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은 환청, 망상, 사회적 고립, 지리멸렬한 언어 표현 등의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이런 증상은 처음부터 바로 나타나는 경우보다는 전구기와 같은 조기증상의 징후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경과가 전구기-증상발현-호전-재발-기능저하의 순서로 진행되는 진행성 질병이며, 신체질환의 위험성이 일반 인구보다 높고, 조기사망의 위험 또한 높아서 20년 정도 일찍 사망하게 된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40%에 이르는 사람들이 적절한 건강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그들에 대한 1차 진료의사들의 역할은 어떤 것이 있을까?
 

▲조현병에 대한 이해
조현병에 대한 1차 진료의사의 주요 역할은 Viron 등의 주장처럼 “치료받지 않은 정신증 환자가 가능한 빨리 정신과 진료를 받도록 연결시켜 주는 것”이다. 이 질환은 환청, 망상과 사고과정의 장애를 주 증상으로 하는 만성질환으로 사람마다 나타나는 증상과 질환의 발현시기는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청년기 또는 그보다 약간 이른 시기에 시작한다.

질환의 시작이 급성적인 경우도 있지만, 사회적 관계의 변화나 의심과 같은 사고장애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전구기를 걸쳐서 서서히 발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구기는 흔히 우울증이나 적응장애와 같은 보다 가벼운 질환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흔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치료적 개입이 빠를수록 보다 좋은 경과를 예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빠른 개입으로 좋은 경과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은 ‘duration of untreated psychosis(DUP)’과 ‘early intervention in psychosis(EIP)’의 개념으로 이어진다. 물론 그 인과관계가 잘 확립됐다고 할 수는 없고 치료받지 않은 기간이 예후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비판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질환의 조기 발견과 개입의 효과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 DUP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1차 진료의사의 역할은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이 첫 발병의 정신증을 초기에 발견하도록 인식을 증진시키고 정신과 의사에게 의뢰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 연구들에서는 1차 진료의사들을 교육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보고한다. 이는 1차 진료의사들이 이들을 진료할 확률이 일년에 몇 명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른 연구에서는 그래서 교육관계자와 일반 대중에 대한 캠페인을 하는 등 다중적인 접근이 도움이 된다고 보고했다.

조기개입의 개념을 더욱 확장시킨 ‘very early detection (VED)’를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이 개념은 아직 발병하지는 않았지만 고위험군(예를 들어서 조현병의 가족력 등)에게 치료적 개입을 해 병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거나 발병하더라도 DUP를 최소화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이 때 치료적 개입으로는 심리치료적 개입, 항정신병 약물치료나 영양치료 등이 시도되고 있다. 인지치료와 같은 심리치료적 개입만 그 효과가 중등도로 인정되고, 항정신병 약물치료는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해로울 수 있고, 영양치료의 효과는 미미한 수준
이다.

VED의 경우 또 다른 문제는 낙인효과다. 실제 이들의 상당수는 병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낮은데 이들에게 발병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우리는 그들에게 낙인을 찍는 것일 수 있다. 정신질환, 특히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인데, 그들은 병이 없음에도 차별과 편견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항정신병약물 치료와 같은 불필요한 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정신의학회는 진단분류체계를 최근 개정할 때 ‘attenuated psychosis syndrome’을 포함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있었고, 결국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편견과 신체질환의 문제
편견의 문제는 조현병환자들이 겪어야 할 가장 큰 시련 중이 하나이다. 이들에 대한 편견은 일반일 뿐 아니라 의료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사실 그들에 대한 편견은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형성된 것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메스컴이나 사회전반의 일반적 인식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의료인들이 의과대학 실습이나 인턴 생활에서 잠깐 경험한 그들은 낯설고, 이해할 수 없고, 공격적이고, 충동적이다. 대개 급성기 병동의 환자들이 비정신과의료인이 접했던 유일한 경험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고, 부정적 경험은 강남역 살인사건과 같은 언론기사나 엽기적인 살인을 다루는 영화를 접하면서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정신과 환자를 오랜 동안 접해온 비정신과의사들에서는 그런 과장된 편견은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이 접하는 환자들은 위축되어 있고 불안해 하거나, 세상에 무관심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아파도 자기 보고를 잘 하지 않는 조현병 환자들의 태도다. 조현병의 경우 통증역치가 증가돼 있는 경우(자신의 귀를 피가 나도록 이물질로 찌르거나 이물질을 먹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아마도 통증 역치가 올라가서 통증을 못 느껴서일 수 있다)도 있고, 세상에 대한 피해망상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해칠 것이라고 생각해서 아파도 숨기거나, 조현병의 증상의 하나로 자신의 건강과 개인위생과 같은 건강돌봄 행위를 적절하게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치료의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이들의 흡연율은 일반인구의 2배를 넘고, 제2형 당뇨병은 2~3배 정도이며, 암발병율은 3배,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확률 역시 2배 가까이 된다. 역시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조기에 개입을 할 수 있었지만 늦어져서 병원 응급실로 방문하게 된 사례들은 폐렴, 요로감염, 탈수와 충수염 천공 등 외에 기존 당뇨병의 악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등이 주요 이유였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이유들 외에 비정신과 의사들의 편견도 영향을 준다. 정신과 환자들이 말하는 증상들은 정신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편견이다. 그들은 사고장애, 의사소통장애, 의심 등의 증상 때문에 일반인들처럼 자신의 증상을 잘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실제 신체 증상을 정신적인 증상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반면에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비정신과 의사들이 종종 과잉치료하게 되는 대표적인 증상은 고혈압이다. 이들은 여러 정신적인 이유로 혈압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데 이 시점을 기준으로 항고혈압약을 처방하게 된다면, 과잉처방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뇨병에서 혈당의 조절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의 상당수는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없거나 과식을 하는 경향이 있어서 혈당이 높게 유지되는데, 일반인을 기준으로 혈당을 저하시키려는 노력이 저혈당의 위험을 부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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