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고혈압 환자에 병용요법 하면 기립성저혈압 위험
자가 측정·24시간 활동혈압 통해 정확한 혈압 알아야

고혈압 환자 치료에서 병용요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일부 연구에서는 70%의 고혈압 환자들이 병용요법이 필요하다고 제시하고 있고, 동반질환·고령 환자의 증가와 함께 병용요법의 비중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어떤 환자에게 어떤 조합의 치료전략을 적용하는가이다. 서울의대 김철호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에게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임상적용을 비롯한 주요한 내용들에 대해 들어봤다.

-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이 필요한 환자 비율은 어느정도인가?
일반적으로 단일약물로 목표혈압에 도달할 수 있는 고혈압 환자는 50% 이하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말하면 50% 이상의 고혈압 환자들이 2개 이상의 항고혈압 약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당뇨병, 만성 신부전, 비만, 고령 환자의 비율이 높을수록 2제 이상의 병용요법이 필요한 비율도 높아진다고 본다. 실제 접하는 임상현장의 환자 구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병용요법, 어떻게 조합해야 하나?
병용요법에 일정한 법칙은 없지만, 약물 조합의 결정은 첫 번째로 투여한 약물이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영국 NICE 가이드라인에서는 고령 환자의 1차 약물은 칼슘길항제(CCB)로, 젊은 성인 환자에서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나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를 제시했고, 병용전략으로는 고령 환자에게 이뇨제를 기반으로 한 CCB, ARB 병용전략을 권고했고, 젊은 성인에게는 ACEI 또는 ARB 기반에 CCB를 추가하도록 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대한고혈압학회 2013 진료지침에서는 심부전, 당뇨병성 신증이 있을 경우에는 ACEI, ARB를, 협심증 심근경색이 있을 때는 베타차단제(BB), 노인 고혈압, 수축기단독 고혈압, 협심증이 있을 때는 CCB, 심부전 수축기 단독고혈압이 있을 경우 이뇨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 최근 발표된 JNC 8 가이드라인에서는 BB를 1차 약물에서 배제한 반면 국내 진료지침에서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JNC 8에서 BB를 1차 약물로 권고하지 않은 것이 항고혈압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JNC 8에서는 뇌졸중 예방 효과가 다른 약물에 비해 낮다는 메타분석 연구를 근거로 하고 있고, 서구지역 환자들이 당뇨병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BB가 비만, 당뇨병 위험도를 높인다는 점도 함께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나라 진료지침과 유럽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BB를 1차 약물로 권고하고 있다. 우선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BB가 다른 약물들보다 부족하지 않다는 점에 무게를 둔 것이다. 뇌졸중 예방효과가 타 약물보다 낮다는 이유로 BB 자체를 배제한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본다.

- 병용요법 전략별로 최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군이 있다면?
먼저 고령 환자를 꼽을 수 있다. 고령 환자에서는 이뇨제를 기반으로 한 ACEI, ARB, CCB 중 한 가지를 추가하는 전략을 권장한다. 또 협심증이 있는 환자에서는 BB 포함 병용전략이 효과가 좋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이 환자군에서는 BB + CCB 전략을 우선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이와 함께 심부전 동반환자에서도 BB와 이뇨제가 포함된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 JNC 8 등 미국 가이드라인들에서 각기 다른 병용전략 시작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각 가이드라인들이 같은 근거들을 참조하고 있는만큼 차이는 근거의 해석에 있다고 생각한다. 고혈압이 심할수록 빠르게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이 혜택이 있고, 빠른 혈압 강하를 위해 병용요법을 시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각 가이드라인별로 다른 기준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실제 환자의 상태다. 궁극적으로는 각 환자별 평가를 통해 맞춤 치료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준을 참고하되 환자의 특징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 항고혈압제 병용요법 시행에서 주의해야할 점은?
우선 백의효과 또는 백의고혈압을 배제하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목표혈압에 도달하지 않은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병용요법을 시행하는 것보다 백의효과, 백의고혈압을 우선 의심해야 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자가혈압이나 24시간 활동혈압을 측정하고, 결과에 따라 치료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이를 고려치 않고 병용요법을 시행할 경우 기립성 저혈압 위험도가 높아지고 불필요하게 약물을 추가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4제는 물론 5~6제까지 투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중 다수는 저항성 고혈압이 아니라 백의효과로 인한 경우가 많다. 심평원 자료에서는 5~6제까지 투여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추가적으로 보건학적 관점에서 젊은 환자들의 고혈압 치료를 위한 인식개선 및 사회적 접근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국내 30~40대, 특히 50대 초반 직장인들에서 고혈압 인지율은 상당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치료율 및 조절율은 50대 이후 연령층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장기적인 심혈관질환 위험도 관리 측면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임세형 기자  shlim@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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