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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다스려둔 혈당 두고두고 합병증 예방DCCT·UKPDS·VADT 장기관찰 결과, 레거시효과 발현
  • 이상돈 기자
  • 승인 2015.08.05 13:13
  • 호수 30
  • 댓글 0
   
 

당뇨병 초기에 혈당을 성공적으로 조절해 오다 시일이 흘러 여러 이유로 관리가 힘들어진 환자가 있다. 초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다 뒤늦게 집중적인 혈당조절에 돌입한 또 다른 환자가 있다. 당뇨병의 궁극적인 위험인 혈관합병증 예방에 있어 두 환자의 장기적인 예후는 어느 쪽이 더 나은 결과를 보일까?

임상연구를 통해 얻어진 답은 전자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엄격히 따지면 둘 모두 잘 치료받았다고는 볼 수 없다. 고혈당 환자의 합병증 예방을 위해서는 신속하고 지속적인 혈당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 환자는 당뇨병 이환 후 어느 한 시점에서 혈당조절이 이뤄졌을 뿐 전반적으로 일관된 관리에는 실패했다. 임상현장의 의사들은 이 같은 환자사례를 만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고들 말한다.

문제는 혈당조절을 계속 이어가지 못했다는 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혈당은 적극적으로 조절에 임했다 해도 그것이 언제였느냐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한다. 중요한 것은 시점이다. 이에 따라 장기적인 혈관합병증 예방혜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보고들이 새로운 논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고혈당 초기 대사이상, 세포가 기억한다
당뇨병 환자에서 조기의 집중적 혈당관리가 장기적으로 궁극적인 혈관합병증 개선을 가져온다는 점은 일련의 임상연구를 통해 보고돼 왔다. 하지만, 그 이유나 기전에 대한 답변은 아직 가설단계에 머물고 있다. 현단계에서 초기·집중 혈당관리의 중요성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설명은 ‘대사기억(metabolic memory)’ 또는 ‘레거시효과(legacy effects)’ 가설이 유일하다.

대사기억이란 고혈당 발생 시 발현되는 일련의 체내 세포단백질 이상반응이 기억으로 고착돼 향후 합병증 이환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개념이다. 현재까지의 실험실 연구에 의하면, 이 같은 현상이 고혈당 노출 초기에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일단 대사기억이 자리를 잡은 후에는 혈당이 정상적으로 조절된다 해도 이 현상의 폐해를 돌이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고혈당 노출이 장기화되면서 합병증 원인물질이 축적되고 여타 위험인자와의 상호작용을 거치면서 당뇨병 합병증 위험은 더욱 더 커진다. 과거 고혈당 노출 기억이 현재의 당뇨병 합병증 진행에까지 이월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Diabetic Medicine 2007;24:582-586에 발표된 실험실 연구논문에서는 고혈당 스트레스 신호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세포단백질의 비효소의존성당산화(non-enzymatic glycation of cellular proteins)와 과도한 활성산소종(cellular reactive oxygen)에 의해 대사기억이 촉진되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이를 다시 풀어 해석해 보면, 대사기억은 고혈당 노출로 인한 합병증 위험의 출발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이미 대사기억이 시작되면 차후에라도 적극적인 혈당조절을 통해 진행을 멈추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서울의대 김효수 교수(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로 당뇨병 이환기간이 오래됐다는 것은 죽상경화증이 이미 상당히 진행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혈당조절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단시간에 상황을 역전시키기가 힘들다. 죽상경화증 진행의 결과인 경화반 파열과 이로 인한 혈전이 심장과 뇌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는 사건을 돌이키기에는 많이 늦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초기의 집중 혈당조절을 통해 대사기억을 차단하거나 늦출 경우 당뇨병 합병증 역시 지연이나 예방이 가능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당뇨병 환자에서 초기·집중 혈당조절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제1형 당뇨병의 대사기억
대사기억은 아직 명확한 기전이 입증되지 않은 가설 단계지만, DCCT와 EDIC 연구를 통해 처음 제기됐으며 UKPDS와 UKPDS-10 연구를 거치면서 재차 그 가능성을 검증받았다. 대사기억 가설은 1990년대 이뤄진 DCCT(NEJM 1993;329:977-986)와 그 후속으로 추가관찰을 진행한 EDIC(NEJM 2005;353:2643-2653) 연구에 기원을 둔다.

혈당조절이 당뇨병 합병증 개선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던 시절에 제1형 당뇨병 환자에서 혜택을 입증했으며, 더 나아가 초기의 집중조절 효과가 장기간 지속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DCCT 연구는 제1형 당뇨병 환자에서 당시의 수준으로 혈당을 정상범위까지 적극적으로 낮추는 집중치료군과 기존 방법을 유지하는 대조군을 비교했다.

집중치료군의 망막증 위험이 대조군과 비교해 76%까지 감소하면서 연구는 6.5년 시점에 조기종료됐으며, 이후 대조군 환자들은 모두 집중치료군으로 전환됐다. 이후로 현재까지 진행된 일련의 대규모 RCT 연구에서 집중 혈당조절 전략은 미세혈관합병증 개선에 뚜렷한 혜택을 보이고 있다.

EDIC 연구는 DCCT 대상환자들을 10년간 추가적으로 관찰한 결과다. 주목해야 할 점은 DCCT 조기종료 후 대조군 환자들이 모두 집중치료군으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관찰결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학계를 놀라게 했다. 우선 모두가 집중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DCCT에서 나타난 집중치료군과 대조군의 미세혈관합병증 개선의 차이가 유지됐다. 또 다른 분석에서는 과거 집중치료군의 주요 심혈관사건 위험이 대조군과 비교해 42%(P=0.02), 비치명적 심근경색증·뇌졸중·심혈관 사망이 57%(P=0.02)까지 감소했다. 추가관찰 기간 동안 미세혈관에 이어 대혈관합병증까지 개선혜택이 나타난 것이다.

학계는 과거의 대조군을 집중치료군으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차이가 나타난 점에 대해 고혈당의 폐해가 어느 시점에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고착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이어 이 같은 시점의 현상이 고혈당 노출 초기에 나타나는 세포단백질의 이상반응과 이에 대한 기억에 해당한다며, 대사기억 가설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제2형 당뇨병의 레거시효과
DCCT와 EDIC 연구가 제1형 당뇨병 환자를 검증했다면, UKPDS(Lancet 1998;352:837-853, 854-865)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신규 당뇨병 진단 환자에서 생활요법과 약물을 통한 적극적 혈당조절의 합병증 예방결과를 비교했다. 약물치료는 설포닐우레아 또는 인슐린을, 과다체중인 하위그룹 환자에게는 메트포르민을 투여했다.

10년 관찰기간 동안 설포닐우레아 또는 인슐린 치료그룹의 경우, 당뇨병 관련 종료점(대혈관 및 미세혈관합병증)에서 생활요법군 대비 12%의 위험도 감소효과를 보였다(P=0.029). 유의한 혜택은 대부분 미세혈관합병증의 상대위험도 감소효과(25%, P=0.0099)에서 기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심근경색증·당뇨병 기인 사망·전체 사망률의 상대위험도 감소는 각각 16%(P=0.052)·10%(P=0.34)·6%(P=0.44)로 통계적 유의성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개선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 메트포르민 하위그룹은 당뇨병 관련 종료점의 상대위험도(32%, P=0.002)와 더불어, 심근경색(39%, P=0.010)·당뇨병 기인 사망(42%, P=0.017)·전체 사망률(36%, P=0.011)에서도 유의한 통계치를 얻었다.

UKPDS가 완료된 후 또 다른 10년간은 내원과 설문을 통해 생존자들의 대혈관·미세혈관합병증 및 사망에 대한 모니터링이 실시됐다. UKPDS-10(NEJM 2008;359:1577-1589) 연구다. 두 그룹의 특정 치료방법 차이는 유지되지 않고 관찰만이 진행됐으며, 이로 인해 과거 시험군과 대조군의 당화혈색소(A1C) 차이는 모니터링 시작 1년 후 소실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니터링 완료시점에서 설포닐우레아 그룹 생존자들의 생활요법군 대비 당뇨병 관련 종료점 감소는 9%(P=0.04)로 통계적 유의성을 유지했다. 미세혈관합병증(24%, P=0.001)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불어 심근경색증(15%, P=0.01)과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13%, P=0.007)조차 UKPDS 당시와 달리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에 도달했다. 메트포르민 치료 생존자 그룹은 당뇨병 관련 종료점(21%, P=0.01), 심근경색증(33%, P=0.005),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27%, P=0.002)에서 보다 큰 혜택으로 이어졌다<표1>.

   
 

일찌감치 다스려둔 혈당, 합병증 예방 효자 노릇
두 연구를 종합적으로 읽어보면, UKPDS에서 나타난 당뇨병 환자의 조기·적극적 혈당조절 성과가 리얼월드(real world)에서 10년 후까지 유지되거나 더 좋은 성과를 보인다는 잠재적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모니터링 시작 1년 후 양 그룹 생존자들의 A1C 수치 차이가 소멸된 상태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구팀 역시 “혈당수치의 차이가 모니터링 초기에 소실됐음에도 불구하고, 미세혈관·대혈관합병증 및 사망의 감소가 지속되거나 새롭게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결과적으로 신규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조기에 성공적으로 조절했을 경우, 혈당조절 효과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궁극적인 합병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견해를 전한다. 합병증 예방을 위한 당뇨병 치료에 있어, 어느 시점에서 혈당을 적절하게 조절했느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경계치 미만의 지속적 유지에 앞서 혈당조절의 타이밍, 즉 조기의 적극적인 조절이 고혈당 관리의 핵심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ACCORD, ADVANCE, VADT
이는 ACCORD, ADVANCE, VADT 연구와 비교해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이들 연구는 고위험 당뇨병 환자에서 기존 가이드라인보다 공격적으로 혈당을 낮췄을 경우 합병증 예방혜택을 검증했으나, 대혈관합병증 개선의 혜택을 입증하지는 못했다.

대상환자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ACCORD와 ADVANCE는 환자의 평균연령이 62·66세였으며, 당뇨병 이환기간도 평균 10년과 8년으로 상당히 길었다. VADT 역시 연구시작 시점 평균연령이 60세로, 7.5년에 이르는 장기 추적·관찰이 실시됐다. 젊은 연령대 및 초기 환자의 상당 부분이 배제됐음을 의미한다.

또한 VADT는 시험시작 시점 평균 A1C 수치가 9.5%였으며 40%가 과거 심혈관사건 병력이 있었다. 이상지질 50%, 고혈압 80%에 대부분이 비만이었다. ACCORD와 ADVANCE 역시 과거 심혈관사건 병력자 35%와 32%였으며, 심혈관 위험인자가 동반된 고위험군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종합해 보면, 이들 연구에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집중적인 혈당조절이 최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적정시기를 놓쳤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고혈당 기간이 장기간 지속될수록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가 악화돼 심질환 발생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결국, 적절한 혈당조절 시기를 놓친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 심혈관합병증 혜택을 위한 집중 혈당강하 전략은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VADT 10년관찰
레거시효과 가설은 세 연구 중 VADT에서도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5년 치료·관찰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집중 혈당조절 그룹의 심혈관사건 아웃컴이 혈당조절 혜택이 사라진 5년 추가관찰에서 표준조절군 대비 우수한 개선효과를 보이며 반전을 선보인 것이다.

VADT 5년관찰을 주도했던 연구진은 종료 이후 심혈관합병증 임상혜택의 변화를 보기 위해 전체의 92.4%에 해당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5년 더 확대해 관찰을 진행했다. 본 연구와 확대기간을 합쳐 중앙값 9.8년, 최대 11.8년까지 관찰이 이뤄졌다. 1차 종료점은 주요 심혈관사건(심근경색증, 뇌졸중, 심부전 신규발생 또는 악화, 허혈괴저로 인한 절단, 심혈관 원인 사망)을, 2차 종료점은 심혈관 사망률과 전체 사망률을 평가했다.

집중조절군과 표준조절군의 A1C 차이는 VADT 본 연구기간 동안 1.5%(6.9% 대 8.4%)였으나, 종료 후 3년까지 0.2~0.3% 포인트로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찰결과는 집중조절군의 1차 종료점 발생 상대위험도가 표준조절군에 비해 17% 유의하게 낮았다(hazard ratio 0.83, P=0.04)<표2>. 연구팀은 “10년에 가까운 관찰결과, 5.6년간 혈당 집중조절이 이뤄졌던 제2형 당뇨병 환자군에서 연간 인구 1000명당 8.6건의 주요 심혈관사건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상돈 기자  sdlee@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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