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문제 허와 실

프로톤펌프억제제(PPI) 장기사용과 관련된 안전성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관련 내용을 정리하고 나섰다. 미국소화기협회(AGA) 저널인 Gastroenteroloy에는 PPI 치료의 합병증을 주제로 한 리뷰 논문(Gasteroenterology. 2017)이 게제됐다.

논문 주요저자인 미국 벤더빌트의대 Michael F. Vaezi 교수는 “소화기내과전문가들은 특정 환자에 대한 적절한 PPI의 사용에 대해 빈번하게 질문을 받고있고, 일부 환자들은 무단으로 약물복용을 중단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을 요약했다. 그는 “넓은 범위의 잠재적인 중증 유해사건에 대처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근거에 기반해 실질적인 인과관계를 따져야 한다”며 “PPI 치료에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유해사건에 대해서는 인과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적절한 임상시험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PPI의 안전성에 관련된 문제들은 대부분 관찰연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논문에서는 적절한 디자인의 임상시험이 아니라 회귀분석에서 기인한 파라미터로 파악한 내용은 ‘잘못된 경고(false alarm)’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잘못된 정보는 환자들의 부적절한 약물중단으로 이어져 임상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했다.

논문에서는 PPI 관련 유해사건의 객관적인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방법으로 힐 척도(Hill Criteria)에 입각한 평가를 제시했다. 힐 척도는 강한 연관성(strength), 일관성(consistency), 특이성(specificity), 시간성(temporality), 생물학적 척도(biological gradient), 생물학적 타당성(plausibility), 간섭성(coherence), 실험기반(experiment), 유추성(analogy) 여부에 대한 확인을 주문하고 있다.

즉 PPI 사용과 보고된 유해사건 간 높은 강도의 연관성을 보이고 유해사건이 재현되는지, PPI 노출이 유일한 원인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PPI의 용량 또는 사용기간, 자연적 경과 및 질환의 생물학적 특징과 대립되는 부분은 없는지, 실험을 통해 도출된 결과인지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질적 유해사건 위험

PPI 관련 부작용·유해사건으로 만성 신장질환, 치매, 골절, 심근경색증, 소장 박테리아 과성장, 캄필로박터 또는 살모넬라 감염, 특발성 세균 복막염,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 폐렴, 미량영양소 결핍, 위장관 암종 등이 보고되고 있다.

논문에서 이에 관련된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 등 근거들을 분석한 결과 만성 신장질환 상대 위험은 10~20%(절대위험도 1명/년 당 0.1~0.3%), 치매는 4~80%(0.07~1.5%), 골절 30%에서 4배(0.1~0.5%), 소장 박테리아 과성장 2~8배(계산할 수 없음), 캄필로박터 또는 살모넬라 감염은 2~6배(0.03~0.2%), 특발성 세균 복막염은 50%에서 3배(3~16%),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은 위험이 없거나 3배(0~0.09%), 미세영양소 결핍은 60~70%(0.3~0.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근경색증, 폐렴, 위장관 암종에 대해서는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 결과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재적 메커니즘

PPI 사용으로 인해 만성 합병증이 발생하는 잠재적 메커니즘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PPI의 위산 분비 감소, 가스트린 증가가 각 합병증에 대한 2차적 메커니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정리됐다.

‣ 만성 신장질환 - 급성 간질성 신염 병력이 최근에 있었을 경우 

‣ 뇌 관련 합병증 - 위산 분비 감소로 인한 비타민 B12 결핍, 베타 아밀로이드 침착

‣ 골 관련 합병증 - 위산 분비 감소로 인한 칼슘, 비타민 B12 감소, 고가스트린혈증으로 인한 부갑상샘기능항진증

‣ 심장 관련 합병증 - 클로피도그렐 활동 억제(CYP2C19), 혈전증으로 이어지는 내피 아산화질소 감소

‣ 결장 - 위산 분비 감소로 인한 내장 균종 변화, 고가스트린혈증으로 인한 영양 효과

‣ 폐 - 위산 감소 및 위장 박테리아 과형성, 프로톤펌프억제제의 항중성효과

‣ 근육 - CYP3A4 효소 억제

‣ 혈액 - 위산 분비 감소로 인한 철분, 비타민 B12 결핍

‣ 간 - 위산 분비 억제로 인한 위장 미생물군 변화, 비타민 B12 결핍

‣ 위장 - 위벽세포 과형성

위험 대비 혜택 강조

논문에서는 PPI 관련된 부작용·유해사건들이 다양한 연구들에서 제시되고 있고 이해가능한 메커니즘도 있지만, 힐 척도를 통해 평가한 결과 연관성이 강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위험 대비 혜택이 여전히 더 크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PPI 적응증은 미란성식도염 치료 및 유지요법, 위식도역류질환(GERD) 치료, 비스테로이드성항염증제(NSAID)와 관련된 위장관 궤양 위험 감소, 십이지장 궤양 위험 감소를 위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졸링거-엘리슨(Zollinger-Ellison) 증후군 등 과다분비 상태, 십이지장 궤양의 단기간 및 유지치료 요법이다. 특히 GERD 치료와 NSAID 복용으로 인해 궤양과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의 관리에서는 혁신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Vaezi 교수는 “위험 대비 혜택 측면에서 상식적인 방향의 접근을 해야 한다”며 “적응증대로 투여하되 안전성을 고려하고, 부적절하게 약물을 중단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대한소화기학회 춘계학술대회

올해 대한소화기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도 PPI의 안전성을 짚어보는 세션이 진행됐다. 강연을 진행한 연세의대 김지현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는 “PPI는 강력한 위산분비 억제제로 위산과 관련된 다양한 질환에서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위식도역류질환(GERD)에서는 장기간 유지요법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안전성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PPI로 인한 산분비 억제는 혈중 가스트린이 증가되고, 고가스트린혈증은 많은 종류의 상피세포 증식에 성장촉진 인자로 작용해 엔테로크로마핀 유사 세포의 과형성, 위벽세포의 팽창, 신경내분비종양 형성 위험을 높인다. 단 인체 대상 연구에서는 신경내분비종양 발생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전반적인 기전에 대해 설명했다.

PPI 장기사용으로 인해 가장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우선 위축성 위염을 꼽았다. PPI 투여 시작시점에서는 1~1.8%로 나타나지만, 장기간 투여후에는 19~25%까지 빈도가 증가한다.

위축성 위염 문제는 궁극적으로 PPI 장기사용과 위암의 연관성으로 이어진다. 이전에는 위축성 위염, 위암과 PPI 장기사용 간 연관성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과 맞물려 주로 설명돼 왔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치료 후에도 PPI 장기 사용으로 인해 위암 발생률이 2.4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고가스트린혈증으로 인한 대장암 발생 위험 증가도 주로 제기되는 부분이지만, PPI 장기투여 환자를 15년까지 장기적으로 추적관찰한 코호트연구에서는 유의한 대장암 증가는 없었다.

장관 감염 위험도 주요 부작용으로 제시되고 있다. 위점막 위축이나 저염산증 등 방어기전 약화에 의한 세균 집락형성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다. 세균 과다증식의 실질적인 임상적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감염에 대한 취약성이 높은 노인환자에서는 관련 위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실제 한 역학조사에서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 환자 중 64%가 PPI 를 투여받고 있었고 그 중 63%가 명확한 적응증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투여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불필요한 PPI 투여를 없애는 것으로 예방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PPI 장기사용으로 인한 골절 위험에도 주목했다. 대규모 연구에서는 PPI 비투여군에 비해 유의하게 고관절 골절 위험이 높았고, 고용량 투여군에서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관련해 김 교수는 “생리학적 기전은 명확하지 않지만, PPI를 7년 이상 장기투여한 경우 골다공증성 골절 위험이 증가한다.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령 환자에서는 최소한의 필요한 용량으로 처방해야 한다”며 주의를 요했다. 단 “최근 연구에서는 고관절 골절 위험이 없는 환자에서는 PPI 투여와 골절 간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추가적인 연구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치매 위험 증가에 대한 내용도 정리했다. PPI 장기사용은 비타민 B12 흡수 저하를 야기한다. 비타민 B12 흡수저하는 뇌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지기능 감소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또 일부 PPI는 뇌세포 안의 pH를 높여 베타 아밀로이드 분해를 방해,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높인다는 가능성도 보고됐다. 김 교수는 “여러 가지 한계점은 있지만, 독일 연구에서는 PPI 비복용군 대비 PPI 복용 및 복용경험 환자에서 치매발생 위험에 44%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부연했다 .

하지만 궁극적으로 PPI 장기사용으로 인한 안전성 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넓은 범위에 걸쳐 다양한 유해사건·부작용이 보고되고 있지만, 연관성이 실질적인 인과관계와는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또 “현재까지 나온 근거들을 감안하더라도 PPI로 인한 합병증도 드물기 때문에 부작용을 걱정해 사용을 제한할 근거는 부족하다”며 위험 대비 혜택이 더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런 한편 “잠재적인 위험을 간과할 수는 없기 때문에 GERD 유지요법에서 최소한의 효과용량으로 적정기간만 투여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접근도 당부했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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