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경구용 항응고제(NOAC)가 서양인보다 아시아인에서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NOAC의 보험급여 확대와 맞물려 처방이 확산될 수 있을지 관심사다.
최근 미국심장협회(AHA) 산하 뇌졸중협회(ASA)가 발간하는 저널 Stroke 8월 3일자 온라인판에 NOAC의 임상혜택과 관련해 아시아인 데이터를 메타분석한 결과가 실리면서 다시 한 번 인종에 따른 항혈전치료의 차별화 기전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 연구는 지금까지 나온 관련 연구들을 모두 한데 모아 인종 간 효과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5개 랜드마크 데이터 통합분석
대만 국립양밍의대의 Kang-Ling Wang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RE-LY, ROCKET AF, J-ROCKET AF, ARISTOTLE, ENGAGE AF-TIMI 48 등 대표적인 NOAC 관련 임상시험들을 최종 분석대상에 포함시켰다. 5개 연구에 포함된 아시아 환자는 모두 합쳐 8923명(NOAC군 5250명, 비타민K 길항제군 3678명)이었고, 비아시아인은 6만 4033명(3만 7800명, 6233명)이었다. 특히 혼란을 막기 위해 인종과 지역에 따른 민감도 분석도 진행했다.

표준용량, 아시아인에서 더 효과
먼저 NOAC 표준용량과 비타민K 길항제를 분석한 결과, NOAC을 복용한 아시아인과 비아시아인 모두에서 뇌졸중 및 전신성 색전증 예방효과가 뛰어났다(아시아 환자 odds ratio 0.65, P＜0.001 / 비아시아 환자 0.85, P＜0.001). 이를 인종으로 구분했을 때 효과는 아시아인에서 더 높았다(P interaction=0.045). 나머지 요소인 허혈성 뇌졸중, 심근경색증,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 등에서는 인종적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각각 P=0.673, 0.977, 0.219).

효과와 더불어 주요출혈 위험성도 아시아인에서 더 낮은 것으로 나왔다(아시아 환자 odds ratio 0.57, P＜0.001 / 비아시아 환자 P=0.143 / P interaction=0.004). 간신히 통계적 유효성을 넘은 효과분석과 달리 출혈에서는 압도적인 차이로 아시아인에서의 유의성을 검증했다. 그 밖에 출혈성 뇌졸중과 위장관출혈도 아시아인에서 더 낮았다(각각 P=0.046, 0.041). 두개강내출혈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낮다는 경향을 확인했다(P=0.059)<표>.

저용량은 인종 따른 차이 없어
이번 분석에서 또 하나의 이슈는 저용량을 사용했을 때의 결과다. 아시아 환자에서는 서양인보다 체중이 작기 때문에 저용량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분석에서 저용량은 인종에 따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뇌졸중 또는 전신성 색전증 예방에 있어 저용량 NOAC의 효과는 비타민K 길항제와 유사했으며, 아시아인이나 비아시아인 간 차이도 없었다(P interaction=0.353). 다만 저용량 NOAC을 썼을 때 비아시아인에서 심근경색이 비타민K 길항제군보다 많이 발생했고(odds ratio 1.28, P=0.010), 아시아인에서는 유사한 수준이었다(0.92, P=0.816). 그러나 이 역시도 인종 간 차이는 없었다(P interaction=0.352).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도 유사했다(P=0.934).

주요출혈, 두개강내출혈, 출혈성 뇌졸중, 위장관출혈 등 모든 출혈 이슈도 같은 양상이었다.
주 연구자인 Wang 교수는 논평에서 “이전에 나온 분석연구가 비타민K 길항제 대비 표준용량 NOAC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보여줬다면, 이번 분석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아시아인과 비아시아인에서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그중에서도 아시아인에 더 효과적이고 출혈위험에서도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에서 새롭게 발견된 특징은 위장관계 출혈 위험성 측면에서 아시아인은 적고 비아시인은 높다는 점이다. ROCKET AF나 ARISTOTLE 연구에서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결과는 있지만 인종으로 나눠 아시아인의 위장관계 출혈이 보고된 적은 없었다. 나아가 저용량 NOAC은 인종에 상관없이 비타민K 길항제와 유사한 효과를 냈다는 점도 참고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국내 리얼월드 데이터도 발표
대규모 아시아 등록 임상연구와 리얼월드 데이터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지난해 미의학저널(Am J Med)에는 8754명의 심방세동 환자들을 대상으로 NOAC(393명), 와파린(1428명), 아스피린(3600명)을 투여하고 3년간의 임상경과를 관찰한 연구가 실렸다. NOAC을 복용한 환자는 잘 조절된 와파린 치료군(TTR＞56.2%)과 비교해 허혈성 뇌졸중 위험을 낮췄으며, 두개내출혈 위험도 가장 낮게 나타난 바 있다.
국내에서는 박형욱 교수가 전남대병원에 내원한 1319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를 올해 유럽부정맥학회(EUROPACE)에서 발표한 바 있다. 그 결과 신기능에 관계없이 NOAC(다비가트란 267명, 리바록사반 59명) 치료군이 와파린 치료군보다 출혈위험이 낮았으며(P＜0.001), 신기능이 저하된(eGFR 60mL/min) 환자군에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심근경색, 새로운 뇌졸중의 발생을 포함한 종합적 결과도 더 우수했다.

박 교수는 “대규모 글로벌 연구를 통해 NOAC의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지만 실제 투약 환경에서도 검증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연구를 통해 신기능에 문제가 있는 환자 또는 고령 환자에게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인의 NOAC 효과가 뛰어난 이유에 대해 가톨릭의대 노태호 교수는 “아시아인이 서양인보다 뇌출혈이 더 잘생기고, INR 또한 낮게 유지하고 있는 치료패턴 때문에 나타날 수 있다고 추정을 할 수 있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내용은 없어 아직까지는 인종적 특성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면서 “향후 임상 연구를 통해 좀 더 연구돼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준 기자  sjpark@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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