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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절반의 법칙’깰 수 있다정확한 진단으로 치료율 제고,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은 조절률 상승에 한몫
  • 이상돈 기자
  • 승인 2017.09.28 18:35
  • 호수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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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은 절반의 법칙의 지배를 받는 대표적 만성질환이다. 환자의 절반가량은 자신의 병을 알지 못한다(인지율). 고혈압을 인지했다 해도 절반은 치료를 받지 않는 상태(치료율). 더 심각한 문제는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정상혈압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조절률).

▲ 고혈압을 인지하지 못하는 환자 ▲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환자 ▲ 혈압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환자까지 모두를 합치면, 고혈압 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것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심혈관질환 위험인자인 고혈압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이 절반의 법칙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Rules of half

고혈압 앞에 무릎 꿇은 지구촌의 민낯이 드러났다. 대륙별 지역 인구집단(cohort, 코호트)을 한 데 모아 종합분석한 결과, ‘절반의 법칙(rules of half)’을 넘지 못한 채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다. 높은 유병률에 반해 치료율(항고혈압제 치료)과 조절률(목표치 미만조절)은 50%를 밑도는 열악한 고혈압 관리 실태가 대규모 역학연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유병률, 치료율, 조절률

벨기에 루벤대학의 Jan A. Staessen 교수팀은 미국심장협회(AHA) 저널 Hypertension에 대륙별 코호트 연구결과를 발표, “고혈압 예방과 더불어 치료율 및 조절률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3개 대륙(아시아·유럽·남미), 10개국(중국·일본·러시아·체코·덴마크·벨기에·폴란드·이탈리아·베네수엘라·우르과이)의 지역 코호트를 대상으로 고혈압의 유병률·치료율·조절률을 분석·평가했다.

전체 코호트 인구 6546명 중 고혈압 환자(≥140/90mmHg)는 3226명으로 유병률이 49.3%에 달했다. 대상인구 2명 중 1명은 고혈압 환자였던 것. 유병률 분포는 벨기에가 40.0%로 가장 낮았고, 러시아가 86.8%로 최고 수준이었다. 전반적으로 선진국 지역이 평균 이하의 유병률을, 개도국 지역은 50%를 상회하는 높은 유병률을 나타냈다.

유병률에 비해 혈압 치료율과 조절률은 현저히 낮았다. 고혈압 환자(3226명) 중 치료를 받는 경우는 1549명으로 48.0%에 머물렀다. 나머지 절반 이상의 고혈압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치료율은 33.5%(덴마크)에서 74.1%(일본)에 이르기까지 지역별로 격차를 보였다.

더 심각한 것은 혈압을 목표치 미만(〈140/90mmHg)으로 낮추는 조절률이다.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1549명) 가운데 혈압이 제대로 조절되는 경우는 598명으로 조절률이 38.6%에 그쳤다. 조절률 분포는 최저 10.1%(러시아)에서 최고 55.3%(베네수엘라)까지 다양했으나, 전반적으로 50%를 밑도는 수준이다. 종합해 보면, 전체 고혈압 환자 3226명 중 598명인 18.5%만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관리범주에 있었던 것이다<그림1>.

24시간활동혈압

이번 연구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전통적인 측정방법에 의한 고혈압 뿐만 아니라 24시간활동혈압으로 진단한 고혈압도 통계를 냈다는 점이다. 진료실혈압을 기준으로 하는 전통적 고혈압(≥140/90mmHg)의 유병률 평가는 가면(masked) 또는 백의 고혈압(white coat hypertension)을 보정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고혈압이 아닌 경우를 수치에 포함시키거나 고혈압 환자를 배제하는 결과로 인해 실제 임상의 정확한 유병률을 반영하기 힘들다.

백의 고혈압은 일상생활에서는 정상혈압이던 환자가 의사와 대면한 진료실에서는 경계치를 넘는 경우로, 엄밀하게 말해 항고혈압제 치료의 대상이 아니다. 반면 가면 고혈압은 의사가 잰 진료실혈압은 늘 정상인데 일상생활에서는 고혈압 범주를 넘어서는 경우로, 고혈압인데도 치료를 받지 않게돼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진료실혈압만을 기준으로 고혈압 유병률을 집계하면, 가면 고혈압 환자들은 빠지고 백의 고혈압은 포함되는 오류가 개입할 수 있다.

고혈압 유병률 평가 시 가면 및 백의 고혈압을 보정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가정혈압 또는 24시간활동혈압 측정을 통한 진단이다. 연구팀이 24시간활동혈압에 근거한 고혈압

(≥130/80mmHg) 유병률을 분석·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24시간활동혈압을 적용했을 경우, 전체 코호트의 고혈압 유병률은 48.7%로 집계됐다. 항고혈압제 치료를 받는 고혈압 환자의 비율은 48.6%, 활동혈압이 목표치 미만으로 조절되는 조절률은 45.6%였다. 전통적 기준의 고혈압과 비교해 유병률과 치료율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조절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

한편 이번 연구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구성된 코호트를 근거로 삼았다는 점에서 현단계의 고혈압 관리실태를 논하기에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일례로 한국의 2016년 국민건강통계를 보면 Staessen 교수팀의 통계와는 차이를 보인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2015년 한국의 고혈압 유병률(30세 이상 성인 ≥140/90mmHg, 항고혈압제 복용)은 27.9%로 3명 중 1명 꼴이다. 고혈압 관리수준은 2013~2015년 인지율이 67.3%, 치료율은 63.6%, 치료자 기준 조절률은 72.0%다. 수치상으로는 모두 절반의 법칙을 넘어서고 있다. 고혈압 환자 기준의 조절률은 46.2% 수준이다<그림2>.

미국은 …

미국도 지난 2012년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과거 10년간 자국민의 혈압 조절률

(〈140/90mmHg)이 크게 향상됐다는 희소식을 전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고혈압 환자의 조절률이 2001~2002년 28.7%에서 2009~2010년 47.2%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의 조절률은 44.6%에서 60.3%로 증가, 2010년 현재 절반 이상이 목표치를 달성한 것으로 보고했다. 고혈압의 병폐인 절반의 법칙을 깬 것이다.

‘넘사벽’은 없다

한국과 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고혈압 관리 시 절반의 법칙은 결코 넘을 수 없는 벽, 즉 ‘넘사벽’이 아니다. 학계에서는 정확한 혈압측정 및 진단, 그리고 다제약물요법을 통해 고혈압 치료율은 물론 조절률까지 개선할 수 있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고혈압 치료의 시작은 정확한 혈압측정에 달려 있다. 또한 고혈압의 다양한 발병루트를 고려할 때, 항고혈압제 단독보다는 다양한 기전으로 상호보완 작용이 가능한 병용요법을 통해 혈압 목표치 달성률을 더 끌어 올릴 수 있다.

치료시작은 혈압측정에서부터

“고혈압 치료는 혈압을 재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혈압의 변동성과 △고혈압 유형의 다변화를 고려할 때 진료실 이외의 자가혈압, 활동혈압, 야간혈압, 아침혈압 등 다양한 혈압측정이 요구된다.” 대한고혈압학회(이사장 조명찬)는 지난 2007년 발간한 ‘혈압 모니터 지침(Blood Pressure Monitoring Guidelines)’을 통해 혈압측정과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고혈압 치료에 있어 정확한 혈압측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지침은 “제대로 측정되지 못한 혈압은 단순히 부정확한 혈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치료와 부적절한 관리를 초래해 고혈압 환자 뿐 아니라 정상인의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고혈압 치료가 정확한 혈압측정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Over & under-treatment

부정확한 혈압측정은 우선 정상인을 고혈압 환자로 오진해 ‘over-treatment’를 유발할 수 있다. 백의 고혈압이 대표적인데, 진료실에서 측정하는 혈압은 140/90mmHg를 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이를 밑도는 유형이다. 일반적으로 140/90mmHg부터 약물치료가 권고되는데, 단 한번의 측정치나 진료실혈압만을 가지고 성급하게 진단을 내릴 경우 실제 혈압이 정상범주인 환자를 고혈압으로 여겨 과잉치료하게 된다. 정상인에게 항고혈압제를 투여하거나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는 환자에게 치료강도를 높이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부정확한 혈압측정에 의한 ‘under-treatment’는 더욱 위험하다. 가면 고혈압이라는 특이적 병태가 대표적이다. 진료실혈압은 정상인데 가정혈압이나 활동혈압은 정반대의 양상을 보인다. 진료실 측정에만 의존하면 고혈압 진단을 놓치거나 혈압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환자를 방치하게 된다. 이 경우 고혈압의 진행이 계속돼 표적장기손상이 악화되고 최종적으로는 심혈관사건을 앞당기는 결과가 초래된다. 특히 가면 고혈압은 혈압이 잘 조절되는 경우나 백의 고혈압에 비해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항고혈압제 병용요법

미국은 2001~2002년과 2009~2010년 사이 혈압 조절률의 상승을 경험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CDC 연구팀이 혈압 조절률 개선의 주된 원인으로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확대를 꼽았다는 것이다. 항고혈압제 병용요법 증가와 혈압 조절률 상승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는 없지만, 상관관계를 유추해볼 수는 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항고혈압제의 사용률은 63.5%에서 77.3%로 증가했는데, 변화는 병용요법이 주도했다. 다제병용요법의 적용률은 2001년 36.8%에서 2010년 47.7%로 증가해 항고혈압제 치료 환자들의 절반 가까이가 두 가지 이상의 약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하나의 약제만을 사용하는 것과 비교해 변동용량 병용요법(약물 별도로 병용투여)을 적용할 경우 혈압 조절률이 26% 상승했다. 고정용량 병용요법(단일 복합제)은 조절률을 55%나 높였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혈압조절률의 개선이 다제병용요법의 확대·적용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고혈압 환자에서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조기적용은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다. 국내외 가이드라인은 고혈압 환자에서 병용 약물치료의 일상적인 적용과 함께, 혈압이 160/110mmHg 이상이거나 20/10mmHg의 강압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처음부터 병용요법을 시작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또 단독약제로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더블도즈 용량조절이나 다른 약제로의 전환보다는 신속하게 추가적인 약물을 더하도록 패러다임 자체를 병용요법 쪽으로 가져가고 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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