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미국 및 유럽의 치료지침에 따르면(J Am Coll Cardiol 2014;64:e139-e228; Eur Heart J 2016;37:267-315),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표준 항혈소판제는 아스피린 + ADP P2Y12 수용체 억제제의 이중항혈소판요법(DAPT, dual antiplatelet therapy)이다. 특별한 금기증이 없는 한 이를 1년간 사용하고, 그 이후에는 아스피린 단독요법(SAPT, single antiplatelet therapy)이 권장된다. 하지만 출혈 위험이 적고 허혈성 임상사건의 위험이 높은 경우 DAPT를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대표적인 P2Y12 수용체 억제제인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에 대한 반응이 감소된 경우 허혈성 임상사건의 발생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 한계를 극복한 3세대 P2Y12 수용체 억제제인 프라수그렐(prasugrel)이나 티카그렐러(ticagrelor)가 우선적으로 추천되고 있다.

한국인 임상 특성
심혈관질환의 발생형태를 보면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East Asian population)은 서양인(Caucasian population)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그림 1). 한국인에서 관상동맥질환 유병률 및 관련 사망률은 상대적으로 낮으며, 뇌경색 (특히 미세혈관 및 출혈성 뇌경색) 유병률은 어느 정도 높다(Circulation 2018;137:e493). 또한 여러 임상결과는 서양인에 비해 동아시아인에서 항혈전제 사용시 뇌출혈 및 소화기계 출혈의 발생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을 보여 준다.

이런 한국인의 특징은 여러 종류의 항혈전제를 사용하게 되는 심근경색 환자에서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Nat Rev Cardiol 2014;11:597-606). 한국인에서 서양인에 비해 관상동맥중재술 후 발생하는 스텐트 혈전증의 위험이 적으며(특히 1세대 약물용출 또는 생체흡수형 스텐트 사용 후), 기존의 약제보다 강력한 효과를 보이는 항혈소판제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중한 출혈의 발생도 증가할 수 있다. 2012년 저자는 이런 임상적 현상을 ‘동아시아인 패러독스(East Asian Paradox)’라 명명했고(Curr Cardiol Rep 2014;16:485), 이후 여러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2014년 동아시아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항혈소판제 사용에 대한 전문가 합의문을 제시했다(Nat Rev Cardiol 2014;11:597-606).

여기에서 서양인에 비해 동아시아인은 항혈소판제 사용과 관련된 효과는 상대적으로 적고 출혈위험은 높아 서양인 환자를 대상으로 얻은 임상결과를 기반으로 제시된 치료지침을 그대로 도입하기 보다는 효과-위험 비율을 최대화하기 위해 동아시아인 환자를 기반으로 한 개량형 치료지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P2Y12 수용체 억제제에 대한 반응
P2Y12 수용체 억제제에 대한 약물농도 및 반응도도 한국인과 서양인에서 차이가 있다(그림 1). 클로피도그렐의 경우 한국인에서 효과가 감소돼 있고, 약제사용 후 혈소판 활성도가 증가돼 있는 경우(HPR, high platelet reactivity)가 서양인에 비해 높다. 이는 클로피도그렐 대사와 관련된 중요한 간내 효소인 CYP2C19의 기능상실유전자가 한국인에서 서양인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것과 관련된다. 이에 반해 3세대 P2Y12 수용체 억제제에 대한 약물농도는 한국인에서 서양인에 비해 30~40% 정도 높으며 체중에 대해 교정 이후에도 유의하게 높다.

동아시아인의 차별화된 혈전-출혈 성향과 독특한 P2Y12 수용체 억제제에 대한 반응을 볼 때 임상적 약제효과도 차이가 날 수 있다. 2011년에서 2015년까지 한국인 심근경색증 환자를 수집한 KAMIR-NIH 연구(1만 3643명)가 이를 뒷받침한다(Thromb Haemost 2018;118:591-600). 1년 동안의 관찰기간에 3개 약제 간 허혈성 임상사건 발생에 차이는 없었으며(프라수그렐 대 클로피도그렐, 위험도 1.27; 티카그렐러 대 클로피도그렐, 위험도 1.35), 위중한 출혈사건 발생은 3세대 P2Y12 수용체 억제제에서 유의하게 높았다(프라수그렐 대 클로피도그렐, 위험도 2.62; 티카그렐러 대 클로피도그렐, 위험도 2.65). 출혈빈도의 차이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BARC 2형 출혈의 발생과 관련있었다.

일본인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PRASFIT-ACS 연구는 동아시아인에 특화된 치료법이 필요함을 보여준다(Circ J 2014;78:1684-92). 표준요법인 프라수그렐 10mg 대신에 3.75mg을 사용했을 때 클로피도그렐에 비해 허혈성 임상사건은 23% 감소했고, 두 군간에 위중한 출혈 발생은 차이가 없었다(1.9% 대 2.2%).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HOST-REDUCE POLYTECH 연구(프라수그렐 5mg 대 10mg 임상 효과 비교), TALOS-AMI 연구(티카그렐러 → 클로피도그렐 전환의 효능 확인) 및 TICO 연구(티카그렐러를 포함한 DAPT에서 아스피린 탈락 요법의 효능 확인) 등의 연구결과가 나오면 한국인에게 보다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요법을 알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심근경색 환자에서 적절한 DAPT 사용기간은?
DAPT의 사용기간은 결국 허혈성 사건의 감소효과와 동반되는 출혈위험 간의 비교를 통해 결정된다. DAPT 사용기간에 대한 지침을 주기 위해 북미의 서양인을 주된 대상으로 진행된 DAPT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DAPT score가 제시됐다(JAMA 2016;315:1735-49). 이 score가 2점 이상인 환자에서 중재시술 후 12~30개월에 걸쳐 DAPT 요법을 유지한 경우가 SAPT 요법보다 12개월 후 출혈위험 증가 없이 허혈성 임상사건 발생을 감소시켰다. 이 연구에서 DAPT score 2점 이상인 SAPT군에서 18개월 기간에 6.0%에 육박하는 심근경색증/스텐트 혈전증이 관찰됐다. 최근에 일본인 등록사업 연구(2만 2386명)에서 DAPT score의 유용성을 확인한 결과 24개월 관찰기간에 1.9%의 임상사건이 관찰돼 장기간 DAPT 사용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Circulation 2018;137:551-562).

최근에 발표된 한국인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SMART-DATE 연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Lancet. 2018 Mar 9). 이 연구에서 중재술 후 18개월 동안, DAPT 6개월 대 12개월 이상에서 전체 임상사건의 발생은 차이가 없었다(4.7% 대 4.2%). 하지만 12개월 DAPT군에 비해 6개월 DAPT군에서 P2Y12 수용체 억제제 중단 후 심근경색증 재발이 급격히 증가했고(위험도 5.06), 이런 현상은 초기에 심근경색증으로 치료 받았던 환자에서 뚜렷했다. 하지만 6개월 DAPT군에서 12개월 DAPT군에 비해 BARC 2-5형 출혈 발생은 31% 감소했다. 따라서 한국인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DAPT 요법의 사용기간은 기존 치료지침대로 최소한 12개월을 유지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며, 관련된 출혈 위험을 줄이기 위해 PPI 사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심근경색 환자에서 NOAC의 적절한 사용
심근경색증의 혈전생성은 혈소판-트롬빈간의 상호 작용을 주요 매개체로 하며, 또한 트롬빈은 동맥경화 진행 및 치유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기존의 DAPT 또는 SAPT 요법과 신규경구용항응고제(NOAC)의 적절한 조합은 증상적인 치료요법의 하나가 되리라 기대된다.

급성관상동맥증후군을 대상으로 진행된 ATLAS-ACS 연구를 보면(N Engl J Med 2012;366:9-19), DAPT에 저용량 NOAC(특히 리바록사반 2.5mg 1일 2회 사용)을 추가한 경우 기존 요법에 비해 심혈관계 사망 및 허혈성 임상사건(16%) 발생이 유의하게 감소됐다. 하지만 이 3제요법은 뇌출혈 위험을 3배 증가시켜 임상 사용에 대한 적응증을 받지 못했다. GEMINI-ACS-1 연구는 P2Y12 수용체 억제제 + 저용량 NOAC 또는 아스피린 2제요법의 임상적 효과를 비교했으며(Lancet 2017;389:1799-1808), 두 가지 요법 간의 효과 및 출혈 위험도에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도 아시아인은 다른 인종에 비해 허혈성 임상사건의 발생이 상대적으로 적고 동반된 출혈 위험은 가장 높은 것으로 관찰됐다.

안정화된 심혈관질환을 대상으로 저용량 NOAC 추가요법의 임상적 효과를 확인한 COMPASS 연구에서(N Engl J Med 2017;377:1319-1330) 아스피린 단독요법에 비해 이 2제요법은 허혈성 임상사건을 24% 감소시켰다(약 60%의 환자는 심근경색증의 과거력 가짐). 하지만 이 2제요법은 서양인에 비해 아시아인에서 위중한 출혈의 발생위험을 의미 있게 증가시켜(그림 2), 안정기에 있는 아시아인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적합한 항혈전제 조합을 찾기 위한 작업은 지속돼야 하겠다.

한국인에 맞는 ‘precision medicine’ 찾기
한국인은 서양인과는 다른 혈전-출혈 성향 및 약물 반응을 가지고 있어 서구의 치료지침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환자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동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한 합병증을 줄이면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인을 포함한 대규모 임상연구가 필요하지만 시간과 비용적인 한계로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국인에서의 약동학적 자료 및 용량/용법을 가이드 할 수 있는 biomarker 개발 등을 통해 진정한 precision medicine의 임상적 도입을 위한 연구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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