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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 더 들지만, 모든 고혈압 환자에 가정혈압 권한다”노태호 가톨릭의대 교수 (대한심장학회 회장)
  • 이상돈 기자
  • 승인 2017.09.28 18:11
  • 호수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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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도 제고, 혈압계 인증, 진료수가 반영 등 개선 이뤄져야”

“미국심장협회(AHA)는 모든 고혈압 환자에게 가정혈압(home monitoring)을 권고하고 있다. 의사의 고혈압 치료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즉 가정혈압 측정을 통해 얻어진 혈압수치가 고혈압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가정혈압의 임상근거에 대한 신뢰도가 그 만큼 높다. 과거에 비해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의사들의 확신이 부족해 가정혈압의 적용이 원활하지 않다. 이 외에도 가정혈압의 확대적용을 위해 전자식혈압계의 인증제도 확립과 가정혈압 기반 진료에 대한 수가반영 등 넘어야 할 산들이 산재해 있다.”

최근 고혈압 관리의 화두 중 하나는 단연코 ‘혈압측정’이라 할 수 있다. 의사가 내원환자를 직접 측정하는 진료실혈압에만 의존했던 과거의 패턴에서 벗어나 가정혈압과 24시간활동혈압을 통해 고혈압 진단과 치료의 정확도를 높이자는 움직임이다. 환자가 측정하는 혈압수치의 타당성과 신뢰도를 부정하던 의사들도 전자식혈압계와 가정혈압의 임상근거가 축적됨에 따라 진단과 치료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해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가정혈압과 24시간활동혈압을 통한 고혈압 진료의 연착륙은 아직 요원하다.

가톨릭의대 노태호 교수(전 한국가정혈압학회 회장, 현 대한심장학회 회장)는 고혈압 관리에 있어 가정혈압의 중요성을 널리 알려 온 주역이다.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이 고혈압 진료에 가정혈압을 적극 적용하기 시작하던 때부터, 불모지와 같았던 우리나라에 가정혈압의 필요성을 설파해 왔다. 그는 “가정혈압과 24시간활동혈압을 통한 맞춤진단이 있어야 맞춤치료도 비로소 가능해진다”며 다양한 방법의 반복적인 혈압측정을 임상에 정착시키기 위해 애를 써왔다.

진료실혈압

고혈압 치료 시 가정혈압, 24시간활동혈압 등을 통한 맞춤 혈압측정이 요구되는 것은 진료실혈압의 한계 때문이다. AHA는 지난 2004년 발표한 혈압측정 권고안에서 “의사가 진료실에서 재는 혈압은 많은 경우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환자들이 가정에서 재는 혈압이나 24시간활동혈압이 더 유용할 수 있다”며 진료실 외 혈압측정의 유효성을 강조했다.

노태호 교수는 진료실혈압이 한계를 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혈압 변동성을 꼽았다. “하루 중 혈압의 변동 폭이 심한 상태에서 진료실혈압의 경우 어느 시간에, 어떤 환경에서 혈압을 측정하느냐에 따라 고혈압일수도 정상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진료실혈압은 하루 중 어느 때, 어떤 환경이나 상황에서 측정하느냐에 따라 수치의 변동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고혈압을 진단하고 치료하기가 어렵다”고 부연했다.

맞춤 혈압측정

노 교수는 진료실혈압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가정혈압과 24시간활동혈압을 내세웠다. 24시간활동혈압이나 가정혈압은 하루 중 또는 여러 날의 평균혈압을 통해 전반적인 혈압상태를 고루 반영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전자식혈압계를 통해 환자가 직접 재는 가정혈압의 경우 혈압수치를 축적·기록해 하루 중 또는 여러 날의 수축기·이완기혈압, 심박수, 아침·저녁 혈압의 평균을 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백의·가면·아침 고혈압 등 다양한 유형의 고혈압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노 교수는 “가정혈압에서 전일(全日) 평균혈압은 괜찮은 반면 아침에만 혈압이 높게 나타나면 아침 고혈압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는데, 이 경우 항고혈압제를 저녁에 먹게 하는 등 환자의 임상특성에 맞춘 적절한 치료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맞춤진단에 의한 맞춤치료이고, 이는 진료실혈압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침 고혈압 환자들은 대부분 혈압이 피크를 이루는 시간이 지난 후에 진료실을 찾게 되는데, 진료실혈압에 의존할 경우 고혈압이 아니거나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는 설명이다. 가정혈압이나 24시간활동혈압은 이처럼 맞춤측정을 통해 고혈압을 정확히 진단해 맞춤치료를 가능케 하고, 궁극적으로는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이는데 기여한다.

백의 고혈압이나 가면 고혈압도 마찬가지다. 노 교수는 가정혈압이 필요한 이유 가운데 환자에게 정확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 최고점수를 준다. 백의 고혈압 환자의 경우 항고혈압제 치료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데, 의사 앞에만 서면 널을 뛰는 혈압 변동성을 잡아내지 못하면 이들에게 더 강한 치료를 추가하게 된다. 하지만 가정혈압을 통해 백의효과를 보정할 경우, 정확한 혈압수치에 근거해 불필요한 치료를 막을 수 있다. 종합해 보면, 가정혈압이나 24시간활동혈압을 통해 고혈압 진단의 정확성을 제고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고혈압 환자에게 제대로 치료가 적용되고 있는지까지 파악할 수 있다. 고혈압 진단에서부터 치료환자의 예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가정혈압 근거

노태호 교수가 진료실 외 혈압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또 다른 이유는 과학적 근거(evidence)에 있다. 가정혈압의 임상근거가 충분히 구비돼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난 2008년 AHA가 발표한 ‘가정혈압 모니터링 행동지침(Call to Action and Reimbursement for Home Blood Pressure Monitoring)’은 가정혈압의 근거를 적극 반영한 사례다.

AHA는 “가정혈압은 정확하며 신뢰성 있고, 표적장기손상을 더 잘 반영해 예후판정에 도움이 된다”고 명시했다. 노태호 교수는 “AHA가 제시한 행동지침을 보면, 고혈압 진단 툴로서 가정혈압의 중요성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가정혈압 측정을 통해 전반적으로 비용을 줄이면서 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AHA는 이에 근거해 최근까지 “의료진의 치료를 돕기 위해 모든 고혈압 환자에게 가정혈압(home monitoring)을 권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 진행된 Ohasama 연구 등에서 가정혈압이 진료실혈압에 비해 심혈관질환 이환이나 사망 또는 전체 사망률의 예후를 판정하는데 더 우수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일본 토호쿠대학의 Yuta ka Imai 교수 등이 오하사마라는 특정 지역에서 기존 혈압측정과 가정혈압을 비교하며 장기간 추적·관찰한 결과, 심혈관질환이나 사망위험 예측이 가정혈압군에서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SHEAF, PAMELA, Belgian, Didima 등 여러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보고됐다. 진료실·가정·활동혈압을 비교한 또 다른 연구를 보면, 예후 예측·진단 툴로서의 유용성에서 활동혈압 > 가정혈압 > 진료실혈압 순으로 우수성이 확인됐다.

한편, 가정혈압은 활동혈압과 비교해 순응도 개선 면에서 보다 우수한 것으로 보고됐다. 진료실 외 혈압은 재현성 측면에서도 진료실혈압과 같이 큰 오차를 보이지 않는다. 여러 연구에 대한 분석에서 1분 간격으로 잰 혈압의 수치가 진료실혈압은 10mmHg가량의 차이를 보인다. 반면 24시간활동혈압과 가정혈압은 5mmHg 정도로 보다 우수한 재현성을 나타낸다.

선결과제

노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풍부한 임상근거와 교육·홍보에 힘입어 가정혈압에 대한 의사·환자의 인지도가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실제 임상에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여정이다. 최우선적으로 가정혈압의 임상적 중요성에 대한 의사들의 확신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만, 고혈압을 진료하는 상당수의 의사들이 가정혈압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여러 이유로 임상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가정혈압이 혈압측정의 기본적인 요소임을 인지하고 이를 환자에게 권고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여러 장애물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환자 역시 가정혈압과 관련해 개선사항을 요구받고 있다. AHA는 “가정혈압을 통한 자가혈압측정이 의사의 진료를 막아서는 안된다”고 명시했다. “자가혈압측정에서 정상수치가 나왔다고 더 이상 내원하지 않거나 의사와의 상담 없이 항고혈압제 치료를 중단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즉 자가혈압측정을 믿고 자가치료하지 말라는 의미다.

특히 빠듯한 진료시간에 쫓기는 의사들로서는 이와 같은 상황을 환자들에게 교육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따라서 가정혈압의 임상적용 시에는 환자에게 올바른 혈압측정법을 교육하는데 상당한 노력이 투여된다. 환자가 올바른 혈압측정과 함께 정확한 측정치를 기록하도록 돕고, 이에 근거해 고혈압 진단과 치료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오로지 의사의 몫이다. 내원하는 고혈압 환자 모두에게 가정혈압을 권고한다는 교수는 “가정혈압을 적용해 진료할 경우 기존보다 2배 이상의 노력이 소진된다”며 “이러한 부분에 진료수가와 보험급여 등이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가정혈압의 경우 어떤 전자식혈압계를 선택해야 하며, 어떤 방법으로 혈압을 측정해야 하는지, 또 평균혈압 데이터를 어떻게 진료에 활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상존한다. 노 교수는 가정혈압의 확대적용에 따라 전자식혈압계의 사용이 증가할 경우에 대비해 공인된 혈압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인증제도를 확립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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