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치료 시 항고혈압제 단독요법보다 저용량으로 여러 약을 병용했을 때 혈압강하 효과가 더 우수하고 안전성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미국심장협회(AHA) 저널 Hypertension 에 게재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다양한 계열의 항고혈압제를 단독요법 표준용량의 4분의 1로 줄여 병용했을 때 단독 또는 위약 대비 혈압이 더 크게 감소했다. 이상반응 위험은 치료군 간 차이가 없었다.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고혈압이 여러 가지 기전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항고혈압제 단독보다는 병용요법을 통해 여러 기전을 차단하는 것이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환자 순응도도 높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강압효과 보완

항고혈압제 병용의 적용은 단독요법을 통한 강압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데 근거한다. “항고혈압제 단독요법으로는 혈압을 정상화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고혈압학회(ASH)에 따르면, 354개의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RCT)을 분석한 결과 단일성분 항고혈압제의 평균 강압효과는 9.1/5.5mmHg에 불과했다. ASH는 현재까지 보고된 모든 데이터를 종합해 볼 때, 고혈압 환자의 75% 이상에서 혈압 목표치 달성을 위해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이 필요하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부작용 위험

항고혈압제 계열은 다양하고 치료제마다 피곤, 불면증, 두통, 근육통 등의 각기 다른 이상반응 위험을 안고 있다. 따라서 약물 수를 늘릴수록 부작용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항고혈압제 병용을 통해 오히려 부작용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ASH는 두 약제의 조합을 통해 내약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항고혈압제 병용요법 선택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추가되는 항고혈압제의 약물학적 특성으로 인해 초기 단일약제의 부작용 위험을 상쇄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다.

대부분의 항고혈압제가 용량 의존적으로 이상반응을 나타내기 때문에, 고용량 단독요법의 부작용 위험이 고려돼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용량 단일약제에 또 다른 약제를 추가할 경우 용량 의존적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혈압강하 효과를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저용량 병용요법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 Anthony Rodgers 교수팀은 이상반응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으로 혈압을 낮출 수 있는 항고혈압제 치료전략을 확인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표준용량의 항고혈압제 단독요법과 위약 또는 항고혈압제 용량을 4분의 1로 줄여 병용한 경우의 효과 및 안전성을 비교한 연구들을 메타분석했다.

분석에는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RCT)를 포함한 총 42개 연구, 약 2만 300명의 고혈압 환자 데이터가 포함됐다. 환자들이 복용한 항고혈압제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베타차단제, 칼슘길항제, 티아지드 이뇨제 등으로 총 다섯 가지였다.

단독 대비 혈압강하 우수

먼저 항고혈압제 1가지를 표준용량의 4분의 1 용량으로 복용했을 때 위약 대비 혈압강하 효과를 비교한 결과 수축기혈압은 4.7mmHg, 이완기혈압은 2.4mmHg 감소했다(P<0.001). 이러한 혈압강하 효과는 여러 약제를 저용량으로 병용했을 때 두드러졌다. 항고혈압제 계열 중 2가지를 각각 표준용량의 4분의 1 용량으로 줄여 병용한 결과 위약군보다 수축기혈압이 6.7mmHg 이완기혈압이 4.4mmHg 줄었다(P<0.001).

앞선 과정과 동일하게 4가지 항고혈압제의 용량을 줄여 병용했을 때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은 위약 대비 각각 22.4mmHg, 13.1mmHg 의미 있게 감소했다(P<0.001). 이러한 효과는 표준용량의 항고혈압제 단독요법과 저용량 병용요법을 비교한 결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4가지 항고혈압제를 표준용량의 4분의 1로 줄여 병용했을 때 단독요법보다 수축기혈압이 13.1mmHg, 이완기혈압이 7.9mmHg 감소한 것(P<0.001).

단 항고혈압제 1가지를 저용량으로 복용했을 때는 표준용량의 항고혈압제 단독요법 대비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이 각각 3.7mmHg, 2.6mmHg 증가했다(P<0.001). 항고혈압제 2가지의 용량을 줄여 병용할 경우 수축기혈압은 1.3mmHg 높아졌고 이완기혈압은 0.3mmHg 감소했지만 이러한 차이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었다.

이상반응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이상반응이다. 이번 분석에서 항고혈압제를 저용량으로 단일 복용하거나 2제 병용요법 시 이상반응 발생률은 위약과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고, 표준용량의 항고혈압제 단독요법보다는 적게 나타났다. 즉 여러 항고혈압제를 표준용량의 4분의 1 용량으로 줄여 병용할 경우 혈압강하 효과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안전성에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Rodgers 교수는 “항고혈압제의 용량을 줄여 병용했을 때 혈압이 효과적으로 감소하고 이상반응 위험도 낮아졌다”며 “단 현재 가능한 저용량 병용요법 조합이 적고, 임상에 처방변화를 주기에는 연구가 많지 않다. 저용량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이 임상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장기간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병용 1차선택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을 1차적으로 적용해 혈압강하 효과를 끌어 올리고 인전성까지 확인한 사례도 있다. 고혈압 환자에게 처음부터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을 적용하는 집중치료 전략의 우수한 혈압강하 효과, 그리고 이에 따른 심혈관사건 개선 혜택이 연이어 보고되면서 병용요법 1차선택의 근거가 축적되고 있다.

특히 일련의 임상연구를 통해 항고혈압제 병용요법 조기적용의 단독요법 대비 우수한 혈압강하 효과가 보고된 가운데, 특정 항고혈압제(텔미사르탄, 암로디핀) 병용 임상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에서도 일관된 결과가 도출되면서 어떠한 약제를 병용으로 조합할 것이냐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있다.

고혈압 치료에 있어 혈압 목표치의 달성은 여전히 핵심이다. 초기에 혈압을 정상수치로 조절해 여타 위험인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동맥경화를 사전에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목표혈압 조기달성을 통해 죽상동맥경화증에서 심혈관사건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앞서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초기 단독약제로도 혈압 목표치 달성이 안 될 경우 단계적으로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보다 다른 약물을 추가하는 병용요법의 조기적용이 효과적이라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RAAS 억제제와 칼슘길항제(CCB)의 병용조합 가운데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텔미사르탄과 CCB 암로디핀 고정용량 병용요법의 효과는 TEAMSTA Severe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혈압이 180/95mmHg 이상의 중증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두 약제의 고정용량 병용요법과 각각의 단독요법을 비교한 것이다.

결과는 병용군에서 각각의 단일제보다 유의한 평균 수축기혈압 강하(50mmHg까지) 효과를 보였다. 텔미사르탄 + 암로디핀 병용요법은 치료 1주만에 각각의 단일제보다 우수한 수축기혈압 강하효과를 보였으며, 지속적으로 혈압 반응률을 나타냈다.<표>

혈압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TEAMSTA-5 연구에서도 두 약제 고정용량 병용요법의 혈압강하 효과는 암로디핀 단독과 비교해 우수했다.

이러한 결과는 메타분석에서도 검증됐다. 스웨덴 살그렌스카대학병원의 B. Daholf 교수팀은 텔미사르탄 + 암로디핀 병용요법에 관한 임상연구를 한 데 모아 병용치료의 조기적용이 단독요법에 비해 혈압 목표치 달성률을 개선하는지에 대해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우선 처음부터 병용요법을 적용한 4개 연구에 대한 분석결과, 병용요법 조기적용 그룹의 혈압이 모든 연구에서,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도 단독요법 대비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혈압 목표치 달성률 역시 1주, 2주, 4주 모든 시점에서 단독요법과 비교해 유의하게 높은 빈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단독요법에 실패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텔미사르탄 + 암로디핀 병용요법의 효과를 검증한 4개 임상연구에 대한 분석도 실시했다. 그 결과, 하나의 연구를 제외한 모든 연구에서 병용요법군의 혈압 목표치 달성률이 유의하게 높았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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