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과 DPP-4 억제제 병용요법이 국내에서 보험급여를 인정받음에 따라, 인슐린으로도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DPP-4 억제제의 혜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슐린 치료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차별화 효과를 검증받으면서, 치료실패 시에 인슐린 강화요법(용량증가)보다는 DPP-4 억제제를 병용·추가하는 전략이 새로운 표준으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최근 복지부의 ‘요양급여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고시개정에 따라, 지난 2월부터 당뇨병용제 일반원칙 중 인슐린을 활용한 병용요법에 DPP-4 억제제가 포함됐다. “인슐린과 DPP-4 억제제의 임상적 유용성이 가이드라인 등에 언급돼 있고 52주까지 투여한 임상연구에서 안전성 및 효과가 보고된 점이 근거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두 약제 병용 시의 혜택에 대한 다양한 임상시험 결과에 근거했다는 것인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Diabetes Care  2013;36:3875-3881에 게재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기저인슐린에 더해지는 리나글립틴 효과’에 관한 연구다.

인슐린 임상적용의 한계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인슐린 저항성에 의한 병태생리의 진행 과정에서 최종적으로는 베타세포 기능부전이 유발된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환자들이 궁극적으로는 경구 혈당강하제에 이어 기저인슐린을 추가하는 병용치료를 받게 된다. 인슐린은 가장 강력한 혈당강하 효과를 담보하는 제제 중 하나이지만, 임상적용에 있어 몇 가지 제한적인 측면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이 인슐린과 경구 항당뇨병제의 병용에도 불구하고 치료 목표치 달성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리나글립틴 연구를 주도한 핀란드 헬싱키의대의 Hannele Yki-Jarvinen 교수는 “임상연구 환경에서 엄격히 적용된 인슐린 용량조절을 통해 공복혈당을 적정 수준으로 끌어 내리고, 이로써 A1C 7% 미만에 성공적으로 도달할 수 있다”면서도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치료관성과 환자교육 실패 등으로 인해 목표한 혈당수치의 달성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여기에 인슐린 용량증가 시에 뒤따르는 저혈당증과 체중증가의 위험이 환자와 의사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왜 DPP-4 억제제인가?
때문에 임상현장에서는 인슐린 치료 실패 시에 저혈당증과 체중증가 등 부작용 위험에서 자유롭고 혈당조절에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는 최적 약물요법에 대한 요구가 이어져 왔다. 특히 신규 계열로 등장한 DPP-4 억제제가 여러 면에서 인슐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약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인크레틴 활성을 증가시키고 글루카곤 분비는 감소시키는 독특한 기전으로 인해, 식후혈당의 조절에 보다 능하고 궁극적으로 베타세포 기능을 보전하는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다른 약제와 달리 저혈당증 위험이 낮고 체중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 역시 인슐린을 보완할 수 있는 최적조합으로 꼽히는 이유다. Yki-Jarvinen 교수는 “공복혈당과 식후혈당 각각에 미치는 두 약제의 상호보완 작용과 함께 DPP-4 억제제의 낮은 저혈당증 및 체중증가 위험을 고려하면 인슐린, 특히 기저인슐린에 DPP-4 억제제를 더하는 전략의 타당성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왜 리나글립틴인가?
Yki-Jarvinen 교수는 인슐린 치료실패 환자의 추가·병용전략으로 DPP-4 억제제 가운데 리나글립틴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명확히 설명하고 있다. “리나글립틴은 주로 신장으로 배출되는 여타 DPP-4 억제제와 달리 대부분 장이나 담즙을 통해 배설이 이뤄지기 때문에 신장이나 간기능에 따른 용량조절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인슐린 치료를 받는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이 이환기간이 길어 고혈당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 고령의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신장기능장애를 동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 환자에게 자유롭게 처방할 수 있는 리나글립틴이 인슐린 치료에 혜택을 더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기저인슐린(±경구 혈당강하제) + DPP-4 억제제
Yki-Jarvinen 교수팀은 인슐린 치료로도 혈당이 목표치 미만으로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리나글립틴 추가치료의 안선성과 유효성을 장기적으로 검증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기저인슐린 단독요법 또는 경구 혈당강하제(메트포르민, 피오글리타존)와 병용요법에도 불구하고 A1C가 7% 이상인 환자들을 리나글립틴 1일 5mg 또는 위약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52주간 치료·관찰했다.

그 결과 24주 시점에서 기저시점으로부터 A1C 변화는 리나글립틴군이 -0.6%로 위약군(+0.1%)과 차이를 보였다. 두 그룹의 A1C 감소 차는 -0.65%(P＜0.0001)로 리나글립틴군의 혈당조절 효과가 우수했다. 52주 시점에서 위약군 대비 리나글립틴군의 A1C 감소는 -0.53%(P＜0.0001)로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차이를 유지했으며, 이 같은 효과는 76주까지 지속됐다. 특히 하위그룹 분석에서 리나글립틴의 혈당조절 효과는 신장기능(P=0.5784), 연령(P=1.000), 성별(P=0.98), BMI(P=0.99), 기저인슐린 종류(P=0.9511), 경구 혈당강하제 병용 여부(P=0.64) 등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나글립틴과 위약군의 저혈당증 빈도는 24주 시점에서 22.0% 대 23.2%, 치료종료 시점에서 31.4% 대 32.9%로 차이가 없었다. 부작용 위험 역시 78.4% 대 81.4%로 비슷했다. 평균 체중은 52주 시점에서 -0.30kg 대 -0.04kg으로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공복혈당 수치에 기반해 인슐린의 용량조절이 이뤄졌는데, 24주 시점까지는 두 그룹에서 변화가 거의 없었으며 52주 시점에서는 리나글립틴군의 용량증가(2.6IU)가 위약군(4.2IU)보다 적었다(P＜0.003). 인슐린 치료실패 환자에서 리나글립틴이 인슐린 강화요법을 충분히 대체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연구팀은 최종적으로 “기저인슐린에 리나글립틴을 더하는 전략을 통해 저혈당증 또는 체중증가 위험 없이 유의한 혈당조절 효과를 얻을 수 있었으며, 고령 또는 신장기능장애 환자에서 용량조절이 필요하지 않는 등 여타 추가적인 이점도 관찰됐다”고 밝혔다.

본 연구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기저 인슐린 치료 단독 또는 경구 혈당강하제(메트포르민, 피오글리타존 등) 병합요법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화혈색소가 7% 이상으로 잘 조절되지 않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리나글립틴을 하루 5mg 추가하고 위약군과 대비해 혈당 강하능과 안전성을 평가한 전향적 임상연구다.

제2형 당뇨병의 유병기간이 길어지면 인슐린 분비능이 지속적으로 감소되기 쉽다. 일반적으로 장기간 혈당조절을 위해 인슐린 치료를 시작할 시기는 대부분 환자의 인슐린 기능이 상대적으로 저하된 경우라 할 수 있다.

기저 인슐린 만으로 혈당이 안정적으로 조절되기 위해서는 환자의 인슐린 분비능이 어느 정도는 보존돼 있어야 한다. 참고로 사람에서 하루 분비되는 인슐린 총량의 50%는 기저 인슐린 분비(음식 섭취와 무관하게 분비)되고 나머지는 음식 섭취 후 상승한 혈당에 의해 열량을 저장하기 위해 분비된다(식후 인슐린 분비). 따라서 기저 인슐린이란 몸에서 분비되는 부분 중, 기저 인슐린 분비 부분만 추가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생활습관을 잘 유지하고 있는 환자에서 적절하게 기저 인슐린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혈당이 원하는 목표치에 도달하기 힘든 경우는, 기저 인슐린 주사만으로는 부족하고 식후 분비되는 부분도 속효성 인슐린 치료가 추가로 필요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기저 인슐린과 함께 사용한 약제를 살펴보자. 메트포르민은 특별한 문제점(신부전증, 약 부작용 등)이 없는 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처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메트포르민은 인슐린 분비 자체에는 그리 효과가 있지 않다. 피오글리타존은 당뇨병의 어떤 시기에 사용해도 무방하지만 인슐린 분비능이 많이 남아 있는 경우에 사용할수록 더욱 장기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기저 인슐린이지만) 인슐린 사용을 고려해야 하는 환자의 경우 대부분 인슐린 분비능이 상대적으로 감소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 초기 당뇨병 환자의 경우보다 기대하는 효과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DPP-4 억제제는 고혈당에 의해 췌장 베타세포에서 시작된 인슐린 분비를 한번 더 강화(boosting effect)시키는 역할을 하여 혈당을 강하시키는 약제다. 따라서 기저 인슐린으로 목표 혈당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추가해서 처방할 수 있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기저 인슐린치료 요법은 강력한 효과를 가지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저혈당 발생이 적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에서 보여주듯이 DPP-4 억제제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저혈당의 추가적 발생이 없었다는 점은 매우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즉, 기저 인슐린 치료에 추가로 혈당 강하 효과를 보이면서도 저혈당 발현이 더 늘지 않았다는 결과는, 기저 인슐린 치료와 DPP-4 억제제의 복합처방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처방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론적으로나 임상연구 결과를 보거나, 인슐린(특히 기저 인슐린) 치료와 DPP-4 억제제의 복합처방은 상당히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DPP-4 억제제가 인슐린 치료 중인 환자에 처방시 보험 적용이 가능해지면서 이런 복합처방의 빈도가 많이 늘어 날 것으로 추측된다.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는 다양한 약제 처방이 가능해져 장기간 혈당 조절과 만성 합병증 감소에 기여할 뿐 아니라 저혈당과 체중증가와 같은 당뇨 치료의 문제점에 비교적 안전한 약제의 처방이 늘어나 당뇨병 관리가 잘되는 시대가 오기를 희망한다.

이상돈 기자  sdlee@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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