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혈전약물부터 혈압강하제까지

유럽심장학회(ESC)는 최근 발표한 급성 ST분절상승 심근경색증(STEMI) 가이드라인을 통해 장기간 유지요법에 관해 정리한 바 있다. 항혈전요법에서는 저용량 아스피린, 12개월의 아스피린 기반 이중항혈소판요법(DAPT)을 class Ⅰ으로 권고했고 이외 스타틴, 베타차단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요법도 class Ⅰ으로 이름을 올렸다.

ESC, 일관된 권고사항 제시

급성 STEMI 환자에서 항혈전요법의 혜택과 스타틴을 통한 심혈관 아웃컴 개선효과는 이미 주지의 사실로 자리잡은 가운데 항고혈압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베타차단제와 ACEI에 높은 수준의 권고등급을 제시한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ESC는 급성 STEMI 환자를 대상으로 한 베타차단제와 ACEI에 대해서는 일관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2012년 급성 STEMI 가이드라인에서 이미 베타차단제와 ACEI를 class Ⅰ으로 권고했고, 2017년 가이드라인에서도 두 약물에 대해 동일한 권고등급을 유지했다.

경구용 베타차단제는 심부전 및/또는 좌심실박출량 40% 이하인 환자에게 권고했고(Ⅰ, A), 입원 및 퇴원한 모든 환자들에게도 금기사항이 없는 한 주기적인 경구용 베타차단제 투여를 권고했다(Ⅱa, A). ACEI는 심부전, 좌심실기능부전, 당뇨병, 전벽경색(anterior infarct)이 있는 STEMI 환자에게 24시간 이내에 투여하도록 했다(Ⅰ, A).

베타차단제

경구용 베타차단제는 다기관 등록사업 연구에서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들의 사망위험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급성 관상동맥증후군(ACS)이나 PCI가 예정된 환자에게 새롭게 베타차단제를 투여했을 때도 사망위험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ESC는 “혈액학적으로 안정된 환자에게 최초 24시간 이내에 경구용 베타차단제 투여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심근경색증 병력 여부에 따라 상반된 결과를 제시한 연구들이 있고 적정 투여기간에 대해 평가한 연구들은 없다고 부연했다.

ACEI

ACEI에 대한 권고내용은 명료하다. 가이드라인에서는 권고사항 내용 그대로 좌심실박출량 40% 이하의 장애가 있거나 심부전 병력 환자에게 초기부터 ACEI를 투여할 것을 강조했다. 주요 근거로는 STEMI 환자를 대상으로 한 ACEI 임상시험 종합분석 결과를 꼽았다. 분석결과 ACEI는 안전하고 내약성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고 30일째 사망률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그리고 대부분 투여 첫 번째 주에 효과가 나타났다.

베타차단제 + ACEI

최근에는 관상동맥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베타차단제와 ACEI 병용요법을 평가한 연구들도 선보이고 있다. 안정형 관상동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EUROPA 연구 하위분석(American Heart Journal. 2015)에서는 ACEI인 페린도프릴과 베타차단제 병용요법이 심혈관사건 및 사망을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EUROPA 연구는 페린도프릴을 대상으로 한 다기관 이중맹검 위약군 대조 무작위 임상시험으로, 이번 분석에서는 베이스라인에서 베타차단제를 복용한 환자들의 혜택에 초점을 맞췄다.

환자들을 베타차단제 + 페린도프릴 병용군(3789명)과 베타차단제 + 위약군(3745명)으로 분류해 심혈관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심장발작 소생 등 1차종료점을 평가한 결과 베타차단제 + 위약 대비 베타차단제 + 페린도프릴 병용군의 위험도가 24% 더 낮았다(HR 0.76, 95% CI 0.64-0.91). 치명적 및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위험은 28%(0.72, 0.59-0.88), 심부전 입원 위험은 45%(0.55, 0.33-0.93) 낮아 병용군에서 혜택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 유해 약물반응은 양군에서 거의 나타나지 않았고, 심혈관사망 및 입원 발생률은 베타차단제 + 페린도프릴 군에서 더 낮았다.

연구팀은 “다른 메타분석에서 베타차단제와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병용전략은 심근경색증과 모든 원인 사망에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하며 베타차단제와 ACEI 병용전략에 무게를 뒀다.

또 다른 연구(Cardiovasc Drugs Ther. 2017)에서는 대규모 임상시험인 ADVANCE, EUROPA, PROGRESS 연구를 회귀분석해 페린도프릴과 베타차단제의 효과를 평가했다. 이 연구들에서 혈관질환 환자는 2만 9463명이었고, 다변량 Cox 분석으로 베타차단제 + 페린도프릴 병용군과 베타차단제 + 위약군으로 분류해 심혈관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 통합적인 1차종료점을 평가했다.

평균 4년자료를 분석한 결과 누적 1차종료점 발생률은 페린도프릴 + 베타차단제 병용군 9.6%, 베타차단제 + 위약 병용군에서는 11.8%로 베타차단제에 페린도프릴 추가군에서 위험도가 20% 감소했다(0.80, 0.71-0.90).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위험은 23%(0.77, 0.65-0.91), 모든 원인 사망 위험은 22%(0.78, 0.68-0.88) 감소했다. 베이스라인에서 고혈압 여부에 따라 1차종료점과 심혈관 아웃컴에 대한 유의한 효과는 유지됐다. 단 뇌졸중에서 유의한 효과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 연구에서는 베타차단제와 ACEI인 페린도프릴 병용전략이 기전적으로 심장보호와 혈압강하에 상호보완적인 효과를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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