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치료 패러다임 전환

지난 수십년간 제2형 당뇨병 약물치료는 많은 기술발전을 이뤄 왔다. 메트포르민, 설폰요소제, 인슐린 등에 이어 티아졸리딘디온계, DPP-4 억제제, GLP-1 수용체 작용제, SGLT-2 억제제 등 신규 계열의 약제들이 등장하면서 약물치료 성과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켜 온 것.

약물치료 기술의 발전과 함께 치료 패러다임도 일대 전환을 경험했다. 조기에 적용되는 적극적인 약물치료를 통해 빠르고 강하게 혈당을 조절하는 경우 혜택이 검증됨에 따라, 임상에서는 제2형 당뇨병 진단시점부터 신속하고 강력하게 혈당을 조절하는 쪽으로 치료 패러다임을 조정해 왔다. UKPDS 연구 등에서 신규 진단시점부터 적용되는 강력한 약물치료를 통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혜택이 가능하며, 이렇게 조기에 적용된 적극적 혈당조절이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심혈관 임상혜택을 담보하는 것으로 보고되면서 패러다임 전환은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특히 안전한 혈당조절 전략으로 포지셔닝된 DPP-4 억제제의 등장에 따라 빠르고 강력한 혈당조절 목적의 약물치료 적용이 가능해지면서 혈당강하제 시장은 극적인 변화를 체험했다. 대한당뇨병학회의 Diabetes Fact Sheets in Korea 2015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 치료에 있어 DPP-4 억제제 처방량은 2013년 38%로 메트포르민과 설폰요소제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올해 발표된 Diabetes Fact Sheets in Korea 2018을 보면, 2016년까지 DPP-4 억제제 치료사례가 계속 증가해 설폰요소제와 대등한 처방량을 기록했다.

임상현장의 혈당 조절률

김혜진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 약물치료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임상현장에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이 조기에 충분히 조절될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다. 당뇨병학회의 2018년 보고서에서 2013~2016년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인구의 당뇨병 인지율·치료율·조절률은 각각 62.6%·56.7%·25.1%에 해당한다. 혈당(당화혈색소, A1C ＜ 6.5%)을 목표치 미만으로 낮추고 유지하는 조절률을 보면, 당뇨병 유병자 4명 중 1명만이 성공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 인지율과 치료율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치료실패 시 선택

김 교수는 최근 국내 종합병원과 개원가에서 실시된 ‘당뇨병 치료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예로 들며 혈당 조절률 개선의 시급성을 지적했다. 임상현장의 당뇨병 환자 가운데 A1C가 6.5% 미만에 도달하는 환자의 비율을 물은 결과, 40%의 응답자가 30~50% 미만이라고 답했다. 절반 이상의 환자들이 성공적인 혈당조절을 경험하지 못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렇듯 기존 약물치료로도 혈당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았을 때 임상의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제한적이다. 기존 약제의 용량증가, 다른 계열 약제의 추가·병용, 동계열 내 다른 약제로의 변경, 다른 계열 약제로의 변경 등의 선택이 가능하다.

동계열 약제 간 스위칭

‘당뇨병 치료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는 네 가지 가운데 다른 계열 약제의 추가·병용을 선택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다른 약제를 추가·병용하는 전략이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약물갯수와 비용부담 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때문에 DPP-4 억제제를 썼을 경우, 치료실패 시에 동계열 내에서 다른 약제로 전환해 부작용 위험·비용 등 부담을 줄인 상태에서 추가적인 혈당강하 효과를 담보하는 선택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가조절 혜택·신장 안전성

임상의를 대상으로 한 ‘당뇨병 치료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DPP-4 억제제로 치료하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동계열 내에서 다른 약제로 처방을 전환하려 할 때 추가적인 혈당강하 효과(61%)와 신장장애 관련 안전성(26%)에 대한 고려를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장장애와 관련해서는 일부 DPP-4 억제제들에서 신장기능에 따라 용량을 조절해야 하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DPP-4 억제제 계열 내에서 다른 약제로 전환 시에 추가적 A1C 감소 정도에 대해서는 97%의 응답자들이 0.2~0.5%의 추가조절을 기대할 수 있을 때 동계열 내 교체처방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테네리글립틴 스위칭 전략

혈당조절 실패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동계열 내 약제 간 스위칭 전략의 추가혜택을 입증한 사례는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국내에서 7번째로 출시된 신규 DPP-4 억제제 테네리글립틴(제품명 테넬리아)의 임상 데이터가 주목받고 있다. 김 교수가 근거로 제시한 연구에서 테네리글립틴은 다른 DPP-4 억제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교체투여한 결과 안전하게 추가적인 혈당강하 효과를 담보할 수 있었다.

연구는 기존의 6개 DPP-4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던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에도 불구하고 A1C가 7% 이상인 경우에 테네리글립틴으로 전환해 12주간 치료했을 때의 베이스라인 대비 A1C의 변화를 평가했다. 유효성(A1C 변화) 평가 대상군은 1426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이전에 사용됐던 DPP-4 억제제 비율을 보면 리나글립틴 38.8%, 시타글립틴 26.6%, 빌다글립틴 16.0%, 제미글립틴 8.1%, 삭사글립틴 6.6%, 알로글립틴 4.0% 순이었다.

1차 유효성 평가지수였던 테네리글립틴 전환투여 12주 후 베이라인 대비 A1C의 변화는 전체 DPP-4 억제제 복용자에 대한 관찰에서 0.44% 감소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추가감소 혜택을 나타냈다. 각각의 DPP-4 억제제 그룹을 관찰했을 때는 빌다글립틴 그룹에서 -0.58%, 시타글립틴 -0.51%, 리나글립틴 -0.43%, 삭사글립틴 -0.36%순으로 테네리글립틴의 추가 혈당감소가 있었다.

2차 유효성 평가 지수 중 하나였던 공복혈당(FPG) 역시 전체 DPP-4 억제제 복용 대상자에서 -11.5mg/dL 변화를 보여 테네리글립틴 전환투여의 추가적인 혈당개선 효과가 관찰됐다. 체중과 체질량지수(BMI)에 있어서도 각각 -0.4kg, -0.1kg/m2의 통계적으로 유의한 감소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전체환자 중 71.8%에서 테네리글립틴 전환 시에 추가 혈강강하 효과를 확인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안전성 분석 환자군(1732명)에 대한 관찰에서는 전체 이상사례 발생률이 약 2.9%로 매우 낮았다는 설명이다. 관심을 모았던 저혈당증 발생률은 0.4%로 기존 DPP-4 억제제에서 테네리글립틴으로 전환치료하는 경우 추가적인 혈당강하에 따른 저혈당증 발생은 매우 드물다는 것이 확인됐다.

기전특성

김 교수는 테네리글립틴으로 전환치료한 환자에서 추가적인 혈당강하 효과가 담보되는 이유 중 하나로 약제의 기전특성을 꼽았다. DPP-4 억제제는 인크레틴 호르몬(GLP-1)을 촉진시켜 인슐린 분비능을 개선하는 기전이다. 인크레틴을 비활성화시키는 DPP-4 효소를 억제해 GLP-1의 생활성화를 촉진시킨다. 따라서 같은 계열 내에서도 DPP-4 효소와의 결합력에 따라 혈당강하력이 차이를 보일 수 있다.

테네리글립틴은 S1·S2·S2 extensive subsite 등 DPP-4 효소에 강력하게 결합하는 기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반감기가 24.2시간으로 하루 중 지속적인 혈당조절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여기에 신장장애 환자에서 용량조절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다른 DPP-4 억제제 대비 차별점으로 작용한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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