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심장학회(ESC)는 2011년 말초동맥질환(PAD) 진단 및 관리 가이드라인 업데이트판을 올해 ESC 연례학술대회에서 선보였다. 이번 업데이트판은 유럽혈관외과학회(ESVS)와 공동으로 작업한 것으로, 양 학회는 PAD 관리에 대한 다학제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회적으로 PAD가 뇌졸중만큼이나 치명적이고 장애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고사항 변화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경동맥질환, 상지(upper extremity)동맥질환, 신장동맥질환, 하지동맥질환 관련 권고사항 등급에 변화가 눈에 보인다. 안전성에 더 무게를 뒀고, 환자별로 세분화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먼저 경동맥질환에서는 경동맥 스텐트 시술 시 색전보호도구 적용에 대한 권고사항의 등급을 class Ⅱb에서 Ⅱa로 상향조정했다. 그리고 무증상 60~99% 경동맥 협착증 관리전략에서는 모든 환자에 대한 수술, 대안전략으로 스텐트를 제시했던 내용을 뇌졸중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수술을, 수술 고위험군에서는 스텐트를 적용하도록 했다(Ⅱa). 선택적으로는 평균 수술 위험도를 동반한 환자에게도 스텐트를 시술할 수 있다는 내용도 추가했다(Ⅱb).

상지동맥질환 관련 권고사항에서는 증상성 쇄골하 동맥협착증에 대한 재관류술 적용의 권고등급을 Ⅰ에서 Ⅱa로 낮췄다. 쇄골하 협착증 재관류술에 대한 세부사항에서는 2011년 혈관내 치료전략을 우선 권고(Ⅰ)한 내용에서, 2017년에는 스텐트 또는 수술 중 선택하도록 했다(Ⅱa). 역으로 관상동맥우회로술(CABG) 시행 예정 유무에 상관없이 무증상 쇄골하 협착증이 있는 경우 재관류술 적용에 대해서는 Ⅱb에서 Ⅱa로 등급을 높였다.

신장동맥질환에서는 증상성 죽상동맥경화성 협착이 60% 초과인 경우의 스텐트 시술 권고사항 등급을 Ⅱb에서 Ⅲ으로 낮춰 적용을 권고하지 않았다.

하지동맥질환 치료에서는 혈관내 치료전략(endovascular therapy)을 권고(Ⅱa)했던 내용을 구체적으로 분류했다. 세부적으로 대동맥 회자동맥(aorto-iliac) 치료는 대동맥 회자동맥이나 대동맥-대퇴부 폐색에 대한 수술(Ⅱa)로 변경했고, 혈관내 치료전략은 경험이 있는 의료기관에서는 대안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Ⅱb). 슬와하(Infra-popliteal) 병변에 대해서도 혈관내 치료전략에 대한 권고사항에 우회로술을 가장 높은 등급(Ⅰ)으로 추가 권고해 치료전략의 종류와 순서를 새롭게 정리했다.

새로운 권고사항

이와 함께 전반적인 PAD 관리, 경동맥질환, 장간막동맥질환, 신장동맥질환, 하지동맥질환(LEAD) 관리에 새롭게 추가된 내용들도 있다.

우선 모든 PAD 환자에게는 심부전에 대한 선별검사를 진행하고, 안정적인 PAD 환자 중 심방세동 등 항응고요법이 필요한 경우 항응고제 단독요법을 시행한다는 권고사항이 추가됐다(Ⅱa).

경동맥질환에서는 선택적 경동맥 수술 전 관상동맥 조영술을 시행한다(Ⅱb)는 내용과 CABG가 예정된 무증상 경동맥 협착 70~99%인 환자에게는 예방적 재관류술을 정규 치료전략으로 적용하지 않는다(Ⅲ)는 권고사항이 추가됐다.

장간막동맥질환에서는 급성 장간막 허혈증을 배제하기 위한 D-이합체(D-dimer) 검사를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Ⅱb)과 증상성 만성 장간막 허혈증에서 반복적인 영양평가를 지연하지 않도록 한 내용(Ⅲ)이 추가됐다. 신장동맥질환 부분에는 섬유근형성장애 치료에 긴급 스텐트 시술과 벌룬 조영술을 함께 적용한다는 권고사항이 더해졌다(Ⅱa).

새로운 내용이 가장 많이 추가된 부분은 LEAD다. 걷기거리 개선을 위해 스타틴을 투여하고, 심방세동이 동반됐을 때 CHA₂DS₂-VASc 척도 2점 이상이면 항응고요법을 시행토록했다(Ⅰ).

이와 함께 무릎 밑 병변의 만성 사지위협 허혈증(CLTI)에 대한 관상동맥 조영술, 복부대동맥류 선별검사를 위한 듀플렉스(Duplex) 검사, CABG 시행 시 발목상완지수(ABI)를 활용한 LEAD 선별검사를 권고했다(Ⅱa).

이와 함께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환자에서도 LEAD 여부를 선별검사하도록 했다. 또 항혈전요법을 시행할 때 LEAD 환자에게는 아스피린보다 클로피도그렐을 우선 권고했다(Ⅱb). 한편 독립적인 무증상 LEAD에는 항혈소판요법을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Ⅲ).

 질환개념 관련 정리

일부 질환의 관리전략의 개념도 새롭게 정립했다. 일반적인 PAD에 대해서는 다학제적 관리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에서는 다학제 관리가 가능한 '혈관팀(vascular team)'을 구비해야 하고, 아웃컴 개선을 위해 약물 및 비약물요법을 적절히 적용해야 한다. 항혈전요법은 PAD 분류에 따라 선택한다.

경동맥질환에서는 무증상 경동맥질환에 대한 위험도 분류를 권고했고, CABG 예정환자에서 중증 경동맥 협착에 대한 재관류술은 체계적으로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LEAD은 무증상 질환과 개별적으로 구분되야 한다. 파행(claudication)에 대한 최근의 관리전략은 스타틴과 운동처방이다. 재관류술을 시행한 후에도 치료를 지속한다. 같은 맥락에서 혈관수축 약물이 걷기거리를 개선시키는지는 불문명하다. 만성 사지위협 허혈증(CLTI)은 LEAD 중 가장 중증 형태로 정의된다. 허혈증을 차지하더라도 상처와 감염에 대해서는 절단 위험을 분류하기 위해 평가해야 한다(WIFI 평가척도.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TASC 분류는 배제됐다).

관상동맥질환 동반 여부와는 별도로 PAD 환자들은 심부전, 심방세동 등 심장상태 이상을 동반한다.

향후 과제

ESC는 현재근거들을 기반으로 권고사항을 업데이트한 한편 앞으로 추가적인 근거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정리했다. 즉 임상현장에서는 필요하지만, 그를 뒷받침할 근거가 없는 부분이 아직 많다는 것이다.

- 역학

유럽에서 PAD 역학자료는 거의 없다. 여성에서PAD는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다. 임상연구에서 여성 환자에 대해서는 잘 확인되지 않았다. 성별에 따른 진단, 관리에 대해서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 경동맥질환

무증상 경동맥 환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항혈소판제를 평가한 연구는 많지 않다. 또 무증상 경동맥협착증 환자의 뇌졸중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는 다변량 및 표준 점수가 필요하고, 재관류술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하위환자군도 정리해야 한다.

CAS 중 혈전보호기기의 효과를 평가한 RCT는 없고 현재 연구결과는 상반된 부분이 있다. 또 CAS 후 DAPT 적정기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한편 뇌내혈전제거술 혹은 혈전절제술 후 급성기 뇌졸중에서 경동맥재관류술의 시점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 상지동맥질환

상지동맥질환의 진행경과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치료에서도 증상성 쇄골하동맥 협착증/폐색에 대한 재관류술의 장기간 혜택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자료는 거의 없다. 쇄골하동맥 스텐트를 시술한 후 DAPT 적정기간은 명확하지 않다.

- 장간막동맥질환

다혈관 무증상 장간막동맥질환에 대한 예방적 재관류술의 잠재적 혜택은 연구가 필요하다. 또 증상성 장간막질환의 경우 스텐트 종류(베어메탈 vs 약물코팅)에 따른 효과차이를 비교한 연구가 없다. 장간막동맥질환에서도 스텐트 시술 후 최적의 DAPT 기간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신장동맥질환

폐부종 환자 대상 신장동맥 스텐트의 역할, 스텐트 시술 신장동맥 재협착병변에 대한 적절한 치료전략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나아가 신장 재관류술을 통해 혜택을 얻을 수 있는 하위군의 규명과 스텐트 시술 후 적정 DAPT 기간도 과제로 꼽혔다.

- 하지동맥질환

대퇴부 동맥과 슬와하 동맥에서 약물용출 스텐트와 약물용출 벌룬의 역할을 확인해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궁극적으로는 슬와하 동맥 협착에 대한 최적의 치료전략이 확인돼야 한다.

CLTI 동반 무릎 밑 사지에 자가 연장 스텐트, 약물용출 벌룬, 약물용츨 스텐트을 적용한 암싱시험에서 절단 없는 생존률, 상체 회복, 삶의 질 등도 함께 평가돼야 한다.

CLTI 환자에서 스텐트 시술 후 적정 DAPT 기간과 장기간 적용 시 잠재적 혜택에 대해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추가적으로 LEAD의 리얼월드 평가를 위해 유럽 내 등록사업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치료전략

말초동맥질환의 전반적인 관리부분은 기존 내용을 그대로 유지했다. 우선 생활습관 관련 부분에서 금연, 식습관개선, 운동량증가를 권고했다. 증상성 말초동맥질환 환자에게 항혈소판요법을 권고했고, 스타틴을 통해 LDL 콜레스테롤을 70mg/dL 미만 혹은 베이스라인 대비 50% 이상 조절하도록 했다(class Ⅰ).

이와 함께 말초동맥질환의 위험인자는 죽상동맥경화증과 공유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고혈압 환자에서는 혈압을 140/90mmHg 미만으로 조절하고, 당뇨병 환자에서는 엄격한 혈당 관리를 주문했다.

당뇨병에서 말초동맥질환 관리

역으로 당뇨병에서도 말초동맥질환 관리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미국심장협회(AHA) 연례학술대회 Late-breaking Science 세션에 EMPA-REG OUTCOME 연구에 대한 말초동맥질환 하위분석이 선정된 점은 이런 현황을 반영해준다.

미국당뇨병학회(ADA) 가이드라인에서는 말초동맥질환을 관상동맥심질환, 뇌혈관질환과 함께 주요 거대혈관 합병증으로 꼽으며 당뇨병 환자의 평가항목에 적시했다. 게다가 당뇨병 환자의 사망률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족부 합병증 원인으로도 꼽혔다.

말초동맥질환 관리는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의 틀에서 진행된다. 이에 입각해 ADA 가이드라인에서는 항고혈압제를 활용한 혈압 조절, 스타틴 중심의 지질 관리, 아스피린을 통한 항혈소판요법 등을 권고하고 있다.

이 중 당뇨병 환자의 항혈소판요법은 조심스런 접근과 함께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ADA 가이드라인에서 아스피린은 중등도 이상의 심혈관 위험환자에게는 무리없이 권고하고 있지만, 위험도가 매우 낮은 환자에게는 권고되지 않고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에서는 위험대비 혜택 평가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

이를 배경으로 당뇨병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항혈소판제들이 아스피린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데 여기에는 사포그릴레이트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포그릴레이트는 말초동맥질환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하고 있다. 말초동맥질환 환자에게 사포그릴레이트 투여 후 혈관기능을 평가한 연구(Journal of Cardiovascular Pharmacology. 2007)에서 치료 12주시점 사포그릴레이트군의 상완혈류는 100mL 당 1.7mL/min에서 2.2mL/min으로 증가했고 하지혈류는 8.2mL/min에서 14.2mL/min으로 증가됐다. 위약군은 변화가 없었다.

혈관내 치료전략이 예정된 치명적 사지허혈증 환자에 대한 회귀분석 연구(Heart Vessels. 2012)에서도 사포그릴레이트는 평균 21개월 추적관찰결과 무절단생존율을 개선, 비투여군 대비 사지절단 또는 사망 위험을 43%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HR 0.57, 0.34-0.97).

이와 함께 말초동맥질환 환자의 인슐린 저항성에도 유의한 개선효과를 보였다(Circulation Journal. 2006). 당뇨병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당뇨병 환자가 아닌 말초동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사포그릴레이트 1일 300mg을 2주간 투여한 결과 공복면역반응성인슐린 수치(IRI)와 인슐린 항상성 수치(HOMA-R)이 유의하게 감소됐다. 치료 3개월 시점에서도 유의한 감소효과는 유지돼 IRII는 12.0μU/mL에서 9.2μU/mL로, HOMA-R은 4.3에서 2.4로 감소했다. 추가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는 아디포넥틴 수치는 8.11㎍/mL에서 9.648.11㎍/mL로 유의한 증가를 보여 당뇨병에 대한 직접적 혜택의 가능성도 보고됐다.

한편 초기 신장병증이 발현한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Diabetes Research and Clinical Practice. 2002)에서는 신장보호 효과도 보인 바 있다. 치료 3개월시점 사포그릴레이트 치료군은 비치료군 대비 알부민 배출 수치를 24.3mg/gCr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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