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들이 스타틴 치료영역의 틈새를 성공적으로 공략하며 반전을 도모하고 있다. 에제티미브와 PCSK9 억제제가 스타틴의 LDL 콜레스테롤 저하효과를 보완하라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했다면, 피브레이트나 오메가-3지방산 등은 스타틴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중성지방(TG) 또는 HDL 콜레스테롤 영역을 정조준하고 있다.

특히 고중성지방혈증이나 저HDL콜레스테롤혈증 등 특정 환자그룹에서 페노피브레이트와 오메가-3지방산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규명한 연구들이 연이어 선을 보이면서 맞춤 지질치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LDL·고TG·저HDL이 혼재된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이 많아 치료가 어렵고 심혈관질환 위험이 더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치료선택의 확장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페노피브레이트

중성지방 저하기전의 페노피브레이트는 고중성지방혈증·저HDL콜레스테롤혈증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검증받았다.

JAMA Cardiology 2016년 12월 28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 ACCORDION 연구에서는 스타틴 + 페노피브레이트의 초기치료가 10년에 걸쳐 심혈관 임상혜택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돼, 스타틴만의 자랑으로 여겨졌던 'legacy effects'까지 엿볼 수 있었다.

지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피브레이트 제제는 중성지방을 20~50%까지 낮추며 HDL 콜레스테롤은 10~20%가량 증가시킨다. 특히 중성지방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에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미국당뇨병학회(ADA)나 유럽심장학회(ESC) 등이 고TG·저HDL의 이상지질혈증 환자 치료에 페노피브레이트를 권고하고 있다.

ACCORD-Lipid

페노피브레이트는 ACCORD-Lipid 연구의 일부 환자그룹에서 1차적으로 심혈관 임상혜택을 입증했다. 스타틴으로 치료받고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페노피브레이트와 위약군으로 나눠 치료·관찰한 결과, 4.7년 시점에서 심혈관사건 발생 빈도가 연간 2.2% 대 2.4%(hazard ratio 0.92, P=0.32)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NEJM 2010;362:1563-1574).

연구팀은 특정 하위그룹 결과에 주목했다. 중성지방 204mg/dL 이상·HDL 콜레스테롤 34mg/dL 이하인 하위그룹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페노피브레이트 병용군의 심혈관사건 빈도가 위약군에 비해 유의하게 감소했다.

ACCORDION

미국 테네시대학의 Marshal B. Elam 교수팀은 페노피브레이트의 장기적인 심혈관 임상혜택을 평가하기 위해 ACCORD-Lipid 연구종료 후 5년을 추가적으로 관찰했다.

ACCORDION으로 명명된 이 연구는 ACCORD-Lipid의 4.7년에 5년을 더해 총 9.7년의 페노피브레이트 초기치료 혜택을 관찰한 결과다.

연구는 ACCORD-Lipid에 참여했던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4644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ACCORD-Lipid 종료 후에도 페노피브레이트 병용요법을 지속했던 환자는 4.3%에 불과했다.

즉 연구종료 후 5년 관찰에서는 시험군과 위약군의 차이가 소실된 것이다. 그럼에도 페노피브레이트 초기치료의 임상혜택이 장기적으로 유지되느냐를 보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었다.

총 9.7년의 관찰결과, 페노피브레이트 병용군의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가 스타틴 단독군에 비해 7% 낮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hazard ratio 0.93, P=0.25).

ACCORD-Lipid의 4.7년 관찰과 같은 양상이었다. 반면 고중성지방혈증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 하위그룹을 대상으로 한 분석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중성지방 204mg/dL 이상·HDL 콜레스테롤 34mg/dL 이하인 하위그룹에서 페노피브레이트 치료군의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가 위약군에 비해 27% 낮아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hazard ratio 0.73, 95% CI 0.56-0.95).

ACCORD-Lipid에서 관찰된 고TG·저HDL 환자에 대한 페노피브레이트의 심혈관 임상혜택이 10년 시점까지 유지된 것이다.

Elam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고중성지방혈증·저HDL콜레스테롤혈증의 당뇨병 환자에서 페노피브레이트 치료를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재확인됐다"며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해야겠지만, 당뇨병성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페노피브레이트 추가치료가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메가-3지방산

중성지방을 감소시키는 오메가-3지방산은 메타분석을 통해 관상동맥질환 위험감소 혜택을 보고했다.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와 전향적 코호트 관찰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오메가-3지방산의 관상동맥질환 위험감소 효과가 중성지방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고위험군에서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오메가-3지방산은 주로 중성지방을 감소시키고 혈전생성을 억제하며 항염증 작용과 함께 산화질소(NO)를 증가시켜 동맥경화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 유럽동맥경화학회(EAS) 등이 중성지방 저하 치료에 오메가-3지방산을 권고하고 있다.

메타분석

JELIS(Lancet 2007;369:1090-1098)와 GISSI(Lancet 1999;354:447-455) 연구 등에서 오메가-3지방산의 심혈관 임상혜택이 검증된 바 있지만, 이후 일관된 결론이 어려웠다.

이에 미국 에피드슈타트연구원의 Dominik D. Alexander 교수팀은 메타분석을 통해 오메가-3지방산 치료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평가, 그 결과를 Mayo Clin Proc. 2017;92:15-29에 게재했다.

1947~2015년 보고된 총 18개의 RCT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 오메가-3지방산(EPA + DHA) 치료는 대조군에 비해 관상동맥질환 상대위험도를 6% 낮췄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는 아니었다(relative risk 0.94, 95% CI 0.85-1.05). 반면 고중성지방혈증·고LDL콜레스테롤혈증 환자그룹에서는 유의한 상대위험도 감소를 나타냈다.

기저시점에서 중성지방 수치가 150mg/dL 이상으로 높았던 하위그룹의 경우, 오메가-3지방산의 관상동맥질환 상대위험도가 대조군 대비 16% 유의하게 낮았다(relative risk 0.84, 95% CI 0.76-0.98).

LDL 콜레스테롤 기저치가 130mg/dL 이상으로 높았던 환자그룹에서도 14% 유의한 상대위험도 감소를 나타냈다(relative risk 0.86, 95% CI 0.76-0.98).

한편 총 16개의 전향적 코호트 관찰연구를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에서는 오메가-3지방산의 관상동맥질환 상대위험도가 18% 낮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relative risk 0.82, 95% CI 0.74-0.92).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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