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진단·치료의 정석

고혈압 진단을 위한 주요 혈압측정 전략으로는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 진료실혈압, 가정혈압, 활동혈압이 제시되고 있다. 정확한 혈압측정을 통해 고혈압을 진단하고, 장기적으로 적절한 관리를 통해 궁극적으로 심혈관질환 및 사망을 예방하는 것이 정석으로 자리잡혀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심혈관 위험을 직접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리고 중심대동맥압 또는 중심혈압(central blood pressure)이 그 목소리의 가운데 있다.

중심혈압

중심혈압은 맥파속도(pulse wave velocity)와 함께 동맥경직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로 인식된다. 가톨릭의대 임상현 교수(부천성모병원 순환기내과)는 “혈관의 노화가 진행되면 죽상동맥경화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혈관이 딱딱해지고 플라크가 형성된다. 초기단계에는 내피세포 기능장애로 중심대동맥압(또는 중심혈압)이 변한다. 이후 지속 진행되면 동맥이 더 경직돼 맥파속도에 변화를 주게 된다”고 혈관노화로 인한 변화를 설명한 바 있다.

고려의대 최철웅, 박창규 교수팀(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은 대한내과학회지(2009)에 게재한 논고를 통해 중심혈압이 말초동맥압에 비해 직접 심장의 후부하(afterload)를 나타내는 표지자로 역할하고, 좌심실 심근, 관상동맥, 뇌혈관 부하를 더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이론적으로 표적장시 손상 및 심혈관질환 발생과 더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즉 중심혈압을 통해 동맥경직도부터 말초동맥질환, 나아가서 심혈관질환 위험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상적 유용성

전문가들은 중심혈압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평가할 수 있는 척도임과 동시에 고혈압 경계선에 있는 환자에 대한 약물요법 시행여부 결정, 약물요법 강도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표라며 이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상현장에서의 적용성 문제를 제기한다. 중심혈압은 이상적으로는 직접 측정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만, 침습적인 방법을 쉽게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요골동맥파(radial artery pulse wave)에 상완혈압을 접목해서 중심혈압을 측정하는 방법 등 기술이 발전하고 있어서 활용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항고혈압제 효과 평가

지난해 세계고혈압학회 학술대회(ISH 2016)에서 발표된 연구는 중심혈압의 임상현장 적용 가능성과 함께 임상적 의미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경희의대 김종진 교수(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팀은 ISH 2016에서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기반 복합제의 24시간 중심혈압(central blood pressure) 감소효과를 비교한 전향적 무작위 이중맹검 연구를 발표했다. 고혈압 환자 220명이 대상이었다. 이 환자들 중 70%가 남성이었고, 평균 연령은 59.6±12.3세였다. 환자들은 4주간 ARB 제제인 로사르탄(losartan) 50mg을 투여받았고, 이후 칼슘길항제인 암로디핀 5mg 추가군(L/A)과 이뇨제인 하이드로클로로티아지드 12.5mg 추가군(L/H)으로 무작위 분류돼 20주간 치료받았다. 분류 4주 후 혈압이 목표치에 도달하지 않으면 L/A군은 100/5mg, L/H군은 100/25mg으로 증량했다. 평가 종료점은 기저시점과 치료 20주 후의 24시간 활동 중심혈압 변화였다.

평가결과 남성 환자에서 24시간 평균 수축기 중심혈압은 L/H군 대비 L/A군에서 유의하게 낮았다. 진료실혈압은 양군에 차이가 없었다. 단 여성 환자에서는 역으로 진료실혈압이 L/A군에서 유의하게 낮았던 반면 24시간 수축기 중심혈압은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는 로사르탄과 암로디핀 복합제가 남성 고혈압 환자에서는 진료실혈압에 무관하게 로사르탄/이뇨제 복합제보다 24시간 수축기 중심혈압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정리했다. 김종진 교수는 “24시간 중심혈압을 기준으로 복합제의 효과를 측정한 것은 세계적으로 처음”이라며 연구의 의미를 강조했다. 한편 “24시간 수축기 중심혈압의 성별에 따른 영향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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