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는 2017년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통해 고혈압 환자의 심부전 예방전략과 고혈압·심부전 동반환자의 치료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그 만큼 고혈압과 심부전이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회의 설명에 따르면, 만성 심부전 환자의 75%에서 고혈압이 선행돼 나타난다. 수축기혈압 120mmHg 미만과 비교할 때 120~139mmHg, 140~159mmHg, 160mmHg 이상 그룹의 심부전 발생위험은 1.6배, 2.2배, 2.6배씩 증가한다.

심부전 예방

ACC·AHA는 우선 심부전 발생위험이 높은 고혈압 환자의 심부전 예방을 위해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했다. 정상혈압 대비 수축기혈압 120~139mmHg에서부터 심부전 위험도가 2배가량 증가한다는 데이터에 근거한 결정이다.

심부전·고혈압 동반

좌심실박출량이 감소된 심부전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게도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주문했다. 한편 이들 환자에게는 비디하이드로피리딘계 칼슘길항제(CCB)의 적용이 권고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좌심실박출량이 보존된 심부전 동반 고혈압 환자에게는  체액용적과부하(volume overload) 증상이 있는 경우 혈압조절을 위해 이뇨제를 투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이들 환자에서 체액과부하 증상을 관리한 후에도 고혈압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수축기혈압 130mmHg 미만 달성을 위해 ACEI, ARB, 베타차단제를 투여하도록 했다.

RAAS 억제제

심부전 환자에서 혈압조절과 심혈관 보호효과로 잘 알려져 있는 항고혈압제는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계(RAAS) 억제제 계열이다. 이 가운데서도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는 탁월한 심혈관 보호효과를 자랑한다.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을 보면, 심부전·관상동맥질환·당뇨병성 신장병증·뇌졸중·심근경색증 후·당뇨병 환자 등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의 혈압치료에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와 함께 ARB를 권고하고 있다.

ARB

ARB는 일련의 임상연구를 거치면서 좌심실박출량이 감소된 심부전 환자에서 입원 및 사망위험을 유의하게 낮추는 것이 입증됐다. 때문에 대부분의 심혈관질환 관련 가이드라인이 이들 환자에게 ARB를 권고하고 있다.

심부전 환자에서 ARB의 효과를 입증한 사례는 CHARM 연구가 대표적이다. 칸데사르탄이 심부전 환자에서 심근경색증 및 여타 관상동맥사건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것으로, NYHA(New York Heart Association) 심부전 단계 II~IV기에 해당하는 7599명(평균연령 66세)의 환자를 최적 약물요법에 더해 칸데사르탄(타깃용량 1일 32mg) 또는 위약군으로 나눠 37.7개월(중앙값) 치료·관찰했다.

칸데사르탄 그룹의 1차 종료점(심혈관 원인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빈도는 20.4%로 위약군(22.9%)과 비교해 유의한 감소효과를 나타냈다(P=0.004).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역시 3.1% 대 3.9%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다(P=0.03). 심혈관 원인 사망도 12.1% 대 13.8%로 유의한 통계치에 이르렀다(P=0.01).

2차 종료점이었던 치명적 심근경색증, 돌연사,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또한 12.1% 대 13.8%로 칸데사르탄군이 우수한 상대위험도 감소효과를 나타냈다(P=0.02). 불내약성으로 ACEI 사용이 어려운 심부전 환자에서 칸데사르탄을 평가한 CHARM-Alternative 연구에서도 칸데사르탄군 33%(334명) 대 위약군 40%(406명)에서 심혈관 사망 또는 만성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이 발생해 유의한 혜택이 확인됐다(비보정시 P=0.0004, 다중변수 보정시 P＜0.0001).

칸데사르탄

칸데사르탄의 심혈관 임상혜택을 리얼월드에서 확인한 연구도 있다. 관찰연구를 통해 ARB 제제의 1 대 1 직접 비교를 진행했는데, 여타 ARB에 비해 칸데사르탄이 심부전 환자의 사망위험을 유의하게 낮췄다.

주저자인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원의 Maria Eklind-Cervenka 교수는 “임상현장에서 ARB 제제의 효과가 다양한 차이를 보이는데, 이들을 1 대 1 직접 비교한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ARB는 좌심실박출률이 감소된 심부전 환자의 입원과 사망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AT1 수용체에 대한 결합 친화력의 차이에 따라 각 ARB 제제의 임상혜택이 달라질 수도 있으나,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ARB 제제를 직접 비교한 사례는 없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심부전 환자에서 칸데살탄과 로살탄의 사망률 개선 혜택을 비교·평가하고자 했다.

총 5139명의 환자를 장기적으로 관찰한 결과, 칸데사르탄과 로사르탄 그룹의 1년 생존율은 90% 대 83%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 5년 생존율은 칸데사르탄군이 61%를 유지한 반면 로사르탄군은 44%에 그쳐 역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다. 칸데사르탄 대비 로사르탄군의 사망 위험비는 1.43배 높았다(JAMA 2011).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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