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심장학계가 당뇨병 환자의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하며, 당뇨병·고혈압 동반이환 환자에게 보다 강력한 혈압강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혈압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 항고혈압제의 선택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우선 대부분의 가이드라인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에 RAAS(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계) 억제제를 권고하고 있다. 병태생리학적 측면에서 당뇨병·고혈압 동반이환에 RAAS가 깊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RAAS 억제제 중에서는 최근 새롭게 등장한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계열의 아질사르탄이 당뇨병 환자에서 우수한 혈압조절력을 내세우며 주목받고 있다.

뇨병과 고혈압

당뇨병은 흔히 고혈압을 동반한다. 고혈압도 당뇨병과 동반이환되며 운명을 같이 한다. 대한당뇨병학회의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6’에 따르면,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고혈압 동반이환율은 54.7%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당뇨병 환자 둘 중 한 명은 혈압이 높다는 것인데, 비당뇨병 환자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서울의대 임 수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의 연구도 당뇨병과 고혈압 동반이환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인 고혈압과 당뇨병의 연관성(Diabetes Care 2015)’에 대한 연구로, 우리나라 성인인구에서 혈압이 높아질수록 당뇨병 발생빈도는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그림1>.

고혈압 전단계(120~139/80~89mmHg)에서 고혈압 2단계(160/100mmHg 이상)까지 정상혈압군과 비교해 당뇨병 위험이 1.2~1.6배까지 상승했다. 특히 당뇨병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중변수를 보정한 상태에서 고혈압의 독립적인 영향을 밝혀내 더 주목을 받았다. 고혈압이 당뇨병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라는 것을 규명한 것이다. 임 수 교수는 이와 관련해 “혈압 자체를 강하시키면 당뇨병 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혈압이 조금 높아지는 초기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강압치료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혈관질환 위험

문제는 고혈압과 당뇨병이 동반되면 심혈관사건 위험이 배가된다는 데 있다. INTERHEART 연구를 보면, 심혈관 위험인자 동반이환에 따른 심근경색증 위험도의 변화를 볼 수 있다(Lancet 2004).

개별 위험인자, 즉 흡연·당뇨병·고혈압 등은 심근경색증 위험을 각각 2.9배·2.4배·1.9배씩 증가시킨다. 하지만 이들 3개 위험인자가 동시에 발현되면 심근경색증이 발생할 위험은 13배까지 급증한다<그림2>.

당뇨병 환자 혈압조절

때문에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은 심혈관질환 예방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JAMA 2015에 게재된 메타분석은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조절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Connor A. Emdin 교수팀은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조절과 혈관질환 위험감소의 연관성을 파악코자 총 4개 임상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분석결과, 당뇨병 환자에서 수축기혈압을 10mmHg 낮출때마다 사망률 상대위험도가 13%(relative risk 0.87, 95% CI 0.78-0.96) 유의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3>.

혈관질환 상대위험도는 심혈관사건 11%(0.89, 0.83-0.95), 관상동맥 심장질환 12%(0.88, 0.80-0.98), 뇌졸중 27%(0.73, 0.64-0.83), 알부민뇨 17%(0.83, 0.79-0.87), 망막증 13%(0.87, 0.76-0.99)씩 모두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감소를 나타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는 기저시점에서 수축기혈압이 140mmHg를 넘었던 환자들에서 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며 “혈압이 높은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항고혈압제 치료의 필요성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130/80mmHg 미만조절

최근에는 미국 심장학계가 고혈압 경계치와 목표혈압을 낮추면서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혈압강하의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조절도 마찬가지다. 미국심장학회(ACC)·심장협회(AHA) 지난해 말 발표한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당뇨병 환자의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했다. 불과 수 년 전까지만 해도 당뇨병 환자에서 수축기혈압 140mmHg 미만조절이 흐름을 주도했지만, 당뇨병과 고혈압이 동반되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에서 보다 엄격한 혈압조절이 요구되면서 130mmHg 미만으로 혈압치료의 강도가 세진 것이다.

다만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의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3’ 자료를 보면, 당뇨병 환자 가운데 혈압 목표치(130/80mmHg 미만)를 달성하는 경우는 39.5%에 불과했다. 68.5%가 목표치에 이르는 비당뇨병 환자와 비교해 매우 열악한 조절률이다.

항고혈압제 선택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 목표치가 더 낮게 강화됨에 따라, 이를 위해 어떤 항고혈압제 치료를 적용해야 하는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ACC·AHA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는 “당뇨병 동반 고혈압 환자에서 이뇨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칼슘길항제(CCB)가 1차선택으로 유용하고 효과적”이라면서도 알부민뇨가 있는 경우 ACEI나 ARB로 대변되는 RAAS 억제제를 우선 권고하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ADA) 역시 올해 초 선보인 당뇨병 관리 가이드라인에서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을 위한 1차약제로 ACEI 또는 ARB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권고했다. 1차약제로 조절이 충분치 않은 경우에는 서로 다른 기전의 약물로 병용요법을 적용하도록 했다.

RAAS 억제의 중요성

대부분의 가이드라인이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에 RAAS 억제제를 우선 권고함에 따라 고혈당·고혈압 동반이환의 병태생리학적 기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 수 교수는 이와 관련해 “고혈압 전단계부터 RAAS가 활성화되는데, 고혈압 환자에서 RAAS가 항진되고 궁극적으로 마지막 단계인 안지오텐신-2가 당뇨병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며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에 있어 RAAS 억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아질사르탄

당뇨병 환자에서 항고혈압제의 혈압강하력과 관련해서는 RAAS 억제제인 ARB 가운데 가장 최근에 등장한 아질사르탄이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ARB 제제인 아질사르탄 메독소밀 칼륨(제품명 이달비)은 2017년 12월 1일부로 보험급여 적용을 받아 국내 출시됐는데, 강력한 혈압강하력·24시간 우수한 혈압조절력·빠르고 지속적인 혈압강하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아질사르탄은 AT1 수용체에 빠르고 강하게 결합하며 천천히 해리되는 기전상 특성에 기반해 일련의 임상시험에서 타 ARB 제제와 비교해 우수한 혈압강하력을 검증받았다.

특히 이 약물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당뇨병 또는 당뇨병 고위험군 환자에서 타 약제 대비 우수한 혈압강하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유럽고혈압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아질사르탄은 다른 ARB 제제와 비교해 당뇨병 또는 당뇨병 전단계 환자에서 보다 우수한 혈압강하 효과를 나타냈다.

총 3개의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를 종합분석한 결과, 제2형 당뇨병 환자그룹에서 아질사르탄 40mg과 80mg 요법의 베이스라인 대비 수축기혈압의 변화는 -15.1mmHg와 -14.2mmHg로 올메사르탄 40mg(-10.5mmHg)과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당뇨병 전단계 환자그룹에서는 아질사르탄 80mg의 수축기혈압 변화가 -21.5mmHg로 역시 올메사르탄(-14.9mmHg) 대비 우수한 혈압강하력을 나타냈다.

이 같은 효과는 발사르탄과의 비교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됐다. 당뇨병 환자군에서 아질사르탄(40, 80mg)의 수축기혈압 변화는 -14.5mmHg와 -15.5mmHg로 발사르탄 320mg(-7.8mmHg)보다 우수한 혈압강하 효과를 보였다. 당뇨병 전단계 환자그룹에서도 아질사르탄 80mg의 수축기혈압 변화가 -17.3mmHg로 발사르탄(-11.3mmHg)과 차이를 보였다. 한편 전임상 연구, 즉 생쥐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에서는 아질사르탄이 인슐린 민감도를 나타내는 glucose infusion rate(포도당주입률)를 유의하게 증가시켜 인슐린 저항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시사된 바 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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