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 수은혈압계의 퇴출을 이야기하고 있다. 캐나다고혈압학회의 경우 최근 청진법을 활용한 혈압측정보다 진동법 자동혈압계를 선호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명확한 사실은 고혈압 임상현장에서 청진법 수은혈압계는 퇴출될 것이고 그 빈 자리를 청진법 또는 진동법 전자혈압계가 채울 예정이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심장학회(ESC) 심장학임상위원회(Council for Cardiology Practice)는 2015년 자동 전자혈압계를 활용한 진료실혈압(AOBP, Automated office BP) 측정에 대한 평론을 발표한 바 있다.

위원회는 최근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전제했다. 2013년 ESC·유럽고혈압학회(ESH)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수은혈압계 사용금지에 대한 내용을 고지하고 청진법 또는 진동법 반자동혈압계로 대체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2014년 국제고혈압학회·미국고혈압학회(ISH·ASH) 가이드라인에서는 자동혈압계가 청진법보다 재현 가능한 측정값을 제시하고, 측정자의 편견(bias)이나 측정기술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자동혈압계에 무게를 둔 바 있다.

위원회는 “가이드라인 내용은 유럽 및 기타지역 보건의료계에서 수은의 사용이 현재 급격하게 감축되고 있다는 점, 혈압계 종류에 상관없이 수동 혈압측정이 오류의 가능성이 있어 부정확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자동혈압계가 부각된 배경을 정리했다.

반자동 전자혈압계

위원회는 현재 청진법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전자혈압계를 자동(automated)과 반자동(semi-automated)으로 구분해 설명했다. 반자동 전자혈압계는 기본적으로 가정혈압 평가에 사용한다는 점을 전제했다. 그렇지만 일부 기기(Omron HEM 705CP 등)는 ASCOT 연구 등 주요 임상시험에도 적용돼 진료실에서도 측정값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반자동인만큼 일부 기기들은 청진법도 함께 사용해야 한다. 진동법만으로는 만족스러운 혈압수치를 얻을 수 없는 경우때문이다. 또 환자 또는 의료인이 반드시 작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1회 이상 측정해 오류의 빈도감소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위원회는 반자동 전자혈압계도 백의 효과(white coat effect)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러 연구에서 반자동 전자혈압계로 진료실 혈압, 활동혈압, 가정혈압을 측정해 비교한 결과 진료실혈압 측정에 대한 순응도가 높았고 활동혈압보다 전반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자동 전자혈압계

위원회는 “반자동 전자혈압계의 백의효과를 고려하면 자동 전자혈압계는 반자동 전자혈압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백의효과가 거의 없는 정확한 진료실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고 평했다.

위원회는 BpTRU를 AOBP에 적용할 수 있는 자동 전자혈압계로 소개했다. BpTRU는 환자가 혼자 있을 때 자동적으로 혈압을 5번 측정하는 기기다. 최초 테스트 측정을 통해 커프가 적절하게 채워졌는지 확인하고 현재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상태인지를 평가하도록 프로그램돼 있다. BpTRU는 영국고혈압학회(BHS)와 의료장비발전학회(AAMI) 기준을 통과해 타당성을 인정받았다.

한편 위원회는 백의효과를 제거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혈압측정 시 이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환자를 5분간 혼자서 쉬게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사의 유무에 따른 혈압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최초 진료실혈압 측정 전에는 별도의 휴식시간이 필요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의사가 진료실을 떠나고 1분 이내에 혈압이 감소양상을 보이고, 의사가 진료실에 돌아오면 혈압은 바로 다시 높아지기 때문이다.

자동 진료실혈압 측정 원칙

ESC·ESH 가이드라인에서는 가능한 경우 진료실혈압 측정의 재현성, 활동혈압 및 가정혈압과의 간극 감소를 위해 전자혈압계를 활용해 진료실혈압을 측정하도록 했다. 즉 임상현장에서 AOBP의 적용이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AOBP는 최초 측정 전 5분간 환자의 휴식 없이도 1분 간격으로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 현재 가이드라인에서는 측정 전 5분의 휴식시간을 권고하고 있지만, 1분 이내의 시간동안만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공간적인 측면에서도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환자의 혈압을 측정하기 전 조용한 방에서 휴식을 취하도록 하고 있지만, 위원회는 “최근 연구에서는 환자만 조용한 공간에 둬도, 약국이나 활동혈압 유닛에서 측정된 수치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부연했다.

가장 큰 장애물은 비용이다. 위원회는 “반자동 가정혈압 혈압계와 비교해 AOBP용 기계는 비교적 비용수준이 높아 전문가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장벽이 있다”고 부연했다. 단 “최근에는 낮은 가격으로 AOBP에 초점을 맞춘 기기들이 출시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비용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임상근거

위원회는 AOBP가 가능한 전자혈압계로 BpTRU를 소개한 가운데 관련 임상시험도 함께 정리했다.

CAMBO(BMJ. 2011)는 기존 혈압측정전략과 자동 진료실혈압 측정전략을 비교한 무작위 평행 디자인 대조군 연구다. 캐나다 동부 67개 의료기관, 555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리얼월드(real-world)에서 적용 가능성을 평가했다. 평가결과 AOBP군은 대조군보다 베이스라인 대비 혈압 감소폭이 더 컸다. 기존 수동측정을 유지했을 때보다 AOBP로 전환했을 때 등록전 진료실혈압이 150/81mmHg에서 136/78mmHg로 유의하게 감소됐다. 활동혈압은 132/74mmHg였다.

또 가면 고혈압 유병률에 대한 AOBP의 영향도 평가했다. 진료실혈압은 정상이지만, 활동혈압은 고혈압으로 나타나는 가면 고혈압 유병률은 AOBP군에서 유의하게 낮았다. 임상시험 등록후 최초 3회방문까지 약물처방에 변화를 주지 않았던 AOBP군 140명, 대조군 112명을 대상으로 한 하위분석으로 AOBP는 131/76mmHg, 깨어있을 때의 활동혈압은 131/74mmHg로 유사하게 나타난 반면 수동혈압은 138/79mmHg로 높게 나타났다.

자동 진료실혈압과 표적장기손상

정상혈압인 환자에서 AOBP는 수동 혈압측정 대비 경동맥중막내막두께(CIMT)와의 연관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J Hum Hypertens. 2007). 좌심실용적과 깨어있을 때의 활동혈압의 연관성을 평가한 연구(Am J Hypertens. 2011)에서는 AOBP가 진료실 혈압보다 활동혈압과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좌심실용적과의 연관성 역시 진료실혈압보다는 AOBP가 높았다.

CHAP(심혈관건강 인지 프로그램, Prevent Med. 2008)에서는 BpTRU를 통해 캐나다 온타리오주 39개 지역사회에서 약국기반 혈압 선별검사를 진행했다. 환자들은 BpTRU으로 혈압을 측정받았다. 심혈관사건 발생률에 대한 자가보고율을 비교한 결과 BpTRU 측정군이 대조군 대비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자가평가를 통해 조절한 결과 BpTRU를 활용한 선별검사만으로도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보인 것이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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