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LDL 콜레스테롤(LDL-C) 저하효과의 PCSK9 억제제가 기존과 구별되는 별도의 경로·기전을 추가로 선보이면서 PCSK9 기반요법으로 파이를 확장하고 있다.

에볼로쿠맙·알리로쿠맙 등 기존 PCSK9 억제제가 LDL 수용체 분해에 관여하는 PCSK9의 활성을 차단하는 기전이었다면, 이 단백질이 간에서 합성되는 것 자체를 억제하는 새롭고 독특한 기전의 약물이 등장했다.

성분명 인클리시란(inclisiran)으로 불리는 새로운 PCSK9 억제제로, 1상에 이어 2상 임상연구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보고하면서 3상을 거쳐 승인에 골인하기까지 잰걸음을 걷고 있다.

지질치료史
미국심장학회(ACC)는 지난해 ‘LDL 콜레스테롤 저하치료에서 비스타틴계 요법’에 관한 전문가합의문을 발표, 과거 찬밥신세였던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의 임상 역할을 인정했다.

ACC는 최대용량 스타틴 치료에도 기저치 대비 50% 이상 LDL 콜레스테롤 감소가 없을 경우, 비스타틴계 전략을 고려하도록 권고했다. 구체적으로는 ASCVD 환자의 2차예방에 비스타틴계 1차선택으로 에제티미브, 2차 또는 대체전략으로 PCSK9 억제제를 내세웠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서 집중 지질조절을 통한 관상동맥질환 2차예방의 성과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사(史)에 가장 큰 족적으로 기록된다. 스타틴은 여러 임상연구를 근거로 임상적용을 늘려가며 지질조절과 심혈관질환 예방 측면에서 새로운 역사를 기록해 나갔다.

비스타틴계 부침
그럼에도 스타틴 최대내약용량으로 지질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거나 불내약성을 보이는 환자, 더 나아가 스타틴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상지질혈증 병태를 커버하기 위한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들이 꾸준히 개발돼 왔다.

중성지방(TG) 개선기전의 나이아신과 피브레이트, HDL 콜레스테롤(HDL-C) 조절기전의 CETP 억제제에서 LDL 콜레스테롤 강하기전의 에제티미브와 PCSK9 억제제에 이르기까지 비스타틴계 약물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해왔다.

PCSK9 기반요법
이 가운데 피브레이트, 에제티미브, PCSK9 억제제가 두각을 나타내는 주자들이다. 특히 PCSK9 억제제는 강력하고 지속적인 LDL 콜레스테롤 조절기전으로, 스타틴을 보완하고 지질치료를 완성할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독특한 기전에 따른 유효성과 안전성의 임상근거들을 속속 소화해가며 살을 찌우고 있다. 현재 PCSK9 억제제는 미국과 유럽, 한국 등에서 지질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을 승인받은 상태다.

PCSK9 활성억제제, 강력·지속 효과
지난해 AHA 연례학술대회(AHA 2016)에서는 PCSK9 억제제 에볼로쿠맙의 강력한 지질조절 효과와 심혈관 임상혜택 가능성을 시사하는 GLAGOV 연구가 발표됐다. 에볼로쿠맙은 PCSK9 단백질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기전으로 월 1회 요법이 지질저하를 넘어 죽상동맥경화증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는지를 검증받았다.

이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강력한 LDL 콜레스테롤 조절효과와 심혈관질환 예방 가능성이다.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경우, 지질이상에서 시작해 죽상동맥경화증을 거쳐 심혈관질환에 이른다. 따라서 죽상동맥경화증을 퇴행시킨다는 것은 심혈관질환 예방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하는 강력한 근거다.

GLAGOV 연구에 따르면, 스타틴 치료를 받고 있는 관상동맥질환 환자에게 PCSK9 억제제 에볼로쿠맙을 더한 결과 강력한 지질조절과 함께 죽상경화반이 1% 퇴행했다. 80주에 달하는 치료·관찰에서 에볼로쿠맙 요법을 통해 최대 20mg/dL대까지 LDL 콜레스테롤을 낮출 수 있었고, 이렇게 콜레스테롤이 낮게 조절된 환자그룹에서 죽상경화반 퇴행의 혜택이 더 컸다.

PCSK9  합성억제제, 연 2~3회 투여로 LDL 해결
AHA 2016에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PCSK9 억제제 관련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ORION-1 연구(2상임상)의 결과로, 새로운 PCSK9 억제제 인클리시란의 LDL 콜레스테롤 조절 지속성을 검증한 것이다. 인클리시란은 간에서 PCSK9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월 1~2회(연 12~24회) 투여하는 기존 PCSK9 억제제와 비교해 투여횟수는 더 줄이고 투여간격은 더 늘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2상 임상연구에서는 스타틴에 불내약성을 보이는 18세 이상 성인(497명)을 대상으로 인클리시란과 위약군을 비교했다. ASCVD가 있는 상태에서 LDL 콜레스테롤이 70mg/dL을 초과하거나 ASCVD 고위험군에 LDL 콜레스테롤이 100mg/dL 초과한 환자들이었다. 치료·관찰결과, 인클리시란 1회 300mg 용량 단독투여 시에 90일 시점에서 기저치 대비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50% 이상 감소시킬 수 있었다. 2회 투여용량의 경우 180일 시점에서 LDL 콜레스테롤이 기저치 대비 57%까지 감소했다.

연구를 주도한 영국 왕립대학의 Kausik Ray 교수는 “인클리시란과 관련해 내약성과 함께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었다”며 “1년에 2회 또는 3회 투여용량의 잠재적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중간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연 2~3회 투여용량으로 LDL 콜레스테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인데, 2상임상의 최종결과와 3상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클리시란은 앞선 1상임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은 바 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