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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AHA 기준, ‘가면고혈압’ 두배↑ 훌쩍
  • 이상돈 기자
  • 승인 2018.07.16 14:20
  • 호수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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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심장학회(ACC)·심장협회(AHA)의 새로운 고혈압 정의를 적용할 경우, 기존과 비교해 가면고혈압 유병률이 두 배가량 급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최근 Circulation에 게재된 스페인 연구팀의 보고서에 따르면, 진료실혈압은 130/80mmHg 미만으로 정상이지만 24시간활동혈압이 125/75mmg 이상으로 가면고혈압 기준을 충족시키는 경우가 40% 가까이 달했다. 유럽과 한국의 기준(24시간 활동혈압 130/80mmHg 이상)을 그대로 적용한 경우에는 유병률이 20% 수준이다.

진료실 외 혈압측정 시에만 질환양상을 보이는 가면고혈압은 진료실혈압만으로는 고혈압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진단·치료가 이뤄지지 못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더욱 증가시킨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번 조사결과는 치료 사각지대에 숨어 있는 고혈압 환자가 향후 더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학계의 면밀한 관찰이 시급하다.

ACC·AHA 고혈압 정의

ACC와 심장협회 AHA는 2017년 말 새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발표, 고혈압 진단기준과 목표혈압에 큰 변화를 줬다. 우선 혈압 130~139/80~89mmHg 구간을 고혈압 1단계로 정의, 130/80mmHg 이상부터 고혈압으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고혈압 환자의 심혈관질환 1·2차예방을 위해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목표혈압도 낮췄다.

고혈압 경계치를 낮춰 임상에 적용할 경우, 유병률이 상승한다는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실제로 ACC·AHA 2017년판의 기준을 적용할 경우 미국의 고혈압 유병률(혈압 130/80mmHg 이상 또는 항고혈압제 사용 자가보고)은 46%로, 성인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고혈압으로 분류돼 막대한 비용부담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대한고혈압학회는 미국의 새로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성인인구의 32.0%였던 고혈압 유병률이 50.5%로 급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측정법에 따른 진단기준

스페인 연구팀의 보고에 따라 유병률 상승의 문제가 고혈압의 여러 병태에도 일괄적용된다는 것이 확인됐다. 고혈압은 혈압측정 방법에 따라 진단기준이 달라진다. 기존의 진단기준인 진료실혈압 140/90mmHg를 적용할 경우, 24시간활동혈압(하루 평균혈압 ≥ 130/80mmHg, 주간 평균혈압 ≥ 135/85mmHg, 야간 평균혈압 ≥ 120/70mmHg), 가정혈압( ≥ 135/85mmHg) 등은 보다 낮은 수치에서 고혈압으로 진단할 수 있다.

그런데 ACC·AHA의 새로운 고혈압 기준을 적용하면 측정방법에 따른 진단기준도 함께 변화가 발생한다. 스페인 연구팀은 가면고혈압 유병률 변화를 보기 위해 진료실혈압은 130/80mmHg, 24시간활동혈압 하루평균은 125/75mmHg, 주간평균 130/80mmHg, 야간평균 110/65mmHg 이상일 때 고혈압으로 진단할 수 있다는 ACC·AHA 정의를 활용했다.

가면고혈압 정의

ACC·AHA의 기준을 적용하면, 진료실혈압은 130/80mmHg 미만으로 질환양상을 보이지 않지만 24시간활동혈압 하루평균은 125/75mmHg 이상으로 나타날 때 가면고혈압으로 진단할 수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의 Alejandro de la Sierra 교수팀은 1차의료기관에서 모집된 11만명 이상의 내원환자들을 대상으로 유럽(한국)과 미국의 가면고혈압 기준을 적용할 경우 유병률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분석했다.

미국의 기준을 적용할 경우, 진료실혈압이 130/80mmHg 미만인데 24시간활동혈압은 125/75mmHg 이상인 환자의 비율이 38.8%로 나타났다. 유럽과 한국, 즉 기존의 정의를 적용하면 진료실혈압이 130/80mmHg인데 24시간활동혈압 하루평균이 130/80mmHg 이상인 사례 20.3%였다.

가면고혈압, 왜 무서운가? 

  • 진료실혈압만 의존하면 고혈압 환자 방치하는 꼴,
  • 표적장기손상 악화로 심혈관사건 위험 높아져

고혈압 환자 중에 실제로 혈압이 제대로 조절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상황은 더 심각할 수도 있다. 가면고혈압이라는 특이 병태 때문이다. 가면고혈압은 고혈압 환자를 치료하지 않은체 방치하게 되는 ‘under-treatment’가 문제다. 진료실혈압은 정상인데 가정혈압이나 활동혈압은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진료실 측정에만 의존하면 고혈압 진단을 놓치거나 혈압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환자를 방치하게 된다.

이 경우 고혈압의 진행이 계속돼 표적장기손상이 악화되고 최종적으로는 심혈관질환을 앞당기는 최악의 결과가 초래된다. 가면고혈압은 혈압이 잘 조절되는 경우나 백의 고혈압에 비해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을 초기에 막지 못해 심혈관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 사회·경제적 비용부담의 증가는 불을 보듯 훤하다.

고혈압 환자 A씨는 혈압은 잘 조절되는데 반해 표적장기손상이 지속적으로 관찰돼 담당 의사의 애를 태웠다. 항고혈압제 치료로 혈압은 140/90 mmHg 미만으로 적절히 조절되고 있었다. 하지만 1~2년간의 추적조사 결과, 당연히 낮아져야 할 미세단백뇨 수치가 오히려 상승했던 것. 진료패턴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 이 환자가 대부분 오전에 내원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침 일찍 항고혈압제를 복용하고 약효가 정점에 이르는 9~11시 사이에 진료실에서 혈압을 측정하니 수치가 낮게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결국 가정혈압과 24시간활동혈압을 측정했고, 환자의 진료실 외 혈압이 경계치를 넘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진료실혈압은 정상이나 병원 밖 일상생활에서는 혈압 경계치를 넘는 가면고혈압 환자였다.

가면고혈압의 유병률은 10~2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자신이 정상혈압이거나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다고 믿고 있는 환자 가운데 10~20% 정도는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환자 자신이 고혈압인지 모르는 상태의 가면고혈압의 경우, 건강검진에서조차 혈압수치가 정상으로 나오기 때문에 이를 잡아내 치료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당연히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인데도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에게서 발현되는 가면고혈압은 그 심각성이 더하다. 이 경우 진료실에서는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게 된다. 결국 환자는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상태로 예후가 계속 악화된다. 부정확한 혈압측정으로 적절한 치료가 제때에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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