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多事多難)했던 2016년, 의학계에도 많은 진보와 논쟁이 있었다. 특히 심혈관계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내분비 및 순환기 학계에서는 의학사의 획을 그을만한 혁신적인 연구와 기술적 진보가 대거 선을 보여 임상의와 의학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도 했다. 의학사의 전환점이 될만한 2016년 순환기·내분비계의 톱뉴스를 선정·정리했다.

1. 엠파글리플로진, 심혈관질환 사망률 감소 적응증 승인

EMPA-REG OUTCOME

12월 2일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제2형 당뇨병·심혈관질환 환자의 심혈관 사망위험 감소에 엠파글리플로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적응증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혈당·지질·혈압과 같은 표지자(marker)의 조절에서 더 나아가 궁극적인 심혈관 임상결과(clinical outcome)를 예방할 수 있는 약제로 인정받은 것.

이로써 SGLT-2 억제제 계열의 경구 혈당강하제 엠파글리플로진은 지질치료제 스타틴과 RAS 억제제 등 항고혈압제에 이어 심혈관질환 예방약물로 기록되며 내분비계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항당뇨병제로서는 처음이다.

SGLT-2 억제제는 신세뇨관에서 포도당 재흡수 막아 소변으로 배출되도록 하는 기전이다. 인슐린과 독립적인 작용기전으로 저혈당증 위험이 낮고 칼로리 손실 및 삼투압 이뇨작용까지 가능해 혈당은 물론 체중과 혈압조절에도 다면발현효과(pleiotropic effects)를 발휘한다.

이 같은 다중작용기전으로 인해 엠파글리플로진은 EMPA-REG OUTCOME 연구를 통해 위약 대비 심혈관사건 위험을 유의하게 감소시킬 수 있었다(심혈관 사망·심근경색증·뇌졸중 복합빈도 14%↓, 심혈관 사망률 38%↓, 전체 사망률 32%↓, 심부전 입원율 35%↓).

이를 근거로 미국당뇨병학회(ADA)는 올해 가이드라인에서 SGLT-2 억제제의 약제특성으로 '심혈관사건 및 사망률 감소'를 명시했다.

유럽심장학회(ESC)는 최근 발표된 심혈관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에서 "제2형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동반 환자의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위험 감소를 위해 초기에 SGLT-2 억제제를 고려한다"고 권고했다.

FDA는 이를 이어받아 항당뇨병제의 심혈관질환 예방 적응증을 승인하며 화룡점정(畵龍點睛)으로 한해를 마무리했다.

2. 항당뇨병제, 심혈관 안전성에서 예방으로 패러다임 전환

IRIS, LEADER, SUSTAIN-6

로시글리타존 파동으로 FDA는 항당뇨병제 승인조건으로 심혈관 안전성 검증을  요구했다. 

심혈관질환 예방에 기여해야 할 혈당강하제들이 심혈관 안전성부터 증명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

DPP-4 억제제 삭사글립틴(SAVOR-TIMI 53), 알로글립틴(EXAMINE), 시타글립틴(TECOS), GLP-1 수용체 작용제 릭시세나타이드(ELIXA) 등은 임상연구를 통해 심혈관 안전성을 확인했다. 

결과는 "심혈관질환 위험 늘리지도 줄이지도 않는다"는 중립적 효과였다.

다만 항당뇨병제를 통한 혈당조절을 통해 대혈관합병증(심뇌혈관질환)까지 줄일 수 있는 지는 일관된 결론이 없었다. 이 벽을 처음 깬 것이 엠파글리플로진의 EMPA-REG OUTCOME 연구다.

메트포르민은 UKPDS 연구에서 대혈관합병증 예방 가능성을 검증받은 바 있다. 올해에는 피오글리타존(IRIS), 리라글루타이드(LEADER), 세마글루타이드(SUSTAIN-6) 임상연구에서 심혈관사건 예방결과가 나오면서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이 예상된다.

'혈당조절 = 심혈관질환 예방'의 공식이 성립하면서 내분비계와 순환기의 경계에도 교집합이 늘고 있다.

3. PCSK9 억제제, 연 2~3회 투여로 LDL-C 해결?

GLAGOV, ORION-1

강력한 LDL 콜레스테롤 저하효과의 'PCSK9 억제제'가 기존과 차별화되는 기전을 추가로 선보이면서 'PCSK9 기반요법'으로 확장해가고 있다. 대표적인 PCSK9 억제제인 에볼로쿠맙은 LDL 수용체 분해에 관여하는 PCSK9의 활성을 차단하는 기전이다.

올해 말 발표된 GLAGOV 연구에서 LDL 콜레스테롤을 최대 20mg/dL까지 저하시키는 강력한 지질조절 효과에 더해 죽상동맥경화증의 퇴행을 통한 심혈관질환 예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스타틴 치료를 받고 있는 관상동맥질환 환자에게 에볼로쿠맙을 더한 결과 강력한 지질조절과 함께 죽상경화반이 1% 퇴행했다.

80주에 달하는 치료·관찰에서 에볼로쿠맙 요법을 통해 최대 20mg/dL대까지 LDL 콜레스테롤을 낮출 수 있었고, 이렇게 콜레스테롤이 낮게 조절된 환자그룹에서 죽상경화반 퇴행의 혜택이 더 크게 나타났다.

한편 간에서 PCSK9의 합성 자체를 억제하는 새로운 PCSK9 억제제 인클리시란의 2상 임상연구도 주목된다. ORION-1 연구에서 인클리시란 1회 300mg 단독투여 시에 50%대의 LDL 콜레스테롤 감소효과가 6개월 시점까지 이어져 장기적이고 강력한 지질조절 효과를 선보였다.

이를 근거로 학계에서는 연 2~3회 투여로 LDL 콜레스테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를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4. "노인 고혈압, 집중 혈압조절 더 좋다"

SPRINT

임상의에게 딜레마를 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노인 고혈압이다. 고령 고혈압의 특성으로 인해 젊은 연령대의 건강한 성인에게 적용하는 잣대를 그대로 들이댔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전문가들은 노인 고혈압의 치료와 관련해 "단독(고립성) 수축기 고혈압과 기립성 저혈압으로 인한 사망위험 등을 고려해 특성화된 전략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인 고혈압의 대표적인 유병특성은 수축기혈압만 상승하는 단독 수축기 고혈압이 흔하다는 것. 이 경우 수축기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적극 강압시키면, 이완기혈압도 떨어져 기립성 저혈압으로 인한 골절 또는 사망위험이 돌출될 수도 있다.

때문에 학계는 노인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과 관련해 수축기혈압 150mmHg 전후를 두고 논쟁 중이다.

고령층 혈압조절 강도에 대한 논쟁은 SPRINT를 통해 다시 한 번 전환점을 맞았다. JAMA 2016;315:2673-2682에 게재된 SPRINT 하위분석 결과는 고령층에서 적극적인 혈압조절의 임상혜택을 잘 보여주고 있다.

SPRINT 연구는 고령층 인구가 다수 포함됐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주목을 받았다. 대상환자들의 평균연령은 67.9세였으며, 75세 이상 고연령층도 30% 가깝게 포함됐다.

SPRINT 연구팀은 이들 75세 이상 연령대 환자그룹을 별도로 떼어내 하위분석을 실시, 120mmHg 미만 조절의 임상혜택을 검증했다.

총 2636명을 3.1년 관찰한 결과, 집중 혈압조절군(120mmHg 미만)은 표준조절군(140mmHg 미만) 대비 심혈관사건 발생률을 34% 낮췄다(hazard ratio 0.66, 95% CI 0.51-0.85). 전체 사망률도 33% 낮았다(0.67, 0.49-0.91]). 이상반응으로는 저혈당과 실신이 71%와 23% 더 발생했지만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5. 폐경호르몬요법, 타이밍이론 확증

ELITE

폐경 후 여성의 호르몬대체요법(hormone replacement therapy, HRT)과 관련해서는 이른바 타이밍이론(timing theory)을 뒷받침해주는 연구결과가 올해 새롭게 발표됐다.

폐경 후 어느 시점에서 치료를 시작하느냐에 따라 심혈관 혜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타이밍이론은 과거의 부작용 위험론을 일부 불식시키고 호르몬요법의 조기적용을 지지하는 근거로 자리하고 있다.

NEJM 2016;374:1221-1231에 게재된 ELITE 연구에 따르면, 폐경 후 6년 이내에 경구 호르몬요법을 시작할 경우 위약 대비 죽상동맥경화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폐경후 10년이 넘어서야 호르몬요법을 시작한 여성에서는 위약 대비 죽상동맥경화증 억제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ELITE 연구를 통해 폐경 후 호르몬요법의 안전성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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