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신경과학회(ANA) 연례학술대회가 지난 10월 15~17일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심뇌혈관질환부터, 두통, 통증, 행동장애, 신경근육질환 등 신경과 관련 다양한 질환들에 대한 연구들이 선보였다.

▲혈관질환 위험인자, 인지기능 악화시킨다
캐나다 토론토 서니브룩건강연구소 Dana Mohammad 박사는 관상동맥질환 위험인자가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그는 “고혈압, 당뇨병, 흡연은 관상동맥질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고 관상동맥질환은 기억소실, 일상생활 수행능력 저하 등 인지기능장애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혈관 관련 위험인자와 인지기능 간 직접적인 연관성을 평가했다.

인지기능은 캘리포니아 언어학습검사, 간단시공간기억검사, 스트룹검사, 선로잇기(Trail-Making)검사, 단어말하기검사, 동물이름검사 등으로 평가했다. 이와 함께 환자 면담을 통해 고혈압, 당뇨병, 흡연 병력 여부도 확인했다.

총 83명의 관상동맥질환 환자들이 분석에 포함됐다. 연령, 셩별, 교육기간 등의 변수를 보정한 회귀분석 모델에서 고혈압, 당뇨병, 흡연 병력은 시공간기억검사 결과에 31%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뇨병은 독립적으로 시공간기억검사 점수를 감소시켰다. 숫자부호치환(digit symbol substitution) 검사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보고됐다.

연구팀은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위험인자는 일상생활 수행기능, 시공간 기억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특히 당뇨병은 고혈압, 흡연 병력보다 더 강력한 연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정리하면서 “혈관성 위험인자의 감소는 혈관장애 발생률과 함께 인지기능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고강도 수축기혈압 강하, 뇌졸중 관련

▲안전성 확보
- SPRINT 연구 하위분석
고강도 수축기혈압 감소전략의 심혈관 혜택을 입증한 SPRINT 연구의 하위분석 결과에서는 뇌졸중 안전성이 확인됐다. 미국 테네시대학 Jack W. Taso 교수는 “심혈관질환 관련 가이드라인에서는 뇌졸중, 심근경색증 등 심뇌혈관질환 위험감소를 위해 수축기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조절할 것을 제시하고 있지만, SPRINT 연구에서는 수축기혈압을 120mmHg 미만으로 조절했을 때 치명적·비치명적 심혈관사건 위험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며 SPRINT 연구에 주목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 한편 “일각에서는 수축기혈압을 120 mmHg 미만으로 조절한 경우 저혈압 발생률이 더 높았고, 뇌내 확산압력 감소, 뇌졸중 위험 증가가 보고됐다”며 연구의 배경을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는 평균 동맥압 및 맥압 변화에 따른 뇌졸중 및 실신 위험을 평가했다. SPRINT 연구 참가자 8844명의 혈압측정 결과를 분석했고, MAP(수축기혈압 + [수축기혈압-이완기혈압]/3)와 PP(수축기혈압-이완기혈압)를 평가했다. 연구에서는 가장 낮은 MAP, PP 수치를 보인 환자들에 초점을 맞췄다. 뇌졸중 및 실신 위험은 생존율 분석, 사망위험, 심근경색증 및 심부전 발생, 비심근경색증성 심장사건, 저혈압사건 등을 보정한 후 분석했다.

평균 3.26년 추적관찰 기간동안 뇌졸중 발생률은 1.49건, 실신 발생률은 2.1%였다. 평균 MAP는 78.21mmHg, PP는 45.10mmHg였다. MAP, PP가 낮은 경우 저혈압, 실신 위험은 높아졌지만 뇌졸중 위험은 증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MAP, PP가 5mmHg 증가할 때마다 뇌졸중 위험은 각각 31%, 30% 증가했고, 실신 위험은 각각 30%, 14% 증가했다.

Taso 교수는 “고강도 수축기혈압 감소 전략은 MAP, PP가 낮은 고혈압 환자의 뇌졸중 위험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SPRINT 연구에서 제시된 고강도 혈압관리 전략의 뇌졸중 안전성을 강조했다.

▲체위기립성빈맥증후군 대상 약물요법, 항우울효과까지
- 서울의대 문장섭 교수(서울대병원 신경과)
서울의대 문장섭 교수팀은 체위기립성빈맥증후군에 대한 약물요법의 효과를 평가한 연구를 발표했다. 문 교수팀은 “체위기립성빈맥증후군은 여성 중심의 젊은 성인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기립성조절장애(orthostatic intolerance) 형태다”고 설명했고 “지속적으로 효과를 보이는 약물요법에 대해서는 잘 연구되지 않았다”며 연구의 배경을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는 서울대병원에서 체위기립성빈맥증후군으로 진단받은 103명을 대상으로 했다. 대상 환자들은 프로프라놀롤군, 비소프롤롤군, 프로프라놀롤 + 피리도스티그민(pyridostigmine)군, 비소프롤롤 + 피리도스티그민군으로 무작위 분류돼 3개월 간 치료받았다. 환자들은 베이스라인·1개월·3개월 시점에 기립성조절장애 척도(OIQ), 벡 우울척도(BDI-Ⅱ), 단기 건강조사(SF-36)로 평가받았다.

최종적으로 77명이 3개월 치료 및 추적관찰 분석에 포함됐다. 증상은 모든 환자군에서 유의하게 개선됐다. OIQ 점수는 3개월 시점 평균 18.5점, 1개월시점 12.5점, 3개월 시점 7.8점으로 베이스라인 대비 유의하게 감소했다.

추가적으로 항우울제를 복용하지 않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하위그룹 분석에서도 치료전략에 상관없이 BDI-Ⅱ 점수가 유의하게 감소해 항우울효과를 보였다. SF-36도 전반적으로 개선됐지만, 프로프라놀롤 + 피리도스티그민군에서는 정신건강 관련 부분만 개선됐다. 각 치료군의 점수변화는 유사했다.

연구팀은 “체위기립성빈맥증후군 환자에서 지속적인 약물요법은 기립성조절장애뿐만 아니라 항우울제 처방없이도 우울증을 개선시켰고, 삶의 질에도 혜택을 보였다”고 정리했다.

▲미도드린 + 피리도스티그민, 기립성 저혈압 관리효과 입증
- 서울의대 연구팀
서울의대 연구팀은 기립성 저혈압 관리에 대한 병용요법 관련 연구도 발표했다. 미도드린(midodrine)과 피리도스티그민이 그 주인공으로 이번 연구에서는 각각의 단독요법과 병용요법의 효과 및 안전성을 비교했다. 두 약물 모두 기립성 저혈압 치료에 흔히 사용되는 약물이다.

무작위 오픈라벨 임상시험 디자인으로 증상성 신경원인성 기립성 저혈압 환자 87명을 모집했다. 환자들은 무작위로 미도드린군, 피리도스티그민군, 미도드린 + 피리도스티그민군으로 분류됐다. 환자들은 치료 1·3개월 시점에 평가받았다. 1차 종료점은 치료 3개월 시점의 기립성 혈압 감소 정도였고, 2차 종료점은 1개월 시점 기립성 혈압 감소였다.

치료 3개월 시점 기립성 수축기 및 이완기혈압은 모든 치료군에서 유의하게 감소했고, 기립성 증상 역시 3개월 치료기간 동안 유의하게 완화됐다. 증상의 중증3도는 미도드린군 ＞미도드린 + 피리도스티그민＞피리도스티그민순이었고, 약물 유해반응은 11.5%에서 경증~중등증으로 나타났다.

미도드린, 피리도스티그민 단일요법 및 병용요법 3개월 전략은 기립성 저혈압 환자에게 효과적이고 안전했다. 기립성 저혈압 관련 증상 개선 효과는 미도드린이 피리도스티그민보다 뛰어났다.

▲아스피린, 신장기능 장애 환자에서 와파린 대체 가능하다
- S154
싱가포르 셍캉종합병원 Nilesh H. Pawar 박사는 뇌졸중 예방을 위해 와파린을 투여받은 환자의 만성 신장질환 악화 사례를 발표했다. Pawar 박사는 “심방세동은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지속성 부정맥이고, 와파린은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을 위해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또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 혹은 뇌졸중, 일과성뇌허헐발작, CHA₂DS₂-VASc 2점 이상인 환자에게는 와파린이나 신규경구용항응고제(NOAC)을 반드시 투여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와파린과 신장기능에 대해서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와파린은 경구용 항응고제로 신장기능이 정상인 비판막성 심장세동 환자에게 투여하지만, 신장기능이 손상된 환자에게도 필수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게다가 와파린 관련 신장병증은 모든 원인 사망률을 높이고 신장기능을 악화시킨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관련 Pawar 박사는 77세 만성신장질환 4~5단계인 중국인 여성의 사례를 발표했다. 대상 여성은 당뇨병, 고혈압, 심인성 뇌졸중 병력이 있었다. 심방세동 발생 후 와파린을 투여했고 INR은 6.02였다. INR을 맞춰서 와파린을 투여하려 했지만, INR 변동폭이 심했고 약물 간 상호작용으로 인해 적절한 용량조절이 되지 않았다.

Pawar 박사는 “와파린 투여 후 신장기능은 지속적으로 악화돼 NOAC 사용을 고려했지만, 신장기능 장애로 인해 투여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아스피린으로 전환했다”고 정리했다.
이 사례를 기반으로 그는 “신장기능 장애가 있고 투석 위험이 있는 노인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치료에 아스피린이 와파린보다 뛰어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만성 신장질환 4~5단계를 동반한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을 위한 항혈전요법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시티닙, 루게릭병 치료에 효과
- S319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즉 루게릭병에 대한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전략 연구도 발표됐다. 맥길대학 Angela Genge 교수는 “마시티닙 추가전략이 루게릭병 진행을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루게릭병에 유효한 치료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마시티닙은 미세아교세포, 대식세포, 비만세포 활동을 타깃으로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을 보호하는 기전의 약물이다. 이 연구에서는 리루졸(riluzole) 100mg/kg을 기반으로 마시티닙 4.5mg/kg/day 추가군과 위약 추가군을 48주간 비교했다. 1차 종료점은 베이스라인 ALSFRS-R 1.1점/1개월 미만인 환자들의 48주 시점의 ALSFRS-R 절대 변화정도였다.

평가결과 마시티닙은 위약 대비 더 뛰어난 ALSFRS-R 변화를 보였다. 마시티닙군에서는 3.4점 감소해 27%의 진행지연 효과를 보였다. 시간대에 따른 사건발생(PFS), ALSAQ40, FVC 등을 포함한 2차 분석에서도 마시티닙은 유효한 효과를 보였다.

추가적으로 사후분석에서는 24개월 이내에 치료했을 때 치료효과가 강화돼 42%의 지연효과를 보였다. 높은 빈도로 나타난 유해사건으로는 발진, 오심, 설사, 체중감소가 있었다.

Genge 교수는 “마시티닙은 루게릭병 환자 중 베이스라인 ALSFRS-R 점수 1.1 미만인 이들에게 유의한 혜택과 수용가능한 정도의 안전성을 보였다”고 정리했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