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인크레틴 기반요법, 특히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DPP-4 억제제의 심혈관 임상혜택을 시사하는 연구결과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개발된 제미글립틴의 임상근거도 계속 축적되고 있어 관련 계열효과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DPP-4 억제제는 인크레틴을 비활성화시키는 DPP-4 효소를 억제해 GLP-1의 생활성화를 촉진하는 기전으로 혈당을 조절한다. 베타세포의 양을 늘려 인슐린 분비능을 강화하고, 베타세포 기능을 개선해 혈당을 조절한다. DPP-4 억제제는 혈당조절 외에도 여타 심혈관 위험인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다면발현효과(pleiotropic effects)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당조절과 병행되는 심혈관 보호효과로 인해 심혈관질환 예방효과에 대한 기대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심혈관 안전성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많이 처방되는 경구 혈당강하제 계열 중 하나인 DPP-4 억제제는 심혈관 임상혜택을 입증하기에 앞서 안전성을 검증받아야 하는 위치에 서기도 했다. SAVOR-TIMI 53 연구에서는 심혈관질환을 동반했거나 고위험군인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삭사글립틴과 위약을 비교한 결과 심혈관 원인 사망, 심근경색증, 허혈성 뇌졸중 복합빈도에 차이가 없었다. 안전성을 검증받았지만, 심부전 입원율이 위약군보다 27% 높게 나오면서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때문에 알로글립틴을 검증한 EXAMINE과 시타글립틴 대상의 TECOS 연구도 주목을 받았다. 심혈관 임상혜택의 중립성을 확인한 상태에서 EXAMINE 하위분석의 결론은 알로글립틴이 심부전 입원 증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TECOS 연구에서는 시타글립틴이 심부전에 이르기까지 전체 심혈관사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다. 심부전 입원율이 시타글립틴군과 위약군 모두에서 3.1%로 차이가 없었다.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 사망률 역시 각각 7.3% 대 7.2%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현재 리나글립틴을 대상으로 한 CAROLINA 연구가 진행 중에 있으나, 전체적으로 일관되지 못한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DPP-4 억제제의 심혈관 임상혜택에 대한 관심은 커져만 갔다.

심혈관 임상혜택 가능성

한편 한국인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각 계열 혈당강하제의 심혈관 임상혜택 정도를 본 연구에서는 메트포르민과 병용되는 DPP-4 억제제의 혜택 가능성이 시사되기도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에 기반해 한국인 코호트 집단의 혈당강하제 처방결과를 관찰한 것이다. 결과는 메트포르민에 DPP-4 억제제를 병용해 치료한 환자들에서 타 약제 대비 심혈관사건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메트포르민과 병용되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의 심혈관 임상혜택을 비교·검증하기 위해 한국인 건강보험 데이터를 코호트로 구성해 관찰연구를 진행했다. 2013~2015년 국민건강보험 데이터에서 메트포르민에 더해지는 병용제로 DPP-4 억제제, 설폰요소제, 또는 티아졸리딘디온계 치료를 받은 환자들을 관찰한 것. 궁극적으로는 주요심혈관사건(MACE)과 사망률이 계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고자 했다.

관찰결과, 메트포르민에 DPP-4 억제제를 병용해 치료한 환자그룹의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가 설폰요소제 병용치료군에 비해 21% 유의하게 낮았다. 티아졸리딘디온계 그룹도 설폰요소제 대비 낮은 위험의 경향을 보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Class effects?

가장 최근에 발표된 사례로는 역시 한국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DPP-4 억제제 계열내 약물의 심혈관 안전성 또는 임상혜택을 들여다 본 관찰연구가 있다. 한국인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해 DPP-4 억제제 계열내 약제별로 심혈관사건 위험을 비교한 것으로, 최근 열린 미국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ADA 2017)에서 발표됐다. DPP-4 억제제에서 시사되고 있는 심혈관 임상혜택이 계열 전반에서 발휘되는 효과(class effects)인지를 검증코자 한 것이다.

이번 관찰은 2012~2015년 DPP-4 억제제 치료를 받은 국민건강보험 데이터상 환자들을 코호트로 삼아 심혈관사건 위험도를 비교·분석했다. 처방된 DPP-4 억제제는 시타글립틴, 빌다글립틴, 삭사글립틴, 리나글립틴, 제미글립틴으로 총 5개 제품이었다. 심혈관사건은 심근경색증, 뇌혈관질환, 불안정형 협심증, 심부전, 일과성뇌허혈발작(TIA), 관상동맥재형성술(PCI, CABG) 때문에 입원했거나 응급실을 찾은 경우로 정의했다.

리나글립틴·제미글립틴 상대위험도↓

다변수(연령, 성별,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심방세동 등) 보정 상태에서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DPP-4 억제제 계열 중 리나글립틴(hazard ratio 0.93, 95% CI 0.90-0.97)과 제미글립틴(0.94, 0.88-0.99)의 위험도가 시타글립틴 대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빌다글립틴(0.99, 0.94-1.04)과 삭사글립틴(0.95, 0.89-1.02)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으나 시타글립틴과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특히 심부전만을 별도로 보면 시타글립틴 대비 DPP-4 억제제 전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으나 빌다글립틴(1.10, 0.99-1.21), 삭사글립틴(1.08, 0.93-1.25), 리나글립틴(0.98, 0.91-1.05), 제미글립틴(0.90, 0.79-1.02) 순으로 갈수록 상대위험도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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