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스타틴이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low-density lipoprotein, LDL-C)을 낮추고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은 수많은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한편 당뇨병은 심혈관질환의 발생과 이로 인한 사망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당뇨병에서 스타틴 사용은 심혈관질환의 발생률과 사망률을 줄여주기 때문에 2013년 미국심장학회(ACC)·심장협회(AHA) 권고안과 2015년 미국당뇨병학회(ADA) 권고안에서는 LDL-C 100mg/dL 이상인 당뇨병 환자에게 스타틴 처방이 강력하게 권고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스타틴이 새로운 당뇨병을 유발할 위험이 있으며, 이러한 위험은 고용량 스타틴일수록 더 커진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됐다. 이에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정리한 후 스타틴이 당뇨병을 유발하는 기전에 대해 알아보고 임상에서 고려해야 할 점을 정리하고자 한다.

본론
스타틴과 당뇨병 발생의 연관성에 대한 최초 보고는 2001년 발표된 WOSCOPS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저자들은 pravastatin 40mg 치료군의 새로운 당뇨병 발생이 대조군에 비해 30% 줄었다고 보고했다. 이후 2008년 발표된 JUPITER 연구에서 rosuvastatin 20mg을 사용한 군에서 대조군에 비해 새로운 당뇨병이 더 많이 발생했고 평균 당화혈색소(A1C)도 의미 있게 증가함을 보고하면서 다시 스타틴과 당뇨병에 대한 논쟁에 불을 지폈다.

2009년과 2010년에 발표된 대규모 메타분석 결과 저용량과 중등도 용량의 스타틴을 사용한 군에서 새롭게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은 대조군에 비해 9~13% 더 높았다. 하지만 메타분석에서 사용된 스타틴의 종류에 따라 분석해보면, atorvastatin과 rosuvastatin의 당뇨병 발생위험이 더 높고 simvastatin, lovastatin, pravastatin은 비교적 중립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2011년에 발표된 메타분석 결과 고용량 스타틴 치료군의 당뇨병 발생위험이 중등도 용량 스타틴 치료군에 비해 12% 정도 더 높음을 보고해 고용량 스타틴을 사용할수록 당뇨병 발생위험이 더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스타틴이 당뇨병을 유발하는 기전은 무엇인가? 명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능한 이론은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이 발생되는 기본적인 두 가지 기전은 인슐린 저항성과 베타세포의 기능장애에 의한 인슐린 분비저하다. 2010년 발표된 Baker 등의 연구에 따르면 스타틴을 사용한 군과 대조군의 인슐린 저항성은 차이가 없었으나, 각 스타틴을 비교한 결과 pravastatin은 인슐린 민감도를 증가시키고, simvastatin은 인슐린 민감도를 감소시켰다.

스타틴이 베타세포에 작용해 인슐린 분비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기전은 다음과 같다. 여러 동물 실험을 통해 스타틴이 베타세포 내의 당 대사를 저해하고 칼슘채널 의존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며 베타세포의 사멸을 유발하는 것이 보고됐다. 한편 친수성(hydrophilic) 스타틴에 비해 친유성(liphophilic) 스타틴이 베타세포의 세포막과 친화력이 강해 베타세포의 칼슘채널을 더 쉽게 차단하기 때문에 당뇨병을 더 잘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어떤 환자에게 스타틴을 사용했을 때 당뇨병이 더욱 잘 발생하는가? 2011년에 발표된 Warters 등의 연구에 의하면 TNT, IDEAL, SPARCL 세 가지의 무작위 대조 연구를 종합해 분석했을 때 스타틴을 사용하기 전에 고혈압이 있거나 식전 혈당, 체질량지수(BMI) 또는 식전 중성지방이 높은 환자에서 당뇨병의 위험이 높음을 알 수 있었다.

모든 스타틴에서 당뇨병 위험이 증가하는가? 당뇨병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몇몇 연구에서 simvastatin과 rosuvastatin은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고 atorvastatin은 PROVE-IT 연구에서 pravastatin에 비해 A1C를 의미 있게 증가시켰다. 일본에서 시행된 여러 연구에서 기존에 당뇨병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pitavastatin, pravastatin, atorvastatin, rosuvastatin을 사용한 후 당뇨병 조절효과를 비교한 결과 atorvastatin과 rosuvastatin은 혈당과 A1C를 증가시키지만 pitavastatin과 pravastatin은 영향이 없었다. 이런 결과를 반영해 당뇨병 발생의 증거가 있는 몇몇 스타틴에 대해서 FDA는 당뇨병 발생의 위험 표시를 의무화했다.

스타틴이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 임상적인 의미가 있는가? 기존에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심혈관질환 발생의 중등도 또는 고위험군 환자에게 스타틴을 사용해 LDL-C를 낮추는 것이 심근경색증, 뇌졸중 및 심혈관사건과 사망을 명백하게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무작위 대조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따라서 스타틴 사용으로 새롭게 당뇨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ACC·AHA, 유럽심장학회(ESC) 및 ADA 등의 모든 권고안에서 심혈관 위험 환자군에게 반드시 스타틴을 처방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결론
스타틴은 당뇨병 발생의 위험을 증가시키며 고용량일수록 그 영향은 더 크다. 하지만 스타틴은 직접적으로 심혈관질환의 발생을 줄이고 이로 인한 사건 및 사망을 줄일 수 있는 강력한 약제이므로 권고안에 따라 필요한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처방돼야 할 것이다. 스타틴을 처방해야 하지만 고혈압이 동반됐거나 BMI가 높으며, 식전 혈당과 중성지방이 높은 환자에게는 건강한 식생활과 적절한 운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권유해야 하며, 비교적 당뇨병 발생 위험이 적은 스타틴 제제를 처방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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