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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직면한 당뇨병 4대난제
  • 이상돈 기자
  • 승인 2018.08.01 15:37
  • 호수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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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당뇨병 관리(예방·진단·치료)와 관련해 4대난제에 직면했다. △고령사회를 맞아 65세 이상 고연령대의 당뇨병 유병률이 치솟으며 질병부담을 극한으로 몰아가고 있다. △당뇨병 이환을 앞두고 있는 고위험군, 즉 당뇨병 전단계 유병률도 심각한 수준이다. 고위험군의 당뇨병 이환을 사전에 막지 못하면 당뇨병 대란의 발생은 기정사실로 간주된다.

△당뇨병 환자의 치료 또한 여전히 난관에 봉착해 있다. 연이은 치료신약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혈당을 목표치까지 끌어내리고 유지하는 조절률은 50%를 넘지 못하는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것. △여기에 당뇨병과 동반이환돼 심혈관질환 위험을 배가시키는 고혈압·이상지질혈증·비만 등 심혈관 위험인자의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Fact Sheet in Korea

대한민국이 직면한 당뇨병 관련 과제들을 효율적으로 극복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당뇨병 대란의 현실화가 점쳐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당뇨병학회(이사장 박경수)는 최근 당뇨병 통계 보고서인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8’을 발표, 대한민국의 당뇨병 유병실태와 관리현황을 공개했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기반으로 당뇨병 유병률, 관리수준, 동반질환, 치료전략 등을 분석한 결과다. 당뇨병학회 차원에서 새롭게 업데이트된 이번 보고서는 우리나라 당뇨병의 현황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유익한 기회임과 동시에 학계가 풀어야 할 숙제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고령층 3명 중 1명 당뇨병

팩트시트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의 당뇨병 유병률은 14.4%로 30세 이상 성인인구 7명 중 1명이 고혈당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의 진단 △경구혈당강하제 또는 인슐린 치료 △공복혈당 126mg/dL 이상 △당화혈색소(A1C) 6.5% 이상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하는 경우로 당뇨병 진단기준을 정의한 결과다. 2014년의 13.7%보다 증가한 수치로 전국집계를 시작한 이래로 유병률은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고령층이다.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돌파했다는 정부 공식발표에 따라 지난해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00년 65세 인구비율이 7% 이상인 고령화사회가 된 후 17년만에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당뇨병과 관련해서도 고령층의 질병부담이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보고서의 2016년 연령별 당뇨병 유병률을 보면, 50대 이상이 전체 유병률을 끌어 올리는 모양새다. 30세 이상 성인인구의 유병률이 14%였다면 65세 이상 고령층은 29.8%로 노인인구 3명 중 1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70세 이상 여성의 경우 유병률이 33.6%로 최고점을 찍었다. 세부 연령별 유병률을 보면 30~39세(남 4.0%, 여 1.8%), 40~49세(10.9%, 6.4%), 50~59세(19.6%, 12.4%), 60~69세(27.9%, 20.6%), 70세 이상(29.1%, 33.6%) 등 고령으로 갈수록 유병률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노인인구 유병특성

노인인구의 경우 당뇨병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높은데도 불구하고, 혈당 조절률은 전반적으로 낮은 것이 문제다. 다중이환(multimorbidity), 다제약물요법(polypharmacy), 노인증후군(geriatric syndrome)으로 대변되는 고령 당뇨병의 유병특성으로 인해 혈당치료가 쉽지 않다. 특히 노화에 따른 쇠약함으로 인해 저혈당증에 의한 사고·사망 위험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혈당조절이 녹록치 않은 것도 어려움 중 하나다.

고령의 당뇨병 환자들은 비당뇨병 환자에 비해 조기사망,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위험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열악한 신체기능 및 삶의 질, 장애, 쇠약한 신체적 결함과 함께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근골격계기능장애, 신장기능장애 등 다수의 질환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신체적 결함으로 적극적인 약물치료가 힘들고, 다중이환이라는 유병특성에 혈당치료를 통한 궁극적인 심혈관질환을 막기도 상대적으로 더 힘들다. 이러한 환자들을 고혈당 하나만 보고 접근해서는 치료목표에 근접하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공격적인 치료에 의한 부작용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예방이 대란 막는 길

2016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당뇨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성인 환자는 500만명 수준이다. 여기에 당뇨병 이환위험이 높은 전단계까지 포함하면 고혈당 병태에 노출돼 있는 환자수가 1000만명을 훌쩍 넘어선다(당뇨병 501만명, 당뇨병 전단계 870만명). 이 전단계의 고위험군 그룹에서 당뇨병이 이환되는 것을 막는 데 당뇨병 대란으로 가느냐 마느냐의 사활이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뇨병 전단계는 공복혈장혈당이 100~125mg/dL인 경우(공복혈당장애, IFG), 식후혈당 140~149mg/dL인 경우(내당능장애, IGT)에 진단할 수 있다. A1C가 5.7~6.4%인 경우에도 당뇨병 전단계로 진단이 가능하다.

당뇨병학회 팩트시트에서는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인구의 25.3%가 IFG(공복혈당 100~125mg/dL이면서 A1C 6.5% 미만) 단계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 4명 중 1명은 당뇨병 발생위험이 매우 높다는 것으로, 이들 전단계군에서 당뇨병 이환을 막지 못하면 유병률은 앞으로 더 급격한 증가를 보일 것이다.

당뇨병 전단계 또는 고위험군 환자에서 당뇨병 이환을 선제적으로 막아내지 못하면 대란을 막을 길은 요원해진다. 이와 관련해 미국당뇨병학회(ADA)는 당뇨병 전단계에서부터 교정이 가능한 심혈관 위험인자들을 검진하고 치료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당뇨병 역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조남한 교수(아주의대 예방의학교실)는 “한국의 당뇨병 유병률이 경제성장과 함께 계속 급증할 것”이라고 예측, 당뇨병 고위험군인 IGT·IFG 등 당뇨병 전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예방책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IFG 또는 IGT 환자에서 제2형 당뇨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정상혈당과 비교해 1.5배가량 높다. 두 병태가 겹치면 위험도는 2배로 증가한다. 이들 당뇨병 고위험군을 방치하면 종국에는 당뇨병 환자가 되고 만다는 것인데, 생활요법이든 약물치료든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발생 자체를 막거나 지연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한림의대 김철식 교수(한림대성심병원 내분비내과)의 설명에 따르면, IGT·IFG·임신성 당뇨병·다낭성난소증후군·비만 등의 환자에서 제2형 당뇨병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특히 IGT와 IFG가 동시에 나타나면 당뇨병 위험도가 더 높아지는데, 단독 IGT나 IFG의 경우 당뇨병 발생비율이 연간 20명당 1명 정도라면 두 병태의 동반 시에는 10명당 1명 꼴이다. 내당능장애의 경우 그 자체가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치료의 필요성이 더해진다.

“조절률 50% 이상으로 끌어 올려야”

당뇨병 유병률은 계속 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메트포르민, 설폰요소제, 인슐린에 이어 티아졸리딘디온계, 인크레틴 기반요법, SGLT-2 억제제 등 치료약물의 발전도 계속돼 왔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을 목표치 미만으로 조절하고 유지하는 조절률은 유병률 증가와 치료약물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뇨병을 인지하고 치료하는 경우는 어느 정도 진전이 있지만, 고혈당을 제대로 치료받고 있는 경우는 아직 미약하다. 이는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2013~2016년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인구의 당뇨병 인지율·치료율·조절률은 각각 62.6%·56.7%·25.1%에 해당한다.

조절률을 보면 당뇨병 유병자 4명 중 1명만이 혈당을 목표치 미만으로 조절하고 있다는 것으로, 인지율과 치료율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노인인구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65세 이상 연령대의 조절률은 27.5%로 높은 유병률(29.8%)에 비해 매우 저조한 성적이다.

절반 이상이 고혈압·비만 동반

당뇨병이 무서운 것은 사망이나 심각한 장애로 이어지는 혈관합병증의 위험 때문이다. 특히 당뇨병 환자의 상당수가 대혈관합병증, 즉 심혈관질환에 의해 사망한다. 때문에 당뇨병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혈당조절을 통한 심혈관질환 예방에 초점이 맞춰진다. 문제는 심혈관 위험인자인 당뇨병에 또 다른 위험인자들이 동반이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이 배가된다는 데 있다. 이번 당뇨병 통계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

팩트시트를 보면, 2013~2016년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에서 비만(체질량지수 25kg/㎡ 이상)이 동반된 경우가 50.4%로 절반을 차지한다. 고혈압 역시 30세 이상 성인 당뇨병 환자에서 55.3%의 유병률을 보이며 높은 동반이환율을 보였다. 고콜레스테롤혈증은 당뇨병 유병자 중 35%에서 동반돼 있었다.

반면 이들 심혈관 위험인자의 통합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뇨병 유병자 중 혈당(A1C 6.5% 미만)·혈압(140/85mmHg 미만)·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 100mg/dL 미만)이 모두 잘 조절되고 있는 경우는 8.4%로 심혈관 위험인자 종합관리 패러다임이 아직 임상에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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