 사람의 LDL-C 수치가 100mg/dL이라고 하자. 지질 측면에서는 정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런 환자들을 LDL-C 70mg/dL 대로 조절해 주면 향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대폭 줄어들 것이다.

- 사회적 비용증가가 부담되지는 않나?
아직 질환이 명확히 확립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약을 쓴다는 것이 사회 전체로서는 비용부담이 증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본인이 사회적 부담을 증가시키는 의사에 속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지질을 조절함으로써 앞으로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다면, 향후 국민보건 차원에서 오히려 남는 장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상지질혈증 관리의 근본적인 목적은 심혈관질환의 예방이다. 비용효과를 분석해 보면,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예방을 이뤄내는 것이 훨씬 유익한 전략이다.

- 조기 적극적 치료의 경제성(비용효과) 논리를 본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나?
본인은 지질이 정상이고 심혈관질환 위험인자가 거의 없는 상태다. 가이드라인에 의거하면 LDL-C 130mg/dL 미만으로 조절하면 된다. 투약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95~100mg/dL 대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서너 번은 지질조절 약물을 복용한다.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거의 모든 약들을 복용하는 경험을 지속하고 있다. 바이토린, 크레스토, 리피토, 아토르바스타틴 제네릭, 리바로, 메바로친 등 다양한 지질약물을 먹고 있다. 이렇게 하면 LDL-C를 60mg/dL 정도로 유지할 수 있다. 나 자신을 통해 테스트를 한다기 보다는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심혈관질환을 사전에 예방하자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아직 약물과 관련한 부작용은 경험한 바 없다.

그러면 얼마까지 낮춰야 할까? 심혈관질환 1·2차예방을 구현한 무수한 대규모 임상연구들의 LDL-C 수치와 심혈관사건의 상관관계 그래프 선을 보면, 심혈관사건 빈도가 제로 포인트에 이르는 곳이 LDL-C 50mg/dL 선이다. 즉, LDL-C가 50mg/dL 대로 유지되면 콜레스테롤 때문에 죽상경화증이 생기고 노화 과정에서 혈관질환이 악화되는 경우는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선사시대 원시인이 이런 상태였을 것이다. 생물학적으로는 LDL-C가 낮을 수록 좋다는 것이 입증돼 있기 때문에 정상인이라 하더라도 향후를 대비해 적극적으로 낮게 조절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스타틴과 당뇨병, 암 위험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발암 가능성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스타틴 때문에 당뇨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슈도 있는데, 모든 환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대사증후군 환자와 같이 고혈압이나 복부비만 등의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들, 즉 당뇨병 소인이 있는 환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인데, 그 위험도가 경미하다. 정상인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 이러한 측면들을 고려해 안전성을 누리면서 콜레스테롤을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다.

- 아직 임상근거가 부족한 것 아닌가?
LDL-C 조절의 ‘the lower, the better’ 개념은 현재 생물학적 근거는 있지만,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지지된 근거는 없다. 최근 전가의 보도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인데, 이는 인체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의 임상연구에서 과학적 통계기법을 통해 유의성이 검증된 치료법을 임상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근거중심의학도 지지한다. 하지만 모든 약물이 임상연구 근거를 구축할 수 없는 현실적인 사정도 있다. 견고한 생물학적 근거가 있다면 임상근거가 없다고 해서 이를 무용하다고 도외시할 수는 없다. 임상근거를 구축하기 힘든 경우에는 의사의 생물학적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의술(state of the art)을 적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 최근 지질이상의 개념이 구성인자를 모두 포괄하는 종합적인 병태로 변화하고 있는데, 이를 임상에 적용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TG가 높으면 HDL-C가 낮아지고 small dense LDL이 증가한다. LDL-C 수치가 같다 해도 TG가 높으면 나쁜 LDL이 많아지기 때문에, 예후가 불량하다. 때문에 이상지질혈증 환자를 진료할 때 LDL-C·TG·HDL 콜레스테롤(HDL-C)을 같이 보고, TG가 높으면 스타틴에 더해 피브레이트를 병용한다. 피브레이트의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들을 세밀히 들여다 보면, 고TG·저HDL-C의 특정 그룹에서 일관되게 피브레이트가 심혈관사건 위험을 35% 정도 감소시킨다. 생물학적 기전으로 설명하면, TG가 높으면 small dense LDL이 누적되기 때문에 TG를 낮춰야 LDL의 성질을 좋은 쪽으로 바꿀 수 있다. TG의 조절시 HDL-C와 small dense LDL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이점이다.

HDL-C의 경우는 수치가 높은 사람에서 심혈관질환 빈도가 낮다는 역학 데이터는 있으나, 실제로 낮은 HDL-C 수치를 높였을 때 궁극적으로 심혈관사건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결론이 도출되지 않고 있다. 역학 데이터를 보면, HDL-C가 높은 군에서 심혈관사건 빈도가 낮다. 그렇지만 45mg/dL 이상의 사람들에게서는 더 높다고 해도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유의하게 낮아지지는 않는다. 만약 이러한 역학자료가 사실이라면, 특정 환자에서 HDL-C 50mg/dL인 상태에서 100mg/dL으로 올려 보았자 심혈관사건을 대폭 줄이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30mg/dL에서 60mg/dL으로 올리는 경우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임상에 적용하는 데 있어 문제는 정부나 심평원의 보험급여 기준에 대한 애매모호한 태도다. 임상현장에서는 총콜레스테롤에 이어 LDL-C, TG, HDL-C까지 적용을 확대하고 있는데 반해 심평원의 보험급여 평가는 아직도 총콜레스테롤만을 기준으로 하는 구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이상지질혈증 관리에 있어 생활요법도 상당히 중요한데, 약물치료와 어떻게 균형을 맞추나?
개인적으로 체형이 비만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식이요법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약물치료 효과가 워낙 좋기 때문에 먹고 싶은 음식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하면서 약물요법을 병행한다. 식이에 있어 모든 음식을 가리지 말고 적게 골고루 먹도록 지도한다. 식이요법을 철저히 해서 약물치료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적절하게 맛있는 식사를 즐기면서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환자의 삶의 질 측면에서는 보다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철저한 식이요법을 강요해서 환자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진료는 삼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