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고혈압학회(이사장 김철호)는 한국인 고혈압이 당면한 최대의 난제로 노인 고혈압을 꼽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앞으로 10~20년 내에 노인 연령대에서 고혈압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머지 않은 시기에 고령화를 넘어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상황만 보더라도 65세 이상 고령 연령대의 고혈압 유병률이 50%를 웃돌고 있는 것이다. 노인인구 2명 중 1명은 고혈압이라는 것인데, 현재의 중·장년층이 고령에 진입하게 되는 향후 10~20년 시점에는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고령층에서 발병되는 고혈압은 젊은 연령대와 대비되는 독특한 유병특성으로 인해 치료가 상당히 힘들다. 노인 고혈압의 유병률은 높은 데 반해 치료, 즉 혈압 조절률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합병증 이환과 사망위험이 더 높고, 이에 따르는 막대한 의료·사회비용 부담도 늘고 있다.

노인 고혈압 상승세 보고
이러한 와중에 한국사회에서 노인 고혈압의 심각성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연구 하나가 의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덩달아 노인 고혈압 환자도 늘고 있다는 국내 역학조사 결과가 보고된 것이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김현창 교수팀이 국내 고혈압 환자들을 아형별로 분류해 유병률을 조사한 연구논문이 대한심장학회 저널 Korean Circulation Journal 2015;45:492-499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에서 우리나라 고연령대의 고립성 수축기 고혈압 유병률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고립성 또는 단독 수축기 고혈압은 노인 고혈압의 가장 대표적인 병태로 알려져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 보니
김현창 교수팀은 수축기와 이완기혈압이 심혈관질환 위험에 각각 다른 정도의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 “하지만 한국인에서 고혈압의 아형별 분류에 따른 임상 데이터는 제한적”이라고 연구배경을 밝혔다. 한국 성인인구에서 아형별 병태에 따른 유병률을 분석코자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1998~2012년 사이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토대로 20세 이상 성인의 고혈압 아형의 유병률을 측정했다. 환자들은 최종적으로 4개 고혈압 아형그룹으로 분류됐다. 먼저 항고혈압제 치료를 받는 고혈압 환자(Treated Hypertention)와 비치료 고혈압 환자(Untreated Hypertention)로 구분됐다. 비치료 그룹은 다시 고립성 수축기 고혈압(수축기혈압 ≥140mmHg / 이완기혈압 ＜ 90mmHg), 고립성 이완기 고혈압(수축기혈압 ＜ 140mmHg / 이완기혈압 ≥ 90mmHg), 수축기·이완기 고혈압(수축기혈압 ≥140mmHg / 이완기혈압 ≥ 90mmHg)으로 세부 분류됐다.

치료받는 고혈압 환자 꾸준히 증가
관찰결과, 2012년 기준으로 국내 고혈압 환자는 약 950만 명으로 조사됐다. 유병률은 26%로 국민 4명중 1명은 고혈압 환자인 셈이다. 연령별로는 20~29세 5%, 30~39세 9%, 40~49세 20%, 50~59세 35%, 60~69세 55%, 70~79세 63%, 80세 이상 71%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유병률이 급속하게 올라가는 모양세다. 가장 많은 환자가 있는 연령대는 50-59세로 238만 3324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치료받는 고혈압 환자는 60%였으며, 비치료 환자그룹에서 고립성 수축기 고혈압은 10%, 고립성 이완기 고혈압 17%, 수축기·이완기 고혈압은 12%를 차지했다. 우선 치료받는 고혈압 환자의 비율은 1998~2012년 사이 140만명에서 570만명으로 큰 증가세를 보인 반면, 치료되지 않은 고혈압 환자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변화가 없었다.

60~69세 단독 수축기 고혈압 15%
한편 한국인구의 고령화에 따라 노인 고혈압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과 2012년 사이 고립성 이완기 고혈압은 감소한 반면, 고립성 수축기 고혈압은 연령대가 높을수록(≥40세)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고립성 수축기 고혈압은 60세 이상 연령대(60~69세 14.6%, 70~79세 12.2%, 80세 이상 15%)에서 가장 흔하게 관찰됐다.

반면 고립성 이완기 고혈압은 50세 미만 연령대(40~49세 38.3%, 30~39세 59.9%, 20~29세 77.8%)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수축기·이완기 고혈압은 50~59세 연령대에서 17%로 흔하게 나타났다가, 그 이후 연령대에서는 10% 미만(60~69세 6.8%, 70~79세 3.2%, 80세 이상 1.4%)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표>.

노인 고혈압의 유병특성
연령이 증가할수록 수축기혈압이 상승하는 특성으로 인해 단독(고립성) 수축기 고혈압이 노인 고혈압의 가장 흔한 병태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완기혈압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일반적인데, 180/70mmHg와 같은 수치가 한 예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수축기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혈압을 조절하다 보면 이완기혈압도 갑자기 떨어져 기립성 저혈압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돌출될 수 있다. 임상현장에서 노인 고혈압의 치료에 애를 먹는 이유 중 하나다.

이상돈 기자  sdlee@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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