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E4 억제제 계열의 경구용 COPD 치료제 로플루밀라스트(roflumilast)가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저항성을 개선할 수 있으며, 두 약제의 병용 시에 시너지 효과를 통해 부가적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COPD 환자에서 PDE4 억제제와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병용치료의 과학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스페인 발렌시아대학병원의 Javier Milara 교수팀은 J Allergy Clin Immunology 2014.03.17 온라인판에 ‘COPD 환자에서 로플루밀라스트 N-oxide의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저항성 개선’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  “COPD 환자의 호중구 세포에서 로플루밀라스트 N-oxide(RNO)가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저항성을 역전시키면서 탁월한 항염증 효과를 발휘했고, RNO + 덱사메타손 병용 시에는 시너지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RNO는 로플루밀라스트의 활성대사체로, 로플루밀라스트가 체내에서 RNO로 변환돼 작용한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저항성 개선
Milara 교수는 연구배경과 관련해 “흡입형 코르티코스테로이드제가 천식 환자에서 좋은 효과를 보이지만, 폐기능 개선에는 효과가 덜하며 COPD 환자에서 나타나는 만성 염증의 조절에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코르티코스테로이드에 기반을 둔 항염증요법이 체내 면역반응을 조절하는데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임상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부연했다. PDE4 억제제 계열로서는 최초로 COPD 치료에 승인된 로플루밀라스트는 만성 기관지염과 악화 경험이 있는 중증 COPD 환자의 치료에 적응증을 갖고 있다.

RNO +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병용 효과
연구팀은 COPD 환자와 건강한 비흡연자로부터 말초혈액의 호중구 세포를 분리해 덱사메타손, RNO, 또는 RNO 저용량 + 덱사메타손 10nmol/L 병용요법 그룹에서 세포배양을 진행했다. 이어 지질다당체(LPS, lipopolysaccharide)와 흡연추출물(CSE, cigarette smok extract)에 의한 세포자극 또한 이뤄졌다. 염증 또는 산화자극에 의한 변화를 비교·관찰하기 위함이었다.

세포배양 종료시점에서 IL-8(interleukin 8)과 MMP-9 (metallopeptidase 9) 및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저항성의 바이오마커를 측정한 결과, COPD 환자군과 건강한 비흡연자 그룹에서 두 약제의 효과 차이가 관찰됐다. 건강한 비흡연자 그룹에서 RNO와 덱사메타손 모두 용량 의존적으로 LPS 및 CSE 5% 유발 IL-8 발현을 억제했지만, COPD 환자군에서는 RNO의 효과가 그대로 유지된 반면 코르티코스테로이드의 효과는 급격하게 감소한 것이다.

한편 RNO 1nmol/L + 덱사메타손 10nmol/L 병용에서는 부가적인 시너지 효과가 확인됐다. 두 약제 병용시 LPS와 CSE 유발 IL-8 발현을 50% 가깝게 억제했다. MMP-9 발현 또한 충분히 억제됐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비가역적인 기류제한을 보이는 질환으로서, 서서히 진행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COPD에서의 기류제한은 염증과 리모델링으로 인한 세기관지의 협착과 폐포의 파괴에 의한 탄성반동압의 감소로 설명되고 있다. 이런 병리학적 변화에는 여러 기전이 관여하지만 염증, 산소기, 단백분해효소의 작용이 3대 기전으로 제시되고 있다.

현재 COPD의 치료에는 기관지확장제가 근간을 이루고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의 타겟은 발병기전이다. COPD 발병기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염증을 완화시키는 치료제로 과거부터 사용되고 있는 것이 흡입형 스테로이드(inhaled corticosteroid, ICS)이다. 스테로이드는 현재까지 개발된 가장 강력한 항염작용을 보이는 약제로서, 기도의 만성염증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지천식에서는 첫 번째 선택제로 추천되고 있는 효과적인 치료약제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ICS가 COPD에서는 기관지천식에서만큼 큰 효과를 보이지 못하는데, 이는 COPD 환자에서 관찰되는 스테로이드에 대한 저항성 때문이다. COPD 환자에서 관찰되는 스테로이드에 대한 저항성의 기전은 스테로이드 알파수용체(glucocorticoid receptor α, GRα)의 핵으로의 이동 감소, GRβ의 발현증가, HDAC의 발현감소 등 여러 가지로 설명되고 있다. HDAC는 각종 전사인자의 인산기를 제거하는 효소로서, 전사작용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스테로이드는 세포 내에서 GR와 binding하고 유전자의 GRE에 결합해서 항염작용을 보이는 물질을 생성함으로써 항염작용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HDAC가 필요한데, COPD에서는 HDAC의 발현과 활성도가 감소되어 스테로이드에 저항성을 보이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HDAC의 발현 감소는 담배연기에 포함되어 있는 산소기의 작용에 의한 HDAC의 분해에 기인하는데, 이 과정에 PI3K-δ/Akt 경로가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실험실 연구에서 범 Phosphodiesterase(PDE) 억제작용이 있는 theophylline은 PI3K-δ를 억제함으로써 HDAC 활성도를 증가시키고, 스테로이드의 효과를 증강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COPD 급성악화로 입원한 환자에서 소량의 theophylline으로 HDAC 활성도가 증가하고 스테로이드의 항염효과가 증강됨이 확인되어 스테로이드에 대한 저항성 극복에 소량의 theophylline이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PDE4 선택차단제인 roflumilast는 최근에 COPD 환자에서 사용되고 있는 약제로서 뛰어난 항염작용을 보이고 있지만, PDE4의 선택적 차단으로 스테로이드에 대한 저항성이 극복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없는 실정이다. 본 연구에서는 COPD 환자, 건강한 흡연자, 건강한 비흡연자의 말초혈액 호중구에서 roflumilast와 스테로이드를 처리하고 내독소와 흡연추출물에 의한 염증반응과 스테로이드 저항에 관여하는 바이오마커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였다.

COPD 환자의 호중구에서 스테로이드에 대한 저항성이 roflumilast에 의해 역전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 연구결과는 COPD 환자에서 roflumilast와 스테로이드를 같이 사용하면 최대 항염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소견이고, 부가적으로 일부 환자에서 부작용으로 인해 사용에 제한을 받는 roflumilast의 용량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한 결과로 생각된다. 실제로 roflumilast 임상연구의 하위그룹분석에 의하면 ICS를 사용하는 환자에서 ICS를 사용하지 않는 환자에 비해 roflumilast의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분석되어, roflumilast에 의한 스테로이드 저항성의 극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흡입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에서 roflumilast의 효과를 평가하는 대규모 3상 임상연구(REACT trial)가 진행 중인데, 이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기대된다.

이상돈 기자  sdlee@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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