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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조절’이라 쓰고, ‘일괄치료’라 읽는다?“대부분 A1C 7~8% 조절해야” vs “광범위 일괄치료 안돼
  • 이상돈 기자
  • 승인 2018.06.07 17:01
  • 호수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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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내과학회(ACP)가 내놓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치료 권고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유관 학회들 모두가 환자특성에 따른 맞춤조절을 주문하고 있지만, 임상현장에서 이를 실행하는데 필요한 전략적 접근방식에는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혈당조절 전략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이라, 일선 임상의들이 느끼는 혼선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내과영역을 광범위하게 포괄하는 ACP가 던진 메세지인지라 세부적인 전문학회, 즉 내분비·당뇨병학회 등의 반응이 우선 궁금하다. ACP는 전반적인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혈당조절 목표치를 완화해 치료하도록 주문했다. 세부 전문학회들은 적극적인 혈당조절의 임상혜택을 부정할 경우 많은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환자 전반에” vs “너무 광범위”

ACP 권고안의 핵심 중 하나는 “임상의들이 대부분의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당화혈색소(A1C) 7~8%를 목표로 치료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대부분의 제2형 당뇨병 환자(most)’로 규정했다는 측면에서 광범위·포괄적·일괄치료의 뉘앙스를 읽을 수 있다. ‘치료해야 한다(should)’는 용어를 선택해 강한 입장을 전달한 것도 특징이다.

미국의 내분비학회(ENDO), 임상내분비학회(AACE), 당뇨병학회(ADA) 등은 공동성명을 통해 ACP의 혈당조절 목표치 권고안에 강경한 반대(strongly disagree) 입장을 내놓았다. 이들 학회는 “A1C 7~8% 목표치를 ‘대부분의 제2형 당뇨병 환자’에 적용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넓다”며 “이 경우 많은 환자들이 장기적인 혈당조절의 임상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없게 된다”고 피력했다. 즉 완화된 목표치가 일부 환자군에서 위험 대비 혜택을 담보할 수 있는 접근방식이지만, 보다 적극적인 혈당조절이 필요한 환자군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맞춤형 혈당조절

주목해야 할 대목은 모든 학회들이 환자 개개인에 따른 맞춤형 혈당조절을 원칙으로 주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ACP 권고안에서 볼 수 있듯이 ‘맞춤형 혈당조절’이라 썼지만, 이를 읽어내는 방식은 학회마다 차이를 보인다. ACP도 이번 권고안에서 “위험 대비 혜택, 환자 건강상태와 선호도, 잔여수명, 치료부담과 비용 등을 고려해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조절 목표치를 개별화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하지만 원칙의 실행에 있어 적극 혈당치료로 위험 대비 혜택을 거두기 힘든 환자그룹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이다.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의 김대중 교수(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는 “심혈관질환 예방실패와 저혈당증 등 부작용 위험이 돌출된 임상근거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이러한 결과가 초래됐다”며 “A1C 7~8% 조절로 위험 대비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그룹이 제2형 당뇨병 환자 전체는 아니다”고 견해를 밝혔다.

ADA says...

실제로 ADA는 A1C를 7% 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지만, 모든 당뇨병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도록 선택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이를 잣대로 삼아 환자와 질환양상에 따라 보다 강하게 또는 덜 엄격하게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 ADA는 혈당조절 목표치와 관련해 “저혈당증을 비롯해 여타 부작용 위험 없이 치료가 가능한 일부 선택적 환자군에게는 보다 엄격한 A1C 목표치로 6.5% 미만조절도 타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다 엄격한 치료에 적절한 환자군은 △짧은 당뇨병 이환기간 △장기간 기대수명 △심혈관질환 무병력자 △생활요법 또는 메트포르민으로만 치료받는 제2형 당뇨병 환자 등을 포함한다.

또 “△중증 저혈당증 병력 △제한된 기대수명 △진행된 미세혈관·대혈관합병증 △광범위한 동반질환 △혈당조절이 어려운 장기간 이환 등의 환자에게는 완화된 A1C 목표치로 8% 미만조절을 적용할 수도 있다”며 맞춤형 접근법을 제시했다. 대한당뇨병학회와 AACE 등은 A1C 목표치를 6.5% 미만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라 보다 적극적이거나 덜 엄격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두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ADA와 맥을 같이 한다.

ACCORD·ADVANCE·VADT

“A1C 7% 또는 6.5% 미만조절의 심혈관질환 위험감소 혜택이 미미하다”며 ACP가 근거로 내세운 ACCORD·ADVANCE· VADT·UKPDS 연구 등에서도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른 혈당조절 혜택 또는 위험을 읽을 수 있다. ACP는 “이들 연구를 종합분석한 결과, A1C 7% 또는 6.5% 미만조절이 8%대 조절과 비교해 대혈관합병증 위험을 줄이지 못했고 저혈당증 등의 위험은 증가시켰다”며 7~8% 목표치를 주장했다.

ADA 등은 각각의 연구에 대한 ACP의 해석과 관련해 “이들 연구에서 환자그룹의 임상특성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ACCORD와 ADVANCE는 환자의 평균연령이 62·66세로 고령이었으며, 당뇨병 이환기간도 평균 10년과 8년으로 상당히 길었다. VADT 역시 연구시작 시점 평균연령이 60세로, 7.5년에 이르는 장기 추적·관찰이 실시됐다. 젊은 연령대 또는 초기 환자의 상당 부분이 배제됐음을 의미한다. 또한 VADT는 시험시작 시점 평균 A1C 수치가 9.5%였으며 40%가 과거 심혈관사건 병력이 있었다. 이상지질혈증 50%, 고혈압 80%에 대부분이 비만이었다. ACCORD와 ADVANCE 역시 과거 심혈관사건 병력자 35%와 32%였으며, 심혈관 위험인자가 동반된 고위험군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이들 연구에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집중적인 혈당조절이 최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적정시기를 놓쳤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적절한 혈당조절 시기를 놓친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 심혈관합병증 혜택을 위한 집중 혈당강하 전략은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러한 환자군의 경우 저혈당증 등 강력한 혈당조절에 따르는 부작용 위험에 더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Legacy Effects

학회들은 또 ADVANCE·VADT·UKPDS 등에서 적고적이고 장기적인 혈당조절의 임상혜택, 즉 레거시효과(legacy effects)가 관찰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ACP가 이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당뇨병 초기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혈당조절을 통해 장기적으로 미세혈관합병증에서 대혈관합병증까지 위험도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VADT 연구를 보면 5년 치료·관찰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집중 혈당조절 그룹의 심혈관사건 아웃컴이 혈당조절 혜택이 사라진 5년 추가관찰에서 표준조절군 대비 우수한 개선효과를 보이며 반전을 선보인 것이다. VADT 5년관찰을 주도했던 연구진은 종료 이후 심혈관합병증 임상혜택의 변화를 보기 위해 전체의 92.4%에 해당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5년 더 확대해 관찰을 진행했다. 본 연구와 확대기간을 합쳐 중앙값 9.8년, 최대 11.8년까지 관찰이 이뤄졌다.

1차 종료점은 주요 심혈관사건(심근경색증, 뇌졸중, 심부전 신규발생 또는 악화, 허혈괴저로 인한 절단, 심혈관 원인 사망)을, 2차 종료점은 심혈관 사망률과 전체 사망률을 평가했다. 집중조절군과 표준조절군의 A1C 차이는 VADT 본 연구기간 동안 1.5%(6.9% 대 8.4%)였으나, 종료 후 3년까지 0.2~0.3% 포인트로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찰결과는 집중조절군의 1차 종료점 발생 상대위험도가 표준조절군에 비해 17% 유의하게 낮았다(hazard ratio 0.83, P=0.04).

UKPDS 연구에서도 레거시효과를 읽을 수 있다. UKPDS가 완료된 후 또 다른 10년은 내원과 설문을 통해 생존자들의 대혈관·미세혈관합병증 및 사망에 대한 모니터링이 실시됐다. UKPDS-10 연구다. 모니터링 완료시점에서 설포닐우레아 그룹 생존자들의 생활요법군 대비 당뇨병 관련 종료점 감소는 9%(P=0.04)로 통계적 유의성을 유지했다. 미세혈관합병증(24%, P=0.001)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불어 심근경색증(15%, P=0.01)과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13%, P=0.007)조차 UKPDS 당시와 달리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에 도달했다. 메트포르민 치료 생존자 그룹은 당뇨병 관련 종료점(21%, P=0.01), 심근경색증(33%, P=0.005),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27%, P=0.002)에서 보다 큰 혜택으로 이어졌다

SGLT-2 억제제·GLP-1 수용체 작용제

SGLT-2 억제제나 GLP-1 수용체 작용제와 같은 신규계열의 약제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적극 혈당치료를 통해 심혈관사건 위험을 유의하게 줄일 수 있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엠파글리플로진을 검증한 EMPA-REG OUTCOME 연구에서는 기저시점의 A1C가 7~9%인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0.6% 포인트까지 낮출 수 있었고, 그 결과 위약군 대비 심혈관사건과 사망위험을 유의하게 줄였다. 공동성명을 낸 학회들은 “이들 약제가 저혈당증 위험이 낮은 상태에서 체중감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심혈관질환 위험을 개선한다”고 설명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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