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5년 독일의 의학 교과서에 최초로 기술된 이후 주의력결핍및과잉행동장애(ADHD)는 주로 소아청소년에서 진단되는 정신질환으로 인식돼 왔고, 최근까지도 대부분의 연구와 임상적 관심은 소아청소년 ADHD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치료를 받지 않은 소아기 ADHD환자들의 50~60%에서 성인기까지 증상 및 기능의 저하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1990년대 이후 성인 ADHD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됐고, 성인 ADHD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어 기존의 ADHD 치료제들이 성인에게도 합법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2013년에 개정된 DSM-5에서야 비로소 성인 ADHD의 진단기준이 명확히 제시된 점 등을 감안하면, 성인 ADHD의 정신건강의학적 역사는 이제 겨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국내에서도 2016년 9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KFDA) 및 국민건강보험에서 성인 ADHD의 약물치료를 인정하면서 학문적으로나 임상적으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지만, 성인 ADHD에 대한 기초적인 국내자료나 연구들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관련 연구와 학문적 지식, 임상경험 등을 체계적으로 쌓아가고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역학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성인 ADHD의 유병률은 3~4%정도로, 소아청소년 ADHD의 유병률인 5~7%보다는 조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진행된 연구들을 보면 우리나라 성인 ADHD의 유병률이 대략 4% 정도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으며, 이들 중 실제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의 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성인 ADHD 환자들의 대부분이 임상증상 및 이로 인한 많은 기능의 손상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위한 전문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성인 ADHD 환자들 중 많게는 70~80%가 다른 정신질환을 동반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불안장애, 우울장애와 양극성장애, 물질사용장애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반된 다른 정신질환으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 중 약 20% 이상이 성인 ADHD를 가지고 있지만, 성인 ADHD로 진단돼 치료를 받는 경우는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이 환자들에서 ADHD의 치료는 동반질환의 치료뿐만이 아니라 예후에도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선별검사

성인 ADHD의 증상을 가진 사람들을 선별해내는데 유용한 선별 및 증상평가 도구들은 이미 많이 개발돼 임상현장이나 연구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들 중 국내에서 현재 사용가능 한 평가도구는 WHO에서 개발한 자가보고형 설문지인 ASRS ver. 1.1(K-ASRS)과 코너스 성인 ADHD 평정척도(K-CAARS), 웬더-유타 평정척도(WURS), 한국형 성인 ADHD척도(K-AADHDS), 한국판 성인형 Young ADHD척도(K-YAQ)가 있으며, 이들은 모두 DSM-IV의 진단기준을 토대로 영문으로 개발된 척도를 한글로 번역한 후 표준화한 것들이다.
가장 최근에는 여러 개의 척도들에 포함된 문항들을 분석해 추출한 한국형 성인 ADHD 평가척도(K-AARS)도 발표됐다. 이들 중 성인 ADHD의 선별에 있어 가장 간편하고 널리 쓰이고 있는 K-ASRS는 척도의 전체 문항 중 Part-A의 6개 문항 만을 사용해 성인 ADHD의 선별이 가능한데, Part-A만을 사용하였을 때 민감도와 특이도는 각각 69%, 99%이다. WHO에서 한글판을 배포하고 있어 인터넷 등을 통해 사용할 수 있으며, 6개의 문항만으로도 선별할 수 있기 때문에 임상에서도 쉽게 적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증상의 정도를 평가하거나 치료 후 반응이나 경과를 평가하는 목적으로는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제한점이 있다.
K-ASRS와 마찬가지로 K-CAARS, K-AADHDS, K-YAQ, K-AARS 등은 모두 현재 혹은 최근의 증상 정도를 평가하는 척도이지만, WURS는 어렸을 때의 증상을 평가하는 설문지여서 이들 척도들을 적절히 조합해 사용하면 선별검사의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증상의 평가와 진단, 실행기능의 평가에 흔히 사용되는 정량적 평가도구인 연속수행검사(CPT), 정신신호검사(SST), 위스콘신 카드분류검사(WCST)등 대부분의 신경심리검사들은 소아청소년 ADHD의 평가에 있어 효과와 유용성은 확인됐지만, 성인 ADHD에서의 증상평가 및 진단적 유용성이 아주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이런 정량적 검사도구들을 이용하거나 결과를 해석하는데 있어서는 많은 주의를 요한다.

▲진단

결국 성인 ADHD의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면담을 통한 자세한 ADHD 증상들을 파악하고, 그런 증상들이 진단기준에 부합하는 지를 확인하는 일이 될 것이다. DSM-5에서 제시하고 있는 진단기준을 보면 우선 9개의 부주의(주의력결핍) 증상 중 5개 이상 혹은 9개의 과잉행동-충동성 증상 중 5개 이상의 증상이 6개월이상 지속되는 경우 진단이 가능한데, 이들 증상이 12세 이전에 나타나야 하며, 가정, 학교나 직장 등 2가지 이상의 환경에서 나타나고, 이들 증상으로 인한 사회적, 학업적 또는 직업적 기능의 저하가 있는 경우에 성인 ADHD로 진단할 수 있다. 소아청소년에서는 진단을 위한 증상들 중 각각 6개이상을 만족해야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이 성인 ADHD의 진단기준과의 차이점이다<표>.
진단기준만을 보면 성인 ADHD의 진단이 비교적 단순하고 용이한 것처럼 보이지만, 성인 ADHD의 진단은 소아청소년에서의 진단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성인 ADHD환자에서 보이는 증상이 소아청소년에서 보이는 증상과는 조금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아 ADHD에서 흔히 나타나는 과잉행동 증상이 성인에서는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좌불안석의 정도로 나타나기도 하며, 소아에서는 신체적인 행동으로 충동성이 흔히 나타나지만, 성인에서는 부적절한 단어의 사용과 같은 언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성인 ADHD를 진단할 때는 다양한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증상들을 확인해야 하며 다른 질환과의 감별 등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소아청소년 ADHD의 경우 흔히 학습문제, 학교에서의 부적응, 또래관계에서의 문제행동 등을 이유로 진료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성인 ADHD 환자들은 직장에서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거나, 직장에서의 부적응, 물질사용문제, 가정폭력, 음주운전 문제 등으로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삶의 질 관리 위한 체계적 접근 필요

소아청소년 환자들보다 성인 ADHD 환자들은 훨씬 더 다양한 측면에서 기능손상이 나타나게 된다. 직업 및 직장, 가정, 사회집단, 대인관계 등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이런 기능의 손상은 결국 개인의 삶의 질(QoL)을 현저히 저하시키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ADHD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단순한 성격의 문제나 개인적인 문제로만 여기고 삐그덕거리는 삶을 살고 있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임상적으로는 기분장애나 불안장애, 알코올의존과 같은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 중 많은 성인 ADHD 환자들이 있지만, 적절한 치료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들도 있을 것이다.
아직 성인 ADHD에 대한 인식조차 부족한 국내의 현실을 감안하면, 우선 성인 ADHD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환자들을 찾아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아울러 성인 ADHD의 유병률 조사와 같은 기본적인 데이터 수집과 정리를 위한 기초 연구들과 임상 연구들이 진행되어 좀 더 체계적인 접근과 치료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분명 소아청소년에서 ADHD에 대한 인식은 최근 수년간 많이 개선돼 발전돼 왔고, 진단률과 치료률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CDC)의 최근 발표를 보면 2003년 이후 소아청소년 ADHD로 진단받고, 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이 각각 매년 약 5%와 7%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의 상황을 보여주는 연구나 데이터는 없지만, 국내에서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진행되는 정서행동특성평가, WEE 센터와 같은 관리체계의 구축 등으로 인해 학령기동안 ADHD의 선별과 치료적 연계률이 많이 향상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며, 정신건강의학과를 내원해 진단받고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도 많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
인다. 적절한 선별과 진단을 위한 꾸준한 관심과 노력으로부터 성인 ADHD에서도 이와 같은 변화가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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