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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요법 15년 공백, 근거 기반으로 보완한다윤병구 대한폐경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 임세형 기자
  • 승인 2017.10.31 11:23
  • 호수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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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인구 증가세가 뚜렷하다. 즉 폐경증상 관리가 필요한 여성의 수도 함께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에서 연달아 폐경호르몬요법(HRT)에 대한 성명서 형식의 가이드라인이 선보여 눈길을 끈다.

대한폐경학회 회장인 성균관의대 윤병구 교수(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는 “HRT에 대한 봉인이 풀려가고 있다”고 평했다. WHI 연구를 기점으로 임상현장에서 침체돼 있던 HRT가 긍정적인 근거들을 기반으로 최근의 가이드라인에 주요 전략으로 권고되며 다시 수면위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폐경 여성은 폐경 전부터 다양한 증상 및 질환으로 고통받게 되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HRT라는 방안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역점을 뒀다. 그런 한편 “아직 명확한 근거는 구축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암종, 인지기능, 당뇨병 등 HRT의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해주는 실마리들이 보고되고 있다”며 차후에도 다학제적 논의와 함께 전문가 의견 차원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Q. 폐경증상 관리, 왜 중요한가?
A. 폐경증상이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이미 여러 근거들을 통해서 명확하게 밝혀져 있다. 하지만 실제 폐경증상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수가 많다는 점에 대해서는 고려해야 한다.

폐경 전후에 해당하는 갱년기에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이들 중 폐경이 오지 않은 비율도 높게 나타난다. 실제로는 폐경이 오지 않은 갱년기가 시작된 50대 여성들이 잠재적인 치료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연구에서는 50세 이상 여성인구가 약 1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고, 갱년기부터 나타나는 폐경증상으로는 혈관운동증상, 질위축증상을 포함한 생식비뇨기증후군, 심혈관질환, 암, 뇌의 노화가 꼽힌다. 삶의 질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건강문제,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Q. HRT의 효과와 안전성 문제는 정리됐다고 볼 수 있는가?
A. 근거기반(evidence-based) 의학 측면에서는 자리를 다져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임상내분비학회·내분비학회(AACE·ACE), 북미폐경학회(NAMS)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WHI 추가분석, ELITE, KEEPS, DOPS 연구 등 HRT의 혜택을 보여주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예다. 또 코크란 리뷰에서 발표된 메타분석에서 HRT가 폐경 여성의 모든 원인 사망을 30%, 심혈관질환 위험을 48% 감소시켜 줬다는 결과 역시 HRT의 혜택과 안전성을 뒷받침해준다.
하지만 임상연구 해석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KEEPS 연구는
1차 종료점, 적은 환자수 등이 제한점으로, DOPS 연구의 경우 오픈 라벨로 진행됐기 때문에 통계적 검정력(statistical power)은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Q. 타이밍이론 해석에도 주의할 부분이 있는가?
A. 타이밍이론은 WHI 연구를 비롯한 HRT 임상시험에서 60세 이전 폐경 혹은 폐경 시작 10년 이내의 환자에서 HRT가 장기적으로 효과를 보였다는 결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도 이 내용을 수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임상시험에서 적용된 HRT 제제가 일부 에스트라디올에 국한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경구용 에스트라디올도 제제별로 효과 및 안전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핀란드에서 진행한 관찰연구에서는 모든 원인 사망은 물론 심혈관질환, 뇌졸중 발생률까지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경구용 에스트로겐도 제제별 효과 및 안전성이 다를 수 있어 개별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제형별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인지기능  혜택을 평가한 KEEP-Cog 연구에서는 경구용 제제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프랑스 관찰연구에서는 겔(gel) 제제를 장기간 사용했을 때 유의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이 필요하지만, 제형 차이에 따른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줬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Q. HRT와 암의 연관성을 정리한다면?
A. 유방암, 자궁암에 대해서는 기존 임상시험에서 근거가 제시된 가운데 간암, 위장암에서도 혜택의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우선 간암은 HRT 제제가 간에서 대사되지만 간기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간경화 관련 혜택도 일부 보고되고 있다. 또 위장암 대한 혜택도 메타분석에서 제시된 바 있다. 즉 암과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근거들이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는 만큼 올해 4월에는 대한폐경학회와 함께 대한골다공증학회, 대한골대사학회, 대한심장학회 여성심장연구회가 공동으로 학술대회를 진행하고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Q. HRT의 추가적인 혜택으로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 있다면?
A.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도 기대되는 부분 중 하나다. HRT의 심혈관 안전성이 도마에 올랐지만, WHI 분석에서는 경구용 제제를 복용한 환자 대비 경피용 에스트라디올로 치료받은 환자에서 뇌졸중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통계적 위력도 제한적이고, 경구 및 다른 형태의 제제가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추가적인 근거가 필요한 사항이다.

또 골다공증이 없는 환자의 골절을 예방할 수 있다는 측면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WHI 연구에서는 골다공증이 없는 50세 폐경 여성 중 골감소증이 있는 환자들에서 HRT가 고관절 골절 위험을 30% 가량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고령화 추세를 고려하면 폐경증상 관리뿐만 아니라 골감소 및 골절예방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와 함께 당뇨병, 인지기능에도 혜택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뇨병의 경우 HRT의 기전적인 측면에서 효과가 기대되지만 아직 명확한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인지기능에 대한 혜택도 경구용 제제는 부정적인 결과를 보였지만, 장기간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다양한 제형 및 제제에 관련된 근거들을 지켜봐야할 부분이다.

Q. 임상현장에서 해결해야할 과제는 무엇인가?
A. 2002년 WHI 연구 이후 HRT에 대한 약 15년간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WHI 연구 이전에는 폐경에서 HRT가 모든 원인 사망을 예방해준다는 점에 중지가 모여 있었지만, WHI 연구결과에 발목이 잡히면서 임상현장은 물론 교육과정의 보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1차 의료기관 대상 인지도 개선과 홍보 역시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 근거를 갖춘 전략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HRT는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 평균 월 4000원 정도의 비용으로 경제적 부담도 적다. 차후 노인인구, 즉 폐경여성이 증가함에 따라 노인인구 의료비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의료비 증가 억제에도 효과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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