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심장학계가 고혈압 경계치와 목표혈압을 전격 낮추면서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혈압강하의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는 SPRINT 연구에 근거해 고혈압 진단기준을 130/80mmHg 이상으로 낮추고, 이들 환자의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했다. 고혈압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이전보다 강력한 혈압조절을 요구한 것이다.

새 ARB 주목

이번 혁신의 근거가 된 SPRINT 연구에서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혈압을 120mmHg 미만으로 집중조절한 결과, 140mmHg 조절군과 비교해 심혈관사건(심혈관 원인 사망, 심근경색증, 뇌졸중)은 물론 사망위험이 유의하게 줄었다. 혈압조절과 심혈관질환 예방에 있어 ‘The Lower, The Better’ 접근법의 실효성을 강하게 입증한 것.

SPRINT 연구는 기존보다 강한 혈압강하를 이뤄내는 것이 1차목표였다. 이를 위해 강력한 항고혈압제 전략을 적용했는데, 치료에 사용된 여러 항고혈압제 중에 신약 하나가 주목을 받았다.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계열의 신규 약제 아질사르탄(azilsartan medoxomil)이 그 주인공. 연구에는 아질사르탄 단독 또는 아질사르탄 + 클로르탈리돈 병용요법이 처음 사용됐다.

“더 나은 혈압조절을 위해”

이달비라는 제품명으로 국내시판된 아질사르탄은 전세계적으로 8번째, 우리나라에는 9번째로 소개된 신규 ARB 제제다. ARB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많이 처방되는 계열 중 하나다.

무엇이 또 다른 ARB 제제를 만들어낸 원동력으로 작용했을까? 최근 열린 대한고혈압학회 추계국제학술대회에서 그 답이 제시됐는데, “기존보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혈압강하력을 갖춘 단일제에 대한 요구가 새로운 ARB 제제를 등장시켰다”는 것이다.

서울의대 김용진 교수는 고혈압학회 심포지움에서 ‘새로운 ARB, 더 나은 혈압조절을 위한 이달비’ 제목으로 강연, 신규 ARB 제제의 등장배경과 약제특성 및 임상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혈압강하와 심혈관질환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혈압강하가 가장 중요하다. 115/75mmHg부터 시작해 혈압이 20/10mmHg씩 오를때마다 허혈성 심장질환이나 뇌졸중에 따른 사망위험이 두 배 상승한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주요 관찰연구에 대한 종합분석에서는 수축기혈압을 5mmHg 강압 시 뇌졸중 14%, 관상동맥질환 9%, 사망위험은 7% 감소했다.

다수의 임상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에서도 수축기혈압이 2mmHg 하락할 때 뇌졸중 사망위험은 10%,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위험은 7% 낮아졌다. 혈압강하력과 심혈관질환 예방의 상관관계는 충분히 입증돼 있는 셈이다.

절반 밑도는 조절률

때문에 국내외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는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140/90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해 왔다. 문제는 목표치를 달성하고 유지하는 고혈압 환자의 비율이 여전히 높지 않다는 것이다. 김 교수가 제시한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인구의 30% 전후에서 고혈압 유병률이 정체돼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2013~2014년 현재 혈압 조절률(140/90mmHg 미만조절)은 45.7%로 아직 절반의 법칙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목표혈압 130/80mmHg 미만을 요구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을 문제는 아니다.

아질사르탄

김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항고혈압제 선택으로 아질사르탄을 내세웠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혈압강하력을 갖춘 신규 ARB 제제라는 것. 더불어 여타 ARB 제제와 비교해 우수한 혈압강하력을 검증받았고, 혈압강하력에 기반한 심혈관 임상혜택의 입증만이 남아 있다.

국내외 가이드라인은 고혈압 환자의 항고혈압제 선택으로 칼슘길항제(CCB), RAAS 억제제, 티아지드계 이뇨제, 베타차단제 등을 권고한다. 가장 최근의 국민건강영양조사 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16년 현재 ARB와 CCB가 처방빈도 1·2위를 다투고 있다.

2017년 서울대병원에서 고혈압 상병으로 진료받은 환자의 항고혈압제 처방률울 보면 ARB가 가장 높다. 하지만 ARB도 저용량으로 24시간 혈압강하력 지속이 어려운 약제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ARB 처방례를 볼 때 저용량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아침 혈압상승 등의 문제가 돌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24시간 혈압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강력·지속 혈압강하력

김 교수는 아질사르탄이 빠르고, 강력하게, 그리고 24시간 지속적으로 혈압조절이 가능한 ARB 제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선 타 ARB 제제와 비교해 AT1 수용체 결합력이 더 강해 안지오텐신 II가 수용체와 결합하는 것을 보다 효율적으로 억제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약물동태학 실험에서는 저용량에서도 수용체에 강력하게 결합하고 늦게 분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ARB 계열의 경우 AT1 수용체에 얼마나 빨리·강력하게 결합하고(binding) 늦게 분리되느냐(disassociation)에 따라 혈압강하력과 강압지속력이 결정되는데 아질사르탄은 두 부문에서 타 ARB 제제 대비 우수한 성적을 보고했다.

AT1 수용체에 강하게 결합한다는 것은 안지오텐신 II가 수용체에 결합해 혈압을 상승시키는 것을 그 만큼 잘 억제한다는 것이다. 또 결합력이 강하다는 것은 수용체와 분리되는 시간을 더 늦출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아질사르탄은 이 처럼 AT1 수용체에 강하게 결합하고, 늦게 분리되는 기전상 특성으로 인해 강력하고·지속적인 혈압조절이 가능해진다. 약효발현의 최대치와 최소치를 나타내는 T/P ratio(trough-to-peak ratio)만 봐도 아질사르탄은 0.95(1에 가까울수록 24시간 혈압조절력 우수)로 타 약제와 비교해 가장 높은 점수를 보인다. 이에 따라 아질사르탄을 통해 혈압 변동성을 소폭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저녁부터 아침혈압까지 지속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vs ARB 제제

김 교수는 아질사르탄의 혈압강하력과 강압지속력이 일련의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돼 왔다며 근거를 제시했다. 먼저 고혈압 1·2단계 환자들을 발사르탄 및 올메사르탄과 6주간 비교한 연구가 있다. 아질사르탄 40mg과 80mg 요법은 기저시점 대비 수축기혈압을 16.4mmHg, 16.7mmHg 낮추며 발사르탄 320mg(-11.3mmHg) 및 올메사르탄 40mg(-13.2mmHg)과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P＜0.05).

특히 6주 혈압강하력은 활동혈압으로 측정한 24시간 평균혈압에서도 같은 양상을 나타내 아질사르탄의 지속적인 혈압조절 혜택을 확인할 수 있었다(아질사르탄 40·80mg -13.4·-14.5mmHg vs 발사르탄·올메사르탄 -10.2·-12.0mmHg, P＜0.05).

칸데사르탄과 비교하며 16주간 치료·관찰한 결과 역시 아질사르탄 40mg이 진료실 혈압과 24시간 평균혈압 모두에서 보다 우수한 강압효과를 보였다. 특히 아질사르탄은 칸데살탄과 비교해 아침혈압이 상승하는 환자군에서 일관된 혈압강하 혜택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사르탄과 비교한 24주 치료·관찰 연구에서도 아질사르탄의 혈압강하력은 일관된 경향을 나타냈다. 24주시점에서 아질사르탄 치료그룹의 진료실혈압과 활동혈압은 발사르탄군 대비 유의하게 감소했으며(P＜0.05), 강압효과의 차이는 치료를 시작해 2주시점부터 벌어져 4주를 거쳐 24주시점까지 유지됐다.

아질사르탄은 수용체 결합력이 강하고 분리가 늦게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진 올메사르탄과의 1 대 1 비교에서도 우수한 혈압강하력을 검증받았다. 6주 치료·관찰에서 진료실 혈압과 활동혈압 모두 아질사르탄의 강압혜택이 우수했다(P＜0.05). 한편 제2형 당뇨병 또는 당뇨병 전단계를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서 아질사르탄의 효과를 검증한 연구들을 종합분석한 결과에서도 타 항고혈압제 대비 우수한 혈압강하력이 확인됐다.

김용진 교수는 이 같은 결과에 근거해 “새로운 ARB 제제인 아질사르탄의 강압효과가 발사르탄이나 올메사르탄 등과 같은 타 ARB 제제와 비교해 우수했다”고 갈음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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