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항당뇨병제는 근본적인 혈당조절 효과와 더불어 부가적인 심혈관 보호효과를 요구받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80%가량이 심근경색증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에 의해 사망할 정도로 대혈관합병증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항당뇨병제의 심혈관 보호효과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고 있는 약제 중 하나는 DPP-4 억제제다.
일련의 실험연구를 통해 DPP-4 억제제 기전상의 GLP-1이 다양한 심혈관 위험인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시사돼 왔다. 서울의대 연구팀의 보고 역시 같은 맥락인데, 동물실험을 통해 DPP-4 억제제 시타글립틴이 손상된 경동맥의 신생내막증식을 억제해 궁극적으로는 혈관의 협착을 막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PLoS ONE 2012;7:e35007).

제2형 당뇨병과 죽상동맥경화증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만큼, 급성기 심뇌혈관질환으로 중재술 치료를 받는 당뇨병 환자들도 늘고 있다. 이 경우에 시술에 따른 병변혈관의 손상으로 신생내막증식이 활발히 이뤄지고, 이로 인해 재협착이 발생하는 사례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연구팀은 “DPP-4의 억제기전을 통해 혈관손상 후 재협작 위험을 막을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잠재적 항죽상동맥경화증의 가능성이 있는지 명확히 검증된 적이 없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에 근거해 DPP-4 억제제 시타글립틴(Des-Fluoro-Sitagliptin)이 풍선확장술에 따른 경동맥 손상 후 재협착 감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하고자 했다.

경동맥 내막·중막 증식억제
연구팀은 이를 위해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을 유발시킨 쥐를 실험모델로 삼아 시타글립틴(100, 250, 500mg/day) 치료를 적용하고, 이를 대조군(생리식염수) 치료와 비교했다. 치료는 경동맥 손상 1주일 전부터 시작됐으며, 손상 후 2주시점까지 이어졌다. 치료 후 3주시점에서 시타글립틴은 용량 의존적으로 유의하게 혈관손상 병변의 신생내막증식(intima-media ratio)을 억제하는 것이 확인됐다.

죽상동맥경화증 원인 평활근세포 억제
재협착 감소의 기전을 살펴보면, 평활근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특성이 작용했다. 평활근세포의 증식은 죽상동맥경화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시타글립틴 치료가 이 세포의 증식과 이동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임상연구서 확인된 항죽상동맥경화 효과
가장 최근에는 시타글립틴의 항죽상동맥경화 효과를 입증한 임상연구 결과가 보고돼 학계로부터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미국당뇨병학회지 Diabetes Care 2016;39:455-464에 게재된 SPIKE 연구에 따르면, DPP-4 억제제 시타글립틴은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고 인슐린 치료를 받고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경동맥내막중막두께(CIMT)의 진행을 지연시켰다.

일본 준텐도의학전문대학원의 Tomoya Mita 교수팀은 인슐린 치료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경구 혈당강하제의 추가치료를 통해 죽상동맥경화증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을지 평가하기 위해 전향적·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시타글립틴이 CIMT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심혈관질환 무병력 상태에서 인슐린 치료를 받고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 282명이 시타글립틴(142명) 또는 대조군(142명)으로 무작위 배정됐다. 1차 종료점은 치료·관찰 104주 시점에서 초음파로 측정된 평균 및 최대 CIMT의 변화를 평가했다.

평균 CIMT 유의하게 감소
시타글립틴 치료는 우선 혈당조절에 있어 대조군인 기존치료 대비 우수한 효과를 나타냈다. 당화혈색소(A1C)의 변화가 -0.5% 대 -0.2%(P=0.004)로 유의한 차이를 보인 가운데, 저혈당증과 체중증가의 상대위험도는 높게 관찰되지 않았다.

평균 CIMT의 변화는 시타글립틴군이 0.029mm 감소한 반면 대조군은 0.024mm 증가해 유의한 용적감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P=0.005). 최대 CIMT 변화(left maximum IMT) 역시 -0.065mm 대 +0.022mm로 시타글립틴군에서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감소가 관찰됐다(P=0.021).

심혈관 안전성 이미 입증
시타글립틴은 TECOS 연구를 통해 이미 심혈관 안전성을 검증받은 바 있다. 시타글립틴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심부전에 이르기까지 전체 심혈관사건에서 광범위한 안전성을 구비한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관심을 모았던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이 시타글립틴군과 위약군 모두에서 3.1%로 차이 없음을 보고하면서, 다른 DPP-4 억제제에서 제기됐던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의혹을 잠재웠다.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 사망률 역시 각각 7.3% 대 7.2%로 차이가 없었다.

연구는 50세 이상 제2형 당뇨병 환자 1만 4735명(ITT 분석 1만 4671명)을 시타글립틴 또는 위약군으로 분류해 심혈관 안전성을 평가했다.

심혈관 1차 종료점은 심혈관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비치명적 뇌졸중, 불안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의 최초 발생빈도를 평균 2.84년간 추적관찰했다. 3.0년(중앙값)의 관찰결과, ITT(intention-to-treat) 분석에서 1차 종료점 복합빈도는 시타글립틴군 11.4% 대 위약군 11.6%로 두 그룹 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심혈관 1차 종료점 결과에 있어서 위약군 대비 시타글립틴군의 비열등성이 검증된 것이다(hazard ratio 0.98, P=0.65).

이상돈 기자  sdlee@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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