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 좌심실기능장애, 당뇨병 또는 전방병변(경색)의 근거가 있는 ST분절상승 심근경색증(STEMI) 환자에게 24시간 이내에 ACEI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I, A). 심부전, 좌심실기능장애가 있는 STEMI 환자에서, 특히 ACEI에 불내약성을 보이는 경우, 대체요법으로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 ARB(발사르탄 선호)를 사용할 수 있다(I, B). ACEI는 금기사항이 없는 한 모든 STEMI 환자에게 고려돼야 한다(IIa, A).”
- 2012 유럽심장학회(ESC) STEMI 가이드라인

“전방병변(경색), 심부전, 좌심실기능장애가 있는 STEMI 환자 모두에게, 금기사항이 없는 한, 24시간 이내에 ACEI를 투여해야 한다(I, A). ACEI 적응증에 해당하지만 불내약성을 보이는 STEMI 환자에게 ARB가 고려돼야 한다(I, B). ACEI는 금기사항이 없는 한 모든 STEMI 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IIa, A).”
- 2013 미국심장학회(ACC)·심장협회(AHA) STEMI 가이드라인

심부전·좌심실기능장애 환자의 주요전략
유럽과 북미의 심장학계 모두 STEMI 환자에서 RAAS 차단 계열의 항고혈압제 적용과 관련해 이와 같이 권고하고 있다. 각각의 가이드라인은 심부전이나 좌심실기능장애가 있는 STEMI 환자에게 ACEI를, ACEI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에게는 대체수단으로 ARB를 내세우고 있다.

ACEI는 심근경색증 후 좌심실기능장애 동반 환자에서 트란도프릴의 임상혜택을 검증한 TRACE(NEJM 1995;333:1670-1676) 연구 등에 근거해 심부전 또는 좌심실기능장애가 있는 심근경색증 환자의 치료에 적응증을 얻을 수 있었다. 한편 ARB는 CHARM(JAMA 2005;294:1794-1798)과 Val-HeFT(NEJM 2001;345:1667-1675) 연구 등을 통해 같은 환자에서 임상혜택을 입증받아 왔다. 두 연구에서 ARB 제제 칸데사르탄과 발사르탄은 심부전 환자의 주요 심혈관사건 위험도를 위약군 대비 각각 13%대까지 낮췄다. 특히 이들 연구는 ACEI 사용이 힘든 환자들을 별도로 분석한 연구(AHARM-Alternative, Aal-HeFT sub-analysis)에서도 위약군 대비 유의한 심혈관보호효과를 나타냄에 따라 ACEI 대체제로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좌심실기능 보전된 STEMI 환자는?
ACEI는 일련의 임상연구에서 심부전이 없는 심혈관질환 위험군 환자에서도 심혈관사건 감소효과를 검증받으며, 적응증 확대의 길을 열게 된다. HOPE(NEJM 2000;342:145-153)와 EUROPA(Lancet 2003;362:782-788) 연구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ACEI는 이들 연구에서 심부전이나 좌심실기능장애 환자 이외의 당뇨병을 포함한 광범위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에서도 주요 심혈관사건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두 연구에서 라미프릴과 페린도프릴은 위약군 대비 1차 종료점 위험도를 각각 20% 이상 낮췄다.

두 대륙의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임상근거에 기반해 “ACEI를 모든 STEMI 환자에게 적용할지, 아니면 고위험군에게만 사용할지에 대해 아직 논쟁이 있다”면서도 금기사항이 없는 한 모든 환자에게 ACEI를 적용할 수 있도록 IIa 등급으로 권고하고 있다. 여기에 심부전, 좌심실기능장애, 당뇨병 등이 없는 정상혈압 환자에서 ACEI의 적용이 의무사항은 아니라며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ACEI는 좌심실기능이 보전된 STEMI 환자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근거에 기반해 모든 STEMI 환자에 대한 치료선택으로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이들 환자에서 ARB의 적용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언급이 없다. 좌심실기능이 보전된 STEMI 환자에서 ARB의 역할을 평가할 데이터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다만 ONTARGET(NEJM 2008;358:1547-1559)과 TRANSCEND(Lancet 2008;372:1174-1183) 연구에서 ARB가 ACEI 대비 대등한지, ACEI 사용이 힘든 경우 ARB로 대체가 가능한지를 검증한 사례가 있다.

한국인 STEMI 환자에서 ACEI 대 ARB
성균관의대 한주용·양정훈 교수(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는 ONTARGET 연구 등에 기반해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ARB의 임상혜택을 조사하기 위해 한국인 STEMI 환자 데이터를 코호트로 구성해 전향적 관찰연구를 진행했다. British Medical Journal 2014;349:g6650에 게재된 이 연구에서는 ARB를 통해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사망률과 재발률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좌심실기능이 보존돼 있는 환자(심박출량 ≥ 40%)에서 ARB 제제가 표준치료제인 ACEI와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연구팀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우리나라 53개 기관에서 등록된 STEMI 환자, 특히 응급치료를 받고 좌심실기능이 보존된(심박출량 40% 이상) 환자 6698명에 관한 데이터를 전향적으로 관찰·분석했다. 분석결과, ARB 그룹 환자 1185명 중 심혈관 원인 사망 또는 심근경색증이 발생한 경우는 21명(1.8%)으로, ACEI 그룹의 비율 1.7%(4564명 중 77명)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P=0.92). 반면 이들 약제를 사용하지 않은 환자들의 경우 3.5%(949명 중 33명)가 심혈관 사망 또는 심근경색증이 발생해  ARB 그룹과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P=0.004).

ARB와 ACEI의 대등한 임상혜택은 연령, 성별, 고혈압, 심근경색증 병력, 크레아티닌 수치 등 다양한 변수를 보정한 상태에서도 유지됐다(P=0.79). RAAS 차단제 비사용 그룹 대비 ARB 그룹의 임상혜택 역시 여타 변수를 보정한 후에도 일관된 결과를 도출했다(P=0.02)<표>.

연구팀은 최종적으로 “좌심실기능이 보전된 STEMI 환자에서 ARB 치료가 RAAS 차단제 비사용과 비교해 우수한 임상혜택을 보였고, ACEI 치료와 비교해서는 대등한 결과를 나타냈다”며 “이들 환자에서 ARB가 ACEI만큼의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 이상돈 기자 sdlee@monews.co.kr

- 연구를 진행한 배경은 무엇인가?
ACEI 제제는 심근경색증 후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사용하는 표준약제다. 특히 심부전이 있거나 좌심실기능이 떨어지는 환자는 반드시 써야 하는 1차약제로,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 권고되고 있다. 문제는 심부전이 없거나 좌심실기능이 보존된(저하되지 않은) 환자들에 대해서는 ACEI 제제에 대한 근거가 미약하다는 데 있다. 이 경우 가이드라인에서는 단지 ACEI 제제가 합리적이라고 돼 있다. ARB 제제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이 없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해 보기 위해 KAMIR(Korean Acute Myocardial Infarction Registry)를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 심근경색증 후 심부전이 없거나 좌심실기능이 저하되지 않는 환자들이 많은가?
예전에는 심근경색증 후 심부전이나 좌심실기능 저하 환자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의료가 발전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차적 중재술 등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환자의 5분의 4 이상은 좌심실기능이 보존돼 있는 환자다. 문제는 이러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ACEI 제제가 합리적이라는 지침에 따라 쓰고 있지만, 최대 50% 환자에서 마른기침을 경험한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ARB 제제를 차선책으로 쓰는데 정작 근거는 없었다.

- 연구에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참여했나, 결과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KAMIR에 등록된 환자를 선별해 진행됐다. KAMIR는 우리나라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들의 등록연구다. 이번 연구에서는 여기에 등록된 환자 6698명을 분석했다. 환자들을 ARB, ACEI 제제군, 약물을 쓰지 않는 그룹으로 나눠 각각 심혈관계 사망 또는 심근경색증 재발률을 관찰했다. 연구결과 복합빈도는 각 그룹에서 1.8%, 1.7%, 3.5%로 나타났다. 수치에서도 알 수 있듯 ARB와 ACEI 제제는 통계적으로 유사했다. 이번 결과는 처음부터 ARB 제제를 쓸 수 있다는 강력한 근거까지는 아니지만 ACEI 제제를 쓰다가 기침이나 다른 부작용이 있으면 ARB 제제를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흔히 기침이라면 쉽게 생각할 수 있는데 ACEI 제제로 인한 마른기침은 매우 고통스럽고 이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 결국 RAAS 기전의 제제들은 같은 효과를 낸다고 정의할 수 있나?
그렇다. 이번 연구로 두 약제에 대한 유사성이 어느 정도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 이전에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ONTARGET 연구에서 ARB와 ACEI 제제 간 유사한 효과가 입증됐는데, 이번 연구로 심근경색증 후 심부전 또는 좌심실기능장애가 없는 환자에서도 같은 혜택이 확인된 만큼 기전적 효과는 같다고 정의할 수 있다.

- 약제별 결과는 없나?
한계점 중 하나다. 최근 등록된 환자는 약제가 명기돼 있으나 초기의 환자는 어떤 약을 쓰는지 알 수 없었다. 때문에 약제별 분석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약제별 분석이 나왔다고 해도, 약제가 바뀌는 경우도 많았고 정확한 투약기간 등이 명시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가 나왔다고 해도 어떤 약제가 더 좋다고 하는 분석은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 그 외 한계점은 무엇인가?
무작위 연구가 아니라서 아무리 좋은 통계툴을 이용해도 보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환자군별로 베이스라인이 차이가 있는데 이를 보정하려고 여러 가지 통계적 방법을 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작위 연구가 아니기 때문에 완벽하게 보정했다고 할 수는 없다. 또 약제효과를 보려면 3년 이상 장기간 관찰을 해야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1년까지만 봤다. 또 사망률을 검증하는 데 있어서는 규모가 작았다는 점도 있다.

- 이번 결과에 따라 ARB 제제에 대한 효과가 다시 주목받을 것 같다.
고혈압에서는 ARB 제제의 사용이 보편적이지만 심근경색증 환자에서는 여전히 ACEI 제제의 사용이 많다. 그 뒤를 ARB 제제가 차지하고 있다. 이 중 ARB 제제도 사용은 해왔지만 마땅한 근거가 없었다는 점에서 의사들도 처방하면서 확신이 없었는데, 이번 연구를 토대로 자신 있게 처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 박상준 기자 sjpark@monews.co.kr

이상돈 기자  sdlee@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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