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훗날의 일이라고 생각됐던 고령사회(aged society)가 눈앞이다. 2000년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 7% 이상인 고령화(aging society) 사회로 접어든지 17년만인 올해,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14%인 고령사회에 돌입하게 된다. 8월 시점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는 65세 이상 인구를 13.8%로 집계했다. 올해 말이 되면 14%를 넘어설 전망이다. 통계청이 이전에 발표한 자료보다 1년 앞당겨진 시점이기도 하다.

급속한 고령화는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지적돼 온 부분이다. 1993~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연간 고령화 증가율을 비교한 결과 OECD 평균 증가율은 1.19%인데 비해 한국은 4.06%로 나타났다. 급격하게 고령화를 보이는 일본도 증가율은 3.12%로 우리나라보다 낮다. 미국의 경우는 0.55%다.

통계를 발표한 한국개발원연구원은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최근 20년 사이에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이루어졌고, 저출산 현상 및 사망률 개선으로 인해 앞으로도 빠르게 고령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평했다. 게다가 9년 후인 2026년에는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전망이다. 이미 국내 일부 농어촌 지역은 초고령사회에 해당한다. 국제연합(UN)은 2015년 통계에서 2060년이면 한국의 노인인구 비율이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고령화 흐름타고 만성질환 노인환자 늘어난다

사회 고령화는 필연적인 노인환자 증가를 야기한다. 특히 만성질환의 경우 고령으로 갈수록 환자수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인다. Diatebes Fact Sheet in Korea 2016에서 당뇨병 남성 유병률은 50~59세 18.8%에서 60~69세에는 33.1%로 증가한다. 여성 유병률도 50~59세 11.1%에서 60~69세에는 24.1%로 2배 이상 높다. 70세 이상에서는 각각 27.2%, 33.8%의 높은 유병률을 유지했다.

고혈압은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꾸준하게 60~69세 45~55%, 70세 이상에서는 60% 이상의 유병률을 보여 왔다. 이상지질혈증 유병률도 Dyslipidemia Fact Sheet in Korea 2015에 따르면 전체 유병률은 30~39세 34.4%에서 40~49세 43.5%로 증가추세를 보이다가 50~59세에 55.4%, 60~69세 58.8%, 70세 이상에서는 58.9%로 고령에서 훌쩍 50%를 넘어선다.

고령 만성질환 맞춤형 관리전략
국내외 학회들은 노인환자의 특징을 반영, 고령에 초점을 맞운 권고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적극적인 관리가 중요하지만, 환자의 임상적 특징을 고려해 유동적인 기준을 가져갈 수 있다는 내용이다.

혈당에서는 미국당뇨병학회와 대한당뇨병학회 모두 노인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A1C) 목표수치를 7%로 제시하면서도 환자의 임상적 특징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절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저혈당증에 대한 안전성을 고려할 것을 당부했다.

혈압에서도 노인 환자에 대한 목표수치를 완화하자는 기조에 합의가 모이고 있다. 미국내과학회(ACP)는 일반인 수축기혈압 기준을 10mmHg 완화한 150mmHg 미만으로 제시했다. 미국 JNC 8차 가이드라인도 150mmHg, 유럽심장학회·고혈압학회(ESC·ESH)와 대한고혈압학회는 140~150mmHg을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고혈압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SPRINT 연구에서는 75세 이상 고령 환자가 30% 이상 포함됐음에도 수축기혈압을 120mmHg 미만으로 조절했을 때 심혈관사건 및 사망 위험이 30% 이상 감소돼 차후 노인환자의 수축기혈압 기준 논쟁을 시사했다.

이상지질혈증 노인환자의 관리전략도 결국 치료강도 문제로 귀결된다. 스타틴의 유용성은 유지되지만,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80세 이상 초고령 노인환자에 대한 부분과 고용량 스타틴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질병예방서비스태스크포스(USPSTF)는 한발 더 나아가 76세 이상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이들에 대해서는 근거 부족을 이유로 스타틴 치료를 권고하지 않은 바 있다. 한편 유럽심장학회·동맥경화학회(ESC·EAS)는 노인 환자에서는 저용량으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용량을 늘려갈 것을 주문했다.

삶의 질은 저공비행
노인인구 및 환자의 증가는 삶의 질이라는 또 다른 주제와 직결된다. 올해 초 통계청이 발표한 삶의 질과 GDP 지수를 비교한 자료는 건강관련 삶의 질에 대한 취약성을 보여준다. 2006년 대비 2015년의 경제수준과 삶의 질을 비교한 결과 경제수준은 28.6% 증가했지만, 삶의 질은 11.8% 증가에 그쳤다. 절반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통계청은 “경제성장이 이어져도 주관적 웰빙이 뒤따르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 세부항목의 삶의 질을 분석한 결과 교육은 23.9%, 안전은 22.2%, 소득 및 소비는 16.5% 증가해 종합지수를 견인한 반면 가족 및 공동체는 -1.4%, 고용 및 임금은 3.2%, 주거는 5.2%, 건강은 7.2% 증감을 보여  종합지수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에 관련된 삶의 질 문제는 경제성장률은 물론 전반적인 삶의 질에도 못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환자 증가를 중심으로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춘 의학적 관리전략이 부각되는 배경이다.

HRT, 폐경여성 삶의 질 지킨다
삶의 질과 관련해 가장 활발히 논의되는 분야 중 하나는 폐경여성의 호르몬요법이다. 폐경을 맞은 여성들은 혈관운동질환, 생식비뇨기질환, 골감소·골다공증 등을 겪게 되는데 증상을 치료하고 골감소·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는 전략으로 호르몬요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폐경학회 윤병구 회장은 “폐경증상은 폐경이 오기 전인 50대부터 나타날 수 있어 50대 여성도 잠재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대상일 수 있다. 국내 연구에서는 50세 이상 여성인구가 약 1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폐경증상을 보이는 환자에 호르몬요법을 적극적으로 권고했다.

타이밍이론, 국내외 공증
폐경여성에게 호르몬요법을 권고할 수 있는 건 최근 관련 임상연구에서 효과 및 안전성이 확인됐고, 국내외 가이드라인에도 임상연구 내용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회적으로 폐경여성의 호르몬요법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호르몬요법이 부침을 겪고 다시 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라고 설명한다. 2002년 발표된 WHI 연구에서 호르몬요법이 심혈관질환, 유방암 등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결과가 나온 이후 10년 이상 지나서 발표된 근거들이 폐경증상은 물론 심혈관질환 및 사망, 유방암에 이르기까지 긍정적인 결과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근거로는 WHI 연구 사후분석, 코크란 리뷰(Cochrane review)에 발표된 메타분석, 그리고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인 ELITE, KEEPS, DOPS 연구다. 이 연구들이 제시하는 혜택의 근간에는 타이밍이론(timing hypothesis)이 있다. 즉 어느 시점에 호르몬요법을 시행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북미폐경학회(NAMS), 미국임상내분비·내분비학회(AACE·ACE) 모두 올해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주요 임상시험과 타이밍이론에 대한 내용을 천명했고, 대한폐경학회 역시 지난해 말 발표한 치료지침을 통해 해외 학회들과 일관된 입장을 표명했다.

골다공증, 일상생활 기반 무너져
골다공증은 폐경여성은 물론 노인인구 전체의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꼽힌다. Osteoporosis Fact Sheet 2014에서 국내 골다공증 유병률은 50세 이상 여성에서 10명 중 3~4명, 남성은 10명 중 1명으로 나타나고, 70대에서는 각각 65.2%, 20%로 급격하게 증가한다.
대한골다공증학회 박예수 회장은 “골다공증은 골량감소로 인해 골절위험이 높아지는 질환이다. 그런 만큼 골다공증 환자들은 움직이는 것부터가 문제”라며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일상생활 영위부터 힘든만큼 적극적인 관리와 예방이 필요하다는 것.

미국내과학회(ACP), 영국국립골다공증가이드라인그룹(NOGG)도 최근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를 통해 동일한 내용을 강조했다. ACP는 골다공증 여성뿐만 아니라 골밀도가 낮거나 골다공증이 이환된 남성 환자에서도 적극적으로 치료전략을 시행할 것을 강조했다. NOGG 역시 골절위험이 높거나 골다공증 환자로 나타날 경우 적극적인 치료를 당부했다.

두 가이드라인 모두 1차 치료약물로 비스포스포네이트를 권고했고, 동시에 3~5년 투여후 치료효과를 재평가하도록 당부했다. 박 회장은 “비스포스포네이트가 골절 감소효과를 보였지만, 최근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중단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3~5년 투여 후 휴약기를 갖지만, 골절위험이 높으면 지속적으로 투여하고 밀접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박 회장은 “아직 국내 골다공증 인지율은 여성 24%, 남성 10.6%, 치료율은 각각 11.3%, 9.1%로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의학계와 정부가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통해 골다공증 치료와 함께 예방을 시행할 수 있도록 네크워크 형식의 관리전략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치매, 국가적 화두로 부각
노인인구 증가로 치매환자 증가에 대한 의료계 및 사회적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역학연구에서는 현재 65세 이상 인구 중 54만명이 치매환자로 집계되고 있는 가운데 2024년에는 100만명, 2041년에는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또 국제알츠하이머병기구는 한국 포함 아시아·태평양 고소득국가의 2015년 치매환자 유병률은 약 7%로 집계했고, 치매 환자 증가율은 2030년까지 약 56%, 2050년까지는 11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치매증상의 악화를 완화시킬 수 있는 아세틸콜린분해효소억제제, NMDA 수용체 길항제, 콜린 알포세레이트 등 약물은 있지만, 완치하거나 증상을 역전할 수 있는 관리전략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전문가들은 다른 어떤 질환보다 조기진단 및 치료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가 치매관리에 직접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5년 단위 치매관리종합계획을 운영해 왔고, 현재는 2016년부터 3차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3차 계획에서는 보건소 단위에서 치매환자 조기발견과 치료를 위한 치매검진사업을 실시하고, 치매노인 등록 및 관리, 치매노인과 보호자에 대한 상담 및 지원, 치매 예방 및 치매노인 간병요령 등 교육 등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통해 치매 환자의 본인 부담률을 기존 20~60%에서 10%로 낮추는 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치매 의심단계인 경도인지장애에서는 신경인지기능검사를 급여화하고, 내년에는 MRI를 급여화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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