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가이드라인의 홍수다. 최근 몇 년만 살펴봐도 2013년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비만학회(AHA·ACC·TOC) 비만 성인관리 가이드라인, 2014년 미국보훈부·국방부(VA/DoD) 비만 가이드라인, 2014·2015년 유럽비만학회(EASO) 성인 비만관리 성명서 및 가이드라인, 2015년 미국내분비학회(ENDO) 비만 가이드라인, 2015년 영국립임상보건연구원(NICE) 소아청소년 비만 가이드라인 등이 발표됐다.

다수의 가이드라인은 비만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비만은 주요 사인인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라는 점이 널리 알려져 있고, 이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높은 의료자원 소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여성은 중년, 특히 폐경 이후 체중이 증가하는데 사회고령화 경향은 잠재적 비만 유병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비만 관련 학회들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소아청소년에서 증가하고 있는 비만 유병률이 성인 환자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올해 발표된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내분비학회(ACE) 가이드라인은 현재까지 제시된 비만 관리전략을 확인할 수 있도록 내용을 정리했고 동시에 임상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알고리듬도 정립했다.

거듭 강조되는 비만 위험도·증가세
2016 AACE·ACE 비만 관리 가이드라인에서는 비만 치료에 관심이 모이는 배경부터 설명했다.
비만이 당뇨병 고위험군(대사증후군, 전기 당뇨병), 제2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심혈관질환 및 심혈관 사망위험, 비알코올성지방간, 다낭성난소증후군, 불임, 갑상선항진증,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천식 및 반응성 기도질환, 골관절염, 절박성 요실금, 위식도역류질환, 우울증 등 주요 만성질환을 포함해 폭넓은 질환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비만 유병률은 지난 30여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현재 세계적으로 5억여 명이 비만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소아청소년층의 비만 유병률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성인 3분의 2가 과체중 또는 비만이고, 3명 중 1명은 비만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건경제적 부담으로 직결됐다. 미국 자료 분석결과 환자 1명당 연간 3559달러가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치료의 목적과 기준
비만이 다수의 만성질환과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과체중 또는 비만 치료의 목적은 단순히 타깃 체중감량에 그치지 않는다. AACE·ACE 가이드라인에서는 비만 치료의 주요 목적으로 비만 관련 합병증 예방 및 환자상태 개선을 제시했다.

실제 임상현장에서의 관리를 위해 가이드라인에서는 비만 관리전략을 1, 2, 3차예방으로 분류해 각 목적에 맞는 관리전략을 제시했다. 1차예방은 과체중 및 비만 예방, 2차예방은 과체중 또는 비만과 관련된 합병증 예방, 3차예방은 체중 관련 합병증 완화 또는 제거 및 질환진행 예방을 목적으로 체중감량 치료를 권고했다.

각 단계별 관리전략은 1차예방에서는 생활습관개선을 필두로 한 생활환경 구축, 2차예방에서는 BMI 측정을 통한 선별검사 및 합병증 진단, 생활습관개선 및 체중감량 약물치료, 3차예방을 위해서는 생활습관개선과 함께 약물요법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모든 환자들의 BMI는 선별검사 후 매년 평가하도록 했다.

비만의 구분은 2014년 AACE·ACE 공동위원회가 제시한 내용을 그대로 담았다. 가이드라인에서는 비만을 만성질환으로 강조함과 동시에 관련된 합병증 위험도를 함께 평가하도록 했다. 정상과 과체중·비만을 나누는 기준(cut-off)은 BMI 25kg/㎡ 이상 또는 인종에 따라서는 23kg/㎡ 이상으로 했고, 이후 BMI와 합병증 유무에 따라 과체중, 비만 Ⅰ단계, 비만 Ⅱ단계, 비만 Ⅲ단계로 구분했다.

과체중 및 비만 약물요법
약물요법으로는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5개 약물을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각 약물요법에 대한 권고사항 제시에 앞서 과체중 및 비만 환자에 대한 약물요법은 생활습관개선과 반드시 병용할 것을 전제했다.

5개 약물은 날트렉손 ER/부프로피온 ER(제품명 콘트라브), 리라글루타이드(삭센다), 로카세린(벨빅), 펜터민/토피라메이트 ER(큐시미아), 올리스탯(제니칼)을 꼽았다. 날트렉손 ER/부프로피온 ER은 32/360mg 경구용이고, 리라글루타이드 3mg은 피하투여, 로카세린은 20mg 경구용, 올리스탯은 360mg 경구용, 펜터민/토피라메이트 ER은 7.5/46mg, 15/92mg 두 가지 용량으로 경구투여 한다.

주요 임상시험을 분석한 결과 각 약물의 임상시험에 포함된 환자들의 연령대는 40~50대였고, 베이스라인 BMI는 36kg/㎡였다. 체중감량 비율은 날트렉손/부프로피온은 8.1%(위약군 1.8%), 리라글루타이드 3mg군은 9.2%(위약군 3.5%), 로카세린은 7.9%(위약군 4%), 올리스탯은 8.78%(위약군 4.26%), 펜터민/토피라메이트 7.5/46mg군은 9.6%, 15/92mg군은 12.4%(위약군 1.6%)로 전반적으로 위약 대비 유의한 효과를 보였다. 체중이 5%, 10% 감소한 비율도 위약 대비 유의한 격차를 보였다.

비만 합병증 관리전략
약물별 특징 설명과 함께 비만과 연관된 합병증 관리에 대한 내용도 별도로 정리했다.
우선 대사증후군 또는 전기 당뇨병 등 제2형 당뇨병 고위험 양상을 동반한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는 식습관을 중심으로 한 생활습관개선을 시행한다. 타깃 체중감량 수치는 10%다.

약물요법이 필요할 경우 펜터민/토피라메이트, 리라글루타이드 3mg, 올리스탯을 투여한다. 전기 당뇨병을 비롯 고위험 환자에서 생활습관개선 또는 체중조절 약물이 효과가 없을 경우에는 메트포르민, 아카보스, 티아졸리딘디온 투여를 고려할 수 있다.

제2형 당뇨병 동반 환자에서는 당뇨병 유병기간에 상관없이 약물요법을 포함한 체중감량 치료를 시행한다. 이와 함께 혈당, 지질, 혈압 관리를 위해 체중감량 약물요법을 고려해야 한다. BMI 30kg/㎡ 이상인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생활습관개선과 약물요법으로도 타깃 체중과 임상 아웃컴에 도달하지 못하면 베리아트릭수술 등 수술적 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관리 시에도 각각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비만치료를 병행한다. 단 심혈관사건 또는 심혈관질환 환자의 수명연장을 목적으로 한 체중감량 요법은 권고하지 않았고, 약물요법을 통한 심혈관 아웃컴에 대한 근거는 없다.

다낭성난소증후군에서도 5~15%의 체중감량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갑상선 항진증, 인슐린 저항성, 고이상지질혈증 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체중감량 약물요법으로는 올리스탯, 메트포르민, 리라글루타이드를 단독 또는 병용요법으로 투여한다. 필요할 경우 복강경, 루와이(Roux-en-Y)위장관수술을 고려한다. 이 외 수면무호흡증, 천식/반응성기도질환, 골관절염, 절박성요실금, 위식도역류질환(GERD) 치료에서도 체중 7~10% 감량은 주요한 전략으로 제시됐다. 비알코올성지방간질환(4~10%), 간염증, 간세포손상, 간섬유화(10~40%)일 때도 체중감량이 필요하다. 한편 우울증에 대한 비만 치료효과는 명확하지 않다.

임세형 기자  shlim@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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