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은 우리 몸에 변화가 왔을 때 이를 반영하는 지표지, 그 자체가 병은 아니다. 따라서 고혈압은 혈압이 아니라 혈압을 높인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정석이다. 환자의 임상특성(증상 및 징후, 위험인자, 동반질환, 표적장기손상 등)이 중요한 이유다. 이를 통해 심혈관사건 및 사망의 예방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2013년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은 고혈압 치료의 대의명분을 충실히 반영해, 혈압만이 아닌 전체 심혈관 위험도에 근거한 관리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환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치료를 계획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3년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이하 2013년 진료지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 간 많은 이슈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일까? 고혈압을 어떻게 바라보고 치료에 접근할 것인가, 혈압 목표치는 이대로 괜찮은가, 약제 선택에 따른 차이는 없나 등 임상의들은 여러 물음표를 두고 길잡이 역할을 해 줄 이정표에 목말라 있었다.

지난 10년간의 고혈압 관련 이슈들에 대한 논의와 답변을 책 한 권에 녹여낸 것이 바로 2013 고혈압 진료지침이다.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 제정위원장으로 가이드라인 개발의 대장정을 진두지휘해 온 채성철 교수(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는 “고혈압과 관련된 여러 질문에 일정 정도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답변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2013 진료지침이 제시한 답변 중 가장 큰 변화는 혈압의 분류와 심혈관 위험도에 근거한 치료전략이라며 이에 주목해 줄 것을 청했다.

- 심혈관 위험도에 근거한 치료전략을 제시한 이유는?
고혈압 치료의 목표는 혈압을 조절해 혈압상승에 의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라 어느 기간 내에 어느 정도의 심혈관질환 또는 사망위험이 있는지, 즉 전체적인 심혈관 위험도를 보고 치료하는 것이 맞다. 혈압만을 가지고는 힘들다. 혈압은 우리 몸에 변화가 왔을 때 이를 반영해 주는 지표(marker)에 해당하지, 그 자체가 병은 아니다. 스트레스, 비만, 호르몬 변화 등 다방면의 인자들이 영향을 미쳐 변화무쌍한 혈압으로 반영된다.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혈압이 올라가면 비로소 고혈압으로 진단할 수 있고, 이 고혈압이 여타 위험인자나 동반질환 및 무증상장기손상 등과 결합하면 심혈관질환 위험은 그 만큼 높아진다. 결국은 혈압이 아닌 혈압을 상승시키는 요인들과 위험을 배가시키는 동반 인자들을 파악하고 치료해야 한다. 따라서 혈압과 임상특성을 종합해 심혈관 위험도를 평가하고 이에 근거해 치료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궁극적인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정상혈압과 목표혈압의 차이는?
120/80mmHg 미만은 역학 데이터에 근거했을 때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가장 낮은 최적혈압을 의미한다. 2013 진료지침은 이를 정상혈압으로 정의했다. 목표혈압 140/90mmHg 미만은 실제 항고혈압제를 통해 이 기준까지 혈압을 떨어뜨렸을 때 그 이상의 수치와 비교해 사망률에 차이가 있다는 근거를 통해 지지받고 있다. 하지만 130mmHg 또는 120mmHg 미만으로 낮췄을 때 그 이상에 비해 임상결과(outcome)를 더 감소시켰다는 근거는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 즉 120/80mmHg 미만은 관찰 데이터 상 이만큼 낮은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가장 적었으니 이 정도면 정상으로 적합하겠다는 것이고, 목표혈압 수치는 실제 혈압강하시 임상결과의 혜택을 입증한 유일한 경계치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이만큼은 낮춰야겠다는 기준이다.

- 고혈압전단계를 1기와 2기로 세분한 이유는?
일반적으로 고혈압경계치, 고혈압전단계, 정상혈압으로 나뉘던 것을 보다 세분한 것이다. 실제로 역학 데이터를 보면, 과거 하나의 고혈압전단계로 묵였던 120~129/80~84mmHg와 130~139/85~89mmHg에서도 사망률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에 근거해 조금더 세부적인 전략을 적용하자는 측면에서 고혈압전단계도 1기와 2기로 나눴다. 비만과 비교해 보면 표준체중을 정상혈압, 과체중을 고혈압전단계, 비만을 고혈압으로 매칭시켜볼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고혈압전단계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치료가 적용될 수도 있다. 2013 진료지침에서는 1기 고혈압전단계에서는 혈압을 낮추기 위한 전략이 적용되지 않지만, 2기의 경우 당뇨병 등이 있어 고위험군에 들어오면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도 있다.

- 한국의 고혈압전단계 1기와 유럽의 분류가 혼선을 주지는 않나?
혼선을 줄이기 위해 유럽과 달리 120~129/80~84mmHg를 고혈압전단계 1기로 지칭했다. 유럽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120/80mmHg 미만을 Optimal(최적), 120~129/80~84mmHg를 Normal(정상), 130~139/85~89mmHg를 High normal(높은 정상) 혈압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한글화해 그대로 적용하면 120~129/80~84mmHg도 정상혈압이냐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고혈압전단계는 정상혈압으로 가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되는 단계다.

- 당뇨병 환자의 혈압 목표치를 140/85mmHg로 미만으로 권고한 것과 관련해 일본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2013 진료지침은 140/85mmHg로 상향 조정했지만, 일본은 130/80mmHg 미만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ACCORD 연구가 주요한 근거인데, 당뇨병 환자에서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했을 때 전체 심혈관 위험도의 헤택은 없었다. 하지만 일본은 뇌졸중 위험이 감소했다는데 주목했다. 자국 국민의 뇌졸중 위험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뇌졸중 위험이 높기는 하다. 하지만 최근 뇌출혈과 뇌경색의 위험이 줄고 있는 추세이며, ACCORD 연구의 뇌졸중 결과가 파워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140/85mmHg 미만의 조정을 권고했다. 일선 임상현장에서 당뇨병이나 신장질환 환자의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낮추기가 굉장히 힘든데, 어느 정도는 부담을 줄여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 약제선택의 원칙은 어떤가?
현재 사용 가능한 항고혈압제들을 최대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베타차단제의 경우, 계열 내에서 특정 약제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돼 왔지만 차세대 약제가 있고 동반질환 등을 고려한 특정 환자군에서 베타차단제가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했다. 더 나아가 혈압강하력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전제 하에 어떤 특정 질환을 동반한 환자에서 심혈관 보호효과가 있다고 생각되는 약제를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 진료실 외 혈압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달라졌나?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고혈압의 진단을 확증하기 위해 가정혈압(HP)이나 24시간활동혈압(ABPM)의 측정을 권장한다는 선에서 진료실 외 혈압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HP나 ABPM이 고혈압의 진단과 예후평가에 있어서 보다 효과적이라는 근거는 상당히 많다.

이상돈 기자  sdlee@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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