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계 위험인자의 종합관리(Global Cardio Vascular Risk Management) 패러다임이 심혈관질환 극복의 새로운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위험인자 종합관리 개념이 전반적으로 임상에 적용되고 있다. Framingham Risk Score와 같은 심혈관질환 위험도 모델을 통해 개별 환자의 질환 발생 가능성을 단계별로 구분, 위험도에 따른 예방·치료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

핵심은 연령, 성별,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흡연, 당뇨병 등 각각의 위험인자가 아닌 이들의 집합체가 미치는 전체 위험도를 예방과 치료전략의 근거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고위험군일 경우 총체적인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을 고려해 콜레스테롤이나 혈압의 기존 목표치보다 공격적인 전략이 구사된다. 또한 위험인자가 정상 수치라 해도 죽상경화증을 차단키 위해 약물치료를 진행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위험인자의 개별적인 관리가 아니라, 이들이 향후 죽상경화증과 죽상경화성 혈관질환에 미칠 위험성을 총체적으로 예측해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 단계에서부터 통합적인 관리가 시작되는 것이다. 심혈관질환이 이미 발생했거나 죽상경화증 발현에 따라 환자를 분류해 치료했던 과거와 크게 달라진 패러다임이다.

위험인자 동반땐 위험 급증
전체 위험도에 따른 치료전략은 다중 위험인자 발현시 심혈관질환 위험이 급증하고 이를 동시에 종합적으로 치료할 경우 심혈관사건을 보다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는 일련의 임상결과들이 근거가 됐다.

INTERHEART 연구에 따르면, 남·여 모두에서 흡연·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 가운데 3개의 위험인자가 동반되면 급성 심근경색증 발생 위험도가 13.1로 단일 위험인자인 경우와 비교해 2배나 높다. 4가지 위험인자가 모두 발현되면 위험도는 42.3으로 급증한다.

항고혈압제와 지질저하제의 병용을 통해 2가지 위험인자를 동시에 관리하는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을 더욱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은 ASCOT와 같은 대규모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ASCOT 연구는 여타 심혈관 위험인자를 동반한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궁극적인 심혈관사건 감소효과를 규명한 임상연구였다.

ASCOT-LLA(Lipid Lowering Arm) 연구에서는 정상이거나 정상보다 약간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나타낸 고혈압 환자에게 항고혈압제와 스타틴을 병용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더 크게 감소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암로디핀 기본 요법에 아토르바스타틴을 추가 투여한 그룹이 위약군과 비교해 비치명적 심근경색증과 치명적 관상동맥질환을 36% 더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고혈압 환자에서 혈압과 함께 콜레스테롤을 동반 조절하면 우수한 심혈관사건 감소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으로, 위험인자 종합관리의 중요성이 증명된 것이다<그림>.

위험인자 상호작용이 핵심
심장학 전문가들은 다중 위험인자 발현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배가되는 이유를 위험인자 간 상호작용에서 찾고 있다.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고혈당 등이 동반된 상태에서는 상호작용을 통해 심혈관질환의 기저 병리상태인 죽상경화증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곧 죽상경화반 파열을 야기하고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 등의 심·뇌혈관질환으로 귀결된다.

죽상경화증은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의 심혈관 위험인자들이 내피세포 이상을 초래해 죽상경화성 혈관 환경을 만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죽상경화증이 발현된 상태는 이미 화살이 활시위를 떠난 시점으로 심혈관질환으로의 귀결을 다시 되돌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즉 위험인자와 심혈관사건의 중간단계인 죽상경화증의 발현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궁극적 심혈관질환 극복의 핵심열쇠인 셈이다.

공격적 치료전략 설득력
종합관리의 개념은 위험인자 하나 하나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이들 집합체의 상호작용의 결과이자 심혈관사건의 기저질환인 죽상경화증의 관점에서 예방과 치료전략을 세우자는 것이다. 이 패러다임을 임상에 적용할 경우, 고위험군 환자에서 다중 위험인자 발현시 죽상경화증의 발생은 물론 악화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종합관리와 함께 공격적인 치료전략이 힘을 얻게 된다. 또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위험인자에 대해서도 상호작용의 결과를 고려해 정상 수치일지라도 공략해야 할 대상이 될수 있다.

위험인자가 다수 동반된 경우 죽상경화증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상태(subclinical atherosclerosis)라 할지라도, 이미 이환이 진행 중이라는 가정하에 위험인자의 상호작용과 향후 죽상경화증 병소에서의 경화반 파열까지 계산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개별 위험인자의 관점이 아닌 죽상경화증의 관점에서 전체 심혈관사건 위험도를 평가하고,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면 죽상경화증으로의 진행을 막거나 병소를 퇴행시키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위험인자 종합관리의 이론적 배경이다.

심혈관계 위험인자들이 죽상경화증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상호작용의 기전은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현단계에서는 내피세포 기능, NO(산화질소) 활성, RAAS(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계) 등이 상호작용의 영향을 받는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정도다. 이 상호작용의 기전을 명확히 밝혀낼 경우 심혈관질환 극복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타깃으로 하는 신약개발을 통해 죽상경화증으로의 이환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카듀엣(암로디핀 + 아토르바스타틴)을 비롯해 엑스포지(암로디핀 + 발사르탄) 등의 복합제 개발도 이같은 목표의 연속선 상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상돈 기자  sdlee@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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