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COPD 중복증후군(ACOS)은 아직 질환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생소한 영역이다. 학계에서는 두 질환의 임상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병태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지만, 이를 각각의 질환 관점에서만 볼 것이냐 아니면 ACOS라는 새로운 정의를 적용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렇다 보니 ACOS의 유병률이나 심각성에 대한 조사가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천식과 COPD를 별도로 접근하는 제한된 범위에서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고려의대 심재정 교수(구로병원 호흡기내과)는 “두 질환의 특성이 중복되는 병태가 고령화와 함께 급증할 것이고, 천식이나 COPD보다 열악한 예후로 인해 비용부담도 함께 늘게 될 것”이라며 ACOS가 야기하는 3중고를 지적했다. 더불어 ACOS로 인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질환의 실체와 심각성을 파악하고, 질환을 명확히 정의해, 치료를 위한 임상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ACOS의 실체는 무엇인가?
천식과 COPD는 모두 기도염증을 포함하는 주요한 만성 폐쇄성 기도질환으로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천식은 기류장애 증상이 가역적이고, COPD는 비가역적이라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천식은 일반적으로 간헐적이고 가역적인 기도폐쇄를 일으키고 기관지확장제 투여로 완벽하게 회복되는 반면, COPD 환자는 일단 기도폐쇄가 발생하면 돌이키기 힘들다. 그런데 천식 환자에서 비가역적 특성이, COPD 환자에서 부분적인 가역성이 관찰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두 질환의 특징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를 천식-COPD 중복증후군, 즉 ACOS라고 지칭한다.

- 실제 이러한 병태의 환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우리나라에는 아직 ACOS의 유병률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 정의조차 제대로 이뤄져 있지 않으니, 연구를 진행하기도 어렵다. 대략적으로는 천식과 COPD를 다 합쳐 계산해 보면 10%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향후 ACOS 환자들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두 질환의 증상이 겹치는 병태가 급격히 늘고 있다.

- ACOS, 무엇이 문제인가?
3가지 측면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점쳐볼 수 있다. 우선 ACOS의 대표적인 사례는 천식 환자가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고 흡연 상태에서 나이가 들면서 기도폐쇄의 비가역성이 동반되는 경우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고령으로 가면서 기도반응이 떨어지고, 이에 따른 ACOS 위험이 증가한다. 역학적으로 보면 고령층에서 천식의 비가역성 비율이 높아진다. 즉 연령과 흡연 등이 위험인자라고도 볼 수 있는데, 고령사회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ACOS 유병률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둘째로 ACOS 환자는 천식이나 COPD 단독과 비교해 폐기능이 더 빨리 악화된다. 악화의 위험도 두 질환 단독보다 상당히 높고 자주 발생한다. 한마디로 예후가 열악하다는 것이다. 사망률도 5배 정도로 높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예후가 열악하다 보니 대부분의 환자들이 수시로 입원해 집중치료를 받게 된다. 의료·사회적 비용부담이 크게 늘 수밖에 없다.

- 그렇다면 임상에서 어떻게 진단을 내릴 수 있나?
과거에는 천식 환자를 치료해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으면 중증 천식으로 구분했다. 하지만 중복증후군 개념을 임상에 적용하면, 이러한 환자들을 일단 ACOS로 의심해볼 수 있다. 여기서 폐기능검사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대두된다. 실제로 천식 환자에서 폐기능검사를 통해 기류장애의 비가역성이 증명되면 ACOS로 진단하고 치료를 달리 할 수 있다.

- 어떻게 치료를 달리 할 수 있나?
일단 증상조절이 안 되는 환자를 중증 천식으로 진단하고 나면 약물을 제한적으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 ICS(흡입 코르티코스테로이드제), LABA(지속성 베타2작용제), 류코트리엔 조절제 정도를 써보고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폐기능검사를 통해 COPD 증상의 동반이 확인되면 ICS + LABA + LAMA(지속성 항콜린제)의 3제 흡입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ACOS 환자들은 예후가 매우 열악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 약제비용 증가의 부담은 없나?
물론 기본적으로 3제병용 흡입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은 늘 수 있다. 하지만 ACOS 환자들의 열악한 예후로 인해 입원이 늘고 사망률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ACOS 진단 초기부터 3제요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비용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 ACOS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 인지되고 있는지?
학계에서도 두 질환의 증상이 겹치는 병태의 존재를 인정하고는 있으나, 각각 다른 정의를 내리고 있거나 정의 자체를 못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ACOS의 유병률과 폐해를 조사해야 하는데,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연구를 진행하기가 힘들다. 빠른 시일에 ACOS의 정의에 대해 합의를 이뤄내고, 이를 기반으로 질환의 심각성을 조사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치료를 위한 임상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이상돈 기자  sdlee@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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