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증후군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남자 40mg/dL·여자 50mg/dL 이하이면서 혈압(≥130/85mmHg), 혈당(≥100mg/dL), 중성지방(≥150mg/dL)은 높고 복부비만(허리둘레 남 ≥90cm, 여 ≥85cm)인 경우를 말하는데 이 중 세 가지 이상의 증상이 있으면 진단할 수 있다.
고혈압·고혈당·이상지질혈증·비만 등의 심혈관 위험인자가 동시에 다발하는 병태를 대사증후군이라 부른다. 문제는 이처럼 심혈관 위험인자가 겹쳐서 발현되면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위험이 급증한다는 데 있다.

Multiple Risk Factors
근거중심의학이 도입된 이후 심장학계는 심혈관 위험인자들이 두 개 또는 그 이상 동시다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을 목도했다. 또한 이렇게 위험인자들이 동반될 때 심혈관질환 위험이 배가된다는 것을 관찰하기에 이른다.

대사증후군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드러낸 대표적 사례는 INTERHEART 연구다(Lancet 2004;364:937-952). 다중 위험인자의 발현이 심근경색증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다. 개별인자로 볼 때 심근경색증 위험도는 흡연 2.9배, 당뇨병 2.4배, 고혈압 1.9배였다. 하지만 이들 3개 인자가 동시에 발현되는 경우 위험도가 13.0배까지 급증했다. 흡연, 당뇨병, 고혈압에 지질이상까지 합쳐지면 위험도는 42.3배, 여기에 복부비만이 더해지면 위험도가 68.5배로 높아진다. 위험인자 수에 따른 심혈관질환 위험이 ‘1 + 1 = 2’라는 단순한 산술적 합산과 다르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Syndrome X
이러한 관찰에 근거해 대사증후군 개념이 등장했다. 1980년대 미국 스탠포드의대 Gerald Reaven 교수는 고혈압·고지혈증·고혈당·비만 등이 한 환자에게 집중될 경우 심혈관질환 발생확률이 크게 증가하고, 이는 인슐린 저항성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을 X증후군(syndrome X)이라 명명했다.

의학계는 이후 심혈관 위험인자가 서로 영향을 미쳐 죽상동맥경화증의 발생 및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심혈관질환 위험증가의 궁극적인 원인이라는 사실까지 입증했다. 21세기 들어 심혈관 위험인자의 동시발현 현상의 실체를 놓고 열띤 논쟁을 거친 학계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의 집합체로 대사증후군을 정의하고, 개별 위험인자에서 다중 위험인자의 관점으로 치료의 패러다임을 옮기게 된다.

Global Risk Management
이제 대사증후군, 즉 여러 심혈관 위험인자가 동시에 발현되는 ‘다중 심혈관·대사성 위험인자의 집합체’가 존재하며, 이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는 데는 학계의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왜?’라는 질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심혈관 위험인자의 병태생리에 대한 좀 더 면밀한 관찰이 요구된다.

심장학 전문가들은 다중 위험인자 발현 시 심혈관질환 위험이 배가되는 이유를 위험인자 간 상호작용에서 찾고 있다.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고혈당 등이 동반된 상태에서 인자 간 상호작용을 통해 심혈관질환의 기저 병리상태인 죽상경화증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죽상동맥경화증의 발생과 진행은 심혈관 위험인자들이 내피세포이상을 초래해 죽상동맥경화성 혈관환경(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을 만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등장한 치료개념이 바로 ‘global risk management’라 불리는 심혈관 위험인자 종합관리 패러다임이다. 기존의 개별 위험인자가 아닌 집합체의 전체 심혈관질환 위험도(global cardiovascular risk) 관점에서 치료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이상지질혈증·고혈압·고혈당·비만 등 각각의 위험인자에서 더 나아가 이들의 집합체에서 기인하는 전체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예측하고, 이에 기반해 치료시작과 치료선택 등 제반 전략을 짜게 된다.

이 경우 고혈압 환자에서 지질이나 혈당을 측정해 위험인자 또는 여타 질환의 동반현상을 관찰하고, 총체적인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고려해 추가적인 치료가 적용될 수도 있다. 다른 개별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환자에서도 마찬가지다. 향후의 죽상동맥경화증 또는 죽상동맥경화성 혈관질환에 미칠 위험성을 사전에 예측한 후, 정상 또는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 단계에서부터 조기에 적극적인 위험인자 관리가 이뤄진다.

Combination Therapy
대사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심혈관 위험인자 종합관리 패러다임은 다중약물요법, 즉 약물치료 병합요법과 직결된다. 대사증후군의 병태생리를 고려한다면, 고혈당·고혈압·이상지질혈증·비만 등을 동시에 종합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다중약물요법은 필수적인 치료전략이다.

그런데 다중 위험인자 관리를 위한 약물치료 병합요법의 임상적용을 위해서는 명확한 개념정리가 전제돼야 한다. 심혈관 위험인자 관리에서 병합요법은 다중 위험인자의 발현과 이들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죽상동맥경화증의 악화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급격히 증가시킨다는 데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약물 병합요법의 개념은 위험인자의 조절과 함께 동맥경화를 악화시키는 혈관의 구조적·기능적 변화의 억제 및 개선까지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어떤 약제를 선택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 고혈압은 혈압, 고혈당은 혈당, 이상지질혈증은 지질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부가적인 혜택, 즉 심혈관보호효과를 갖는 약물들이 새로운 선택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약물들을 의미한다.

The More
약물치료 병합요법의 임상적용은 단일 위험인자를 공략할 때도 마찬가지다. 고혈당,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은 증후군으로 볼 때나 개별인자로 볼 때나 모두 병합요법의 대상이다. 각각의 위험인자 모두가 병태생리학 측면에서 다양한 발병루트를 갖고 있다. 따라서 하나의 기전만 공략하는 단독요법으로는 위험인자의 파상적인 공격을 막아내기 힘들다.

위험인자의 공격에 맞서기 위한 병합요법에는 약물 간 상호보완 기전이 최우선 기준으로 작용한다. 유효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s)를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항고혈압제·항당뇨병제·지질치료 분야 모두에 각기 다른 계열의 약물을 초기부터 병용해 사용하도록 권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항고혈압제 분야에서는 RAS(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계) 억제제 + 이뇨제, RAS 억제제 + 칼슘길항제(CCB), 이뇨제 + CCB, 베타차단제 + 이뇨제, CCB + 베타차단제 등의 조합이 제시되고 있다. 당뇨병 치료에서는 인슐린 분비능 저하와 저항성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병용선택이 주를 이룬다. 메트포르민을 필두로 설폰요소제,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등을 더하는 조합이다. 지질치료 분야에서는 홀로 외로운 싸움을 벌이던 스타틴의 지원군으로 비스타틴계 약물의 근거가 축적되면서 뒤늦게 병용요법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The Earlier
심혈관 위험인자 조절에 있어서는 ‘the earlier, the better’의 접근법도 통설로 자리하고 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인데, ‘legacy effects’ 개념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공론화되고 있는 ‘legacy effects’ 가설은 빨리 치료하고 효과는 길게 가져간다는 의미로, 고혈당·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의 임상연구를 통해 실존을 입증받았다.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초기에 적극적 혈당조절을 통해 20년에 가까운 장기적 심혈관 임상혜택을 확인한 UKPDS 연구가 대표적이다. 스타틴 초기치료를 통해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심혈관질환 1차예방 혜택을 검증한 ASCOT-LLA와 WOSCOPS 연구도 같은 혈통이다. 당뇨병 환자에서 조기 혈압치료의 임상혜택을 보고한 ADVANCE 연구도 빼놓을 수 없다. ADVANCE와 ADVANCE-ON 연구에서는 5년시점에서 확인된 미세혈관합병증 위험감소 효과가 10년 이상 장기간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HOPE-3, JUPITER 연구 등은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조기에 혈압이나 지질치료에 임할 경우 심혈관질환 1차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이상의 연구들은 초기에 심혈관 위험인자를 잘 다스려 두면, 그 효과가 두고 두고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The Lower
심혈관 위험인자 조절과 관련해 또 한 가지 중요한 전략적 선택은 최대한 낮게 조절한다는 것이다. 최근 지질치료, 특히 LDL 콜레스테롤 조절에서 ‘the lower, the better’ 접근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강력한 지질저하 효과로 무장한 비스타틴계 신약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lower is best’ 전략의 임상혜택을 극대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모든 지질 가이드라인에서 LDL 콜레스테롤 저하를 지질치료의 1차목표로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심혈관사건 위험감소를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LDL 이론’을 의미한다. 지질치료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약제의 특성보다는 LDL 콜레스테롤 강하 자체에서 기인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어떠한 약제 또는 전략을 사용하든 LDL 콜레스테롤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우선이다.

스타틴이 지질치료의 독보적인 존재였던 시대에는 대부분의 가이드라인이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게 LDL 콜레스테롤을 70mg/dL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했다. 스타틴 치료와 심혈관 임상혜택의 상관관계를 검증한 임상연구를 모아 메타분석 결과, LDL 콜레스테롤 50mg/dL 미만·50~75mg/dL·75~100mg/dL로 치료가 이뤄진 그룹의 주요심혈관사건 위험이 175mg/dL 이상 그룹과 비교해 각각 56%, 49%, 44%씩 유의하게 낮았다. LDL 콜레스테롤 75~100mg/dL 그룹과 비교해서도 50mg/dL 미만 조절그룹의 심혈관사건 위험은 19%까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감소를 보였다.

최근에는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 중 LDL 흡수억제제 에제티미브와 PCSK9 억제제가 연이어 등장하면서 LDL 콜레스테롤 조절의 한계는 50mg/dL 미만에서 20mg/dL대까지 타당성을 검증받고 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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