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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과는 다른 ‘한국인’ 심근경색증 관리전략을 찾아라
  • 임세형 기자
  • 승인 2018.06.08 09:50
  • 호수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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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고 수준의 전국 네트워크 등록사업 구축
- 한국인 환자 ‘특화전략’ 기반으로 아시아 가이드라인 계획

선진국형 허혈성 심질환 사망률 증가중

심혈관질환은 세계적으로 명실상부한 주요 사인으로 자리잡고 있고 한국에서도 동일한 경향이 있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서 순환기질환은 2009년부터 2016년까지 4위 안에 꼽히는 사망원인이다.

1위는 암이다. 사망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9년 10만명 당 140.5명으로 집계됐고 2014년에는 150명을 넘었고 2016년에는 153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고혈압, 심질환, 뇌혈관질환 순환기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암 못지 않게 높은 수준이다. 순환기질환 사망률은 2009년에는 10만명 당 109.2명, 2014년에는 113.9명, 2016년에는 118.1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심장질환의 경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09년 사망률은 10만명 당 45명, 2012년에는 52.5명이었고 2015년에는 55.6명, 2016년에는 58.2명까지 높아졌다. 암 사망률을 위암, 간암, 폐암 등 단일 암종으로으로 구분했을 때보다 높은 수준이다. 위암의 경우 2016년 사망률은 10만명 당 16.2명이었고, 간암은 21.5명, 폐암은 35.1명 수준이었다.

전남대병원 심혈관센터,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이 2014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사회경제적 발전, 급속한 서구화를 통해 순환기질환으로 인한 입원율이 높고, 심장질환이 주요 사망원인으로 자리잡았다”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선진국과 동일하게 허혈성 심질환 사망률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선진국형 심혈관질환으로 꼽히는 심근경색증은 미국에서 제1위의 사인으로 꼽히고, 국내에서도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심근경색증, 위험인자 예방부터

심근경색증은 심장의 관상동맥이 혈전으로 인해 좁아지거나 막혀 산소와 영향분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는 질환으로 정의된다. 그리고 이를 예방하는 전략은 위험인자의 조절이다. 심근경색증의 대표적인 위험인자로는 고혈압, 고혈당, 이상지질혈증이 꼽힌다.

그래도 희소식은 있다.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폭이 크다는 것. 세계보건기구(WHO)는 “암의 조기사망 위험은 40% 정도 예방 가능한데 비해 심장질환, 뇌졸중, 제2형 당뇨병으로 인한 조기사망은 80%가 예방 가능하다”며 사전관리를 통해 높은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ACC·AHA), 미국당뇨병학회(ADA), 유럽심장학회(ESC), 영국국립임상보건연구소(NICE) 등 해외의 주요 심혈관 관련 학회 및 기관들이 혈압, 혈당, 지질 관리전략을 발빠르게 업데이트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는 부분이다.

체계적 관리를 위한 등록사업

위험인자 관리전략과 함께 심근경색증 치료성적과 유병률 변화, 위험인자의 정도차이 확인을 통해 치료전략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국가단위 등록사업 프로그램의 역할도 부각되고 있다. 미국의 플래밍험심장연구(Framingham Heart Study), 세계보건기구(WHO)의 MONICA 프로젝트, 세계 단위로 진행되는 등록사업인 GRACE 연구가 대표적인 예다.

미국의 플래밍험심장연구는 허혈성 심질환 발생예측 모델을 개발해 효과적인 예방모델을 제시했고, MONICA 프로젝트에서는 유럽을 중심으로 한 허혈성 심질환에 대한 체계적인 발생예측 모델을 제시했다.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국가차원의 등록사업 연구가 해당 지역 인구의 특징과 의료시스템을 통합적으로 판단한 전략을 제시했고 결과적으로 허혈성 심질환 발생률과 사망률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전국단위 네트워크 구축

미국, 유럽 등 해외 등록사업 연구의 성과는 한국인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등록사업 연구, KAMIR가 시작된 배경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급성 심근경색증 발생 및 사망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한국인 환자 데이터베이스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맞춤치료 측면에서 한국인에게 맞는 위험도 평가모델, 심근경색증 예방 및 치료지침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선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인 급성 심근경색증 등록사업(KAMIR)은 2005년 대한심장협회 50주년 기념사업으로 시작됐다.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전국 규모의 네트워크 구축을 목적으로 했고 현재는 전국 44개 의료기관, 55개 1차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센터가 포함돼 명실상부한 국가단위 등록사업 연구의 틀을 갖췄다. 주요 연구자인 전남의대 정명호 교수(대한심장학회 심근경색증연구회 회장)를 비롯해 전국의 주요 순환기 전문가들은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고, 누적 환자등록수는 현재 6만 7245명이다.

SCI 논문 190건 발표

KAMIR 연구는 자체적으로 제시한 연구목표들을 달성해가고 있다. KAMIR 연구의 목표는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온라인 등록 및 네트워크 구축 △고위험군 조기 발견 △위험인자 확인 및 분석 △ 급성 심근경색증에 대한 새로운 치료전략 확립 △급성 심근경색증에 대한 효과적인 예방전략 △급성 심근경색증 아시아 가이드라인 구축이다.

이중 전국적인 네트워크 구축은 양적·질적으로 완성됐다는 평이다. 정명호 교수는 “KAMIR 연구가 세계에서 가장 잘 관리된 환자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고, 연구성과도 활발하게 발표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10년 이상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가 7만여명에 육박하고 있고, 3년 단위의 추적관찰 달성률도 높기 때문.

무엇보다 현재까지 발표된 KAMIR 관련 연구수는 200건을 넘어선다. 2005년부터 2018년 현재까지 발표된 논문수는 205건으로 SCI 저널에 발표된 연구만 190건이다. 연구의 질도 담보됐다는 것. 정 교수는 이제까지 발표된 KAMIR 관련 연구들이 한국인 환자들의 치료현황을 파악함과 동시에 서양인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와의 차이점에 대한 근거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NSTEMI 환자 늘어나는 중

KAMIR 연구팀은 한국인 심근경색증 환자의 특징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고, 지난해 말에도 관련 내용을 업데이트 한 바 있다(Korean Circ J. 2017;47:811-822).

먼저 한국인 급성 심근경색증의 유병경향에서는 ST분절상승 심근경색증(STEMI)이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비ST분절상승 심근경색증(NSTEMI)이 역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서는 STEMI와 NSTEMI의 발생률은 2012년에 역전돼 NSTEMI의 비율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정 교수는 “트로포닌 에세이 분석기술의 발전으로 ST분절이 상승하기 전 상태인 NSTEMI 단계에서 검진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고강도 스타틴, 새로운 항혈소판제, 2세대 약물용출 스텐트(DES)를 활용한 PCI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치료경향도 확인됐다. PCI 시행률은 STEMI 환자에서는 90% 이상, NSTEMI 환자에서는 80% 이상이 유지되고 있다.

‘한국인’ 위험인자 관리전략

연구팀은 무엇보다 위험인자의 패턴이 서양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큰 틀에서 한국인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은 증가했고 흡연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각 인자별로 한국인의 명확한 특징이 확인됐다.

서양인 환자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이상지질혈증의 지질 패턴이다. LDL 콜레스테롤은 STEMI에서 11.38mg/dL, NSTEMI에서 109.6mg/dL로 서양 환자보다 높지 않게 나타났다.

중성지방, HDL 콜레스테롤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중성지방은 STEMI에서 139.8mg/dL, NSTEMI에서 128.9mg/dL, HDL 콜레스테롤은 42.6mg/dL, 43.1mg/dL로 한국인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 중 약 25%는 고중성지방, 절반 이상은 저HDL 콜레스테롤의 경향을 보였다.

KAMIR 연구팀은 “고중성지방-저HDL 콜레스테롤 경향을 보이는 환자에서 스타틴의

2차예방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만큼 한국인 환자의 지질 프로파일에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질 이외의 위험인자에서도 한국인 심근경색증 환자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혈압에서는 100/60mmHg 미만으로 낮거나 170/100mmHg 초과로 높은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서는 MACE 발생률이 높아져 J-curve 현상이 확인됐다. 혈당에서도 70mg/dL 미만의 저혈당증 환자와 260mg/dL 이상의 고혈당증 환자에서는 당뇨병을 동반했을 때는 물론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았을 때도 1개월 사망률이 높았다. 게다가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저혈당증이 왔을 때도 1개월 사망률이 높아졌다. 혈압과 함께 적절한 범위의 혈당 타깃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약물치료

심근경색증 위험인자가 서양인과 한국인 환자에서 차이가 나는만큼 약물요법에서도 한국인 맞춤전략의 필요성이 제시됐다. 특히 항혈전요법의 경우 용량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AMIR 연구에서 STEMI 환자를 대상으로 프라수그렐 표준용량 또는 저용량(10mg 또는 5mg) 유지요법은 혈소판 반응도(PRU)를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티카그렐러 역시 서양 인구 대상 연구에서는 표준용량이 출혈합병증 없이 허혈성 사건을 감소시켜주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한국인 환자에서는 MACE를 감소시켜 주지 못했고, 역으로 TIMI 주요 및 비주요 출혈위험을 높였다. 이에 KAMIR 연구팀은 “용량을 줄인 프라수그렐, 티카그렐러가 한국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게 적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인 환자에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나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의 효과를 확인한 연구도 있다. STEMI 환자에서 ACEI, ARB는 노인, 여성, 당뇨병, 높은 Killip class, 다혈관질환 동반 등 고위험군에서 효과를 보였다. 추가적으로 ARB를 분석했을 때 발사르탄, 칸데사르탄, 이르베사르탄, 텔미사르탄, 올메사르탄 등 ARB는 로사르탄, 에프로사르탄 등 ARB보다 한국 환자의 MACE 발생률에 혜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AMIR 연구, 아시아 대표 연구로 나간다

KAMIR 연구팀은 이제까지 발표된 연구들을 근거로 국내 심근경색증 관리전략을 정립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심근경색증에 대한 책자를 발간한 가운데 곧 KAMIR 연구를 기반으로 한국인 심근경색증 가이드라인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미국 및 유럽 가이드라인과의 차이점도 정리할 계획이다.

정 교수는 KAMIR 연구에서 나타난 서앙인 환자와 한국인 환자의 차이가 아시아에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아시아 지역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일본 연구진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13년부터 일본 내 급성 심근경색증 등록사업인 JAMIR를 진행하고 있다.

정 교수는 “차후 KAMIR 자료와 JAMIR 연구자료를 통합해 아시아 가이드라인의 기반을 갖추고자 한다”며 “2020년까지 일본과 공동으로 아시아지역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차후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중국, 싱가포르 등과도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그 시작으로 현재 중국인 급성 심근경색증 등록사업(CHAMIR)와도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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