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AC(new oral anticoagulants)이 동맥혈전색전증(ATE)과 관상동맥질환(CAD) 분야로 적응증 영역을 넓혀가면서 생애 2막을 열고 있다. 심장학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심뇌혈관질환 예방과 관련해) NOAC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맥혈전색전증(VTE) 예방·치료 및 심방세동(AF) 환자 뇌졸중 예방 분야에서 대표적인 경구 항응고요법이었던 비타민K 길항제(VKA)를 대체하며 포스트와파린 시대를 열었던 NOAC이다. 2막에서는 동맥혈전색전증과 관상동맥질환 영역으로까지 손을 뻗어 심뇌혈관질환 예방전략 전반에서 항혈소판제와 병용치료제로 대등하게 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포스트와파린

대표적 NOAC 제제인 리바록사반은 △슬관절 및 고관절 전치환술 이후 정맥혈전색전증 예방 △심재성 정맥혈전증(deep venous thrombosis) 치료 및 재발방지 △폐색전증 치료 및 재발위험 감소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에서 죽상동맥혈전사건 예방 등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이들 영역에서 와파린을 대체할 수 있는 신규 치료전략으로 등장해 이미 임무를 완수하고 포스트와파린 시대의 소임을 다했다는 평가다. 리얼월드 등록연구인 GLORIA-AF를 보면 유럽과 북미 등에서는 처방량에 있어 NOAC이 비타민K 길항제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VKA 밀어내기

NOAC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 분야에서 항혈소판제와 병용해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 확대를 시도해 왔다. 우선은 심방세동을 동반한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항혈전치료와 관련해 항혈소판제와 병용되는 와파린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심방세동으로 경구 항응고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가 관상동맥사건 때문에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아야 하는 경우, 치료가 상당히 힘들다. 이중항혈소판요법(DAPT)에 경구 항응고제를 더하는 3제요법을 적용해야 하는데 출혈위험을 고려치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과거에는 비타민K 길항제에 아스피린 + P2Y12 억제제(DAPT)를 병합해 치료하도록 권고돼 왔다. 하지만 NOAC 이후로는 출혈위험을 줄이기 위해 와파린 대신 NOAC을 처방하는 전략이, 이중항혈소판요법 대신 P2Y12 억제제를 단독처방하는 2제병용(NOAC + P2Y12 억제제) 전략이 임상적용 가능성을 두고 시험대에 올랐다.

NOAC + P2Y12 억제제

가장 대표적인 예가 PIONEER-AF PCI 연구다. 관상동맥질환으로 PCI를 받는 심방세동 환자에서 항혈전치료 조합을 어떻게 가져가야 출혈위험을 낮춘 상태에서 유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검증한 사례다.

결과는 리바록사반에 항혈소판제를 병합해 치료한 그룹의 출혈위험이 와파린과 항혈소판제 조합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다. 특히 리바록사반 + P2Y12 억제제의 2제병용군에서 상대적인 출혈위험이 크게 감소했다. 심혈관사건 위험은 NOAC과 와파린군 사이에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가장 최근에 보고된 RE-DUAL PCI 연구에서도 같은 양상이 관찰됐다. PCI 시술을 받은 심방세동 환자에서 다비가트란 + P2Y12 억제제를 사용한 2제병용군의 출혈위험이 와파린을 사용한 3제병용군과 비교해 유의하게 낮았다. 2제병용은 3제병용과 비교해 혈전색전사건 위험감소 측면에서 열등하지 않았다.

관상동맥질환

한편 NOAC 가운데서는 리바록사반이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심혈관사건 2차예방에 가장 먼저 도전장을 내밀었다.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심혈관사건 2차예방을 위한 항혈전치료에는 항혈소판제 단독 또는 병용요법이 표준으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관상동맥질환, 특히 ACS 환자의 재발위험을 완벽히 막아내기 힘들다는 견해로 인해 좀 더 강력한 항혈전요법이 요구돼 왔다.

때문에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항혈소판요법과 트롬빈 생성을 억제하는 항응고요법을 동시에 적용하는 이중경로(dual pathway) 차단전략의 중요성이 부각돼 왔다. 트롬빈이 혈소판 응집을 촉진하는 특성도 갖고 있기 때문에 항응고제 치료를 추가해 치료효과를 더 강화하겠다는 심산이다. 단 출혈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 상태에서 심혈관사건 위험을 얼마나 더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NOAC + 아스피린

최근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17)에서 발표된 COMPASS 연구에 따르면, 관상동맥질환·말초동맥질환의 안정형 죽상동맥경화성성 혈관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리바록사반 단독·병용과 아스피린 단독요법을 비교한 결과 리바록사반·아스피린 병용요법의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가 아스피린 단독 대비 유의하게 감소했다.

특히 연구팀은 리바록사반 병용군에서 사망률이 유의하게 줄었다는 데 주목, 출혈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사망·장애와 연계되는 치명적 출혈 및 뇌출혈 위험은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위험 대비 혜택(net clinical benefits)이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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