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지질혈증은 고혈압·고혈당·비만 등 여타 심혈관 위험인자와 동반돼 상호작용하며 심혈관질환 위험을 가중시킨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발표한 ‘Dyslipidemia Fact Sheet in Korea 2015’ 자료에 따르면, 비만 환자의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62.2%, 복부비만의 경우 66.2%에 달한다<그림>. 당뇨병 환자의 경우 4명 중 3명(73.1%)이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했으며, LDL 콜레스테롤 100mg/dL 이상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10명 중 9명(92.4%)이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하고 있었다. 고혈압도 같은 양상이다. 고혈압 환자 3명 중 2명(62.8%)이, 대사증후군 환자는 3명 중 1명(32.1%)이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했다.

이 가운데 주목되는 현상은 비만과 이상지질혈증의 동반위험이다. 비만은 모든 만성질환 이환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은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는 식습관이 누적돼 왔다. 아시아 지역 농경사회에서 전통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았는데, 이러한 식이 자체가 복부비만 체형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식이 자체가 복부비만의 체형을 유도하고, 이로 인해 중성지방이 증가하는 전통적 특성을 나타낸다. 복부비만은 중성지방 수치를 증가시키고 중성지방이 상승하면 연이어 HDL 콜레스테롤이 낮아진다.

비만 → 인슐린저항성 →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 죽상동맥경화증
비만에서 죽상동맥경화증까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심혈관사건이 발생하는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만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성지방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동시에 small dense LDL이 많이 생기는 복합적 병태를 ‘공포의 삼중주’라 칭한다. 이를 복합형 이상지질혈증이라 하고, 또 다른 별칭으로는 죽상동맥경화증 호발성 이상지질혈증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 같은 질환특성이 비만·인슐린저항성·대사증후군 등과 모두 연관돼 있다. 비만은 인슐린저항성에 영향을 미치는데, 인슐린이 충분히 작용하지 못하면 지방세포에 축적돼야 할 유리지방산 상당수가 혈중으로 분비돼 간으로 전달된다. 요리재료를 듬뿍 받은 간은 중성지방이 다량 함유된 지단백 입자(VLDL, very low-density lipoprotein)를 과도하게 생산한다.

이로 인해 혈중 VLDL의 농도가 증가하면, 지단백 입자 간에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교환해 주는 CETP(cholesteryl ester transfer protein)는 VLDL의 과도한 중성지방을 LDL과 HDL로 전달한다. 중성지방 함량이 높아져 성상(성질)이 달라진 HDL은 조직이나 혈중에 존재하는 리파아제의 공격을 많이 받게 되고, 결국 그 수치가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LDL 역시 CETP의 매개로 중성지방이 많아지면 리파아제의 공격으로 입자가 작아지고 밀도는 올라가는 small dense LDL로 변하게 되는데, 이는 동맥경화나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결국 공포의 삼중주 배후에는 인슐린저항성, 이를 유도하는 비만 등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 요인들이 한 사람에게 겹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나쁜 체질로 변하는 것이다.

2015 ENDO 비만 약물치료 가이드라인
때문에 모든 심혈관 위험인자들이 같은 양상이지만,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 대사증후군 환자에서 비만은 반드시 잡아야 하는 치료 대상이다. 미국내분비학회(The Endocrine Society)는 올해 초 비만 약물치료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 심혈관 위험인자를 동반한 비만환자에서 각각의 약제투여 전략에 대한 권고안을 제시했다. 먼저 가이드라인은 비만인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고혈압 치료에 베타차단제보다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칼슘길항제(CCB)를 1차치료로 선택할 것을 주문했다.

과체중 또는 비만인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치료에는 메트포르민을 1차선택으로 GLP-1 수용체 작용제 또는 SGLT-2 억제제와 같이 혈당조절에 이어 체중감소 효과가 있는 약제들의 사용이 권고됐다. 가이드라인은 최근 국내외 승인된 신약을 비롯해 임상에서 처방 중인 비만치료 약제 각각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표>.

한편 가장 최근에 승인된 비만약물인 로카세린은 기존과 달리 심혈관계 부작용 위험이 없고 체중조절에 따른 혈압조절의 부가혜택도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이번 가이드라인에 심혈관질환 환자에게 처방 가능한 비만약물로 언급되고 있다.

이상돈 기자  sdlee@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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