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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가이드라인 춘추전국시대고혈압 기준 강화·주의혈압 제시·1차치료에 복합제
  • 박선혜 기자
  • 승인 2018.09.04 14:17
  • 호수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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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고혈압 학계가 최근 10여년간 정체된 고혈압 조절률을 높이고자 새로운 로드맵을 연이어 제시하면서, 바야흐로 고혈압 가이드라인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가장 파격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곳은 미국이다. 지난해 미국심장학회(ACC)·심장협회(AHA)는 고혈압 진단기준을 이전보다 강화한 ‘2017년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공개해 전 세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이를 계기로 대한고혈압학회와 유럽심장학회(ESC)·고혈압학회(ESH)가 각각 올해 5월과 6월 ‘2018년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며,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도 진료지침 개정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 미국, 유럽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고혈압 조절률을 높이겠다는 목표는 같지만 여기에 도달하기 위한 세부 전략은 조금씩 다르다.

미국은 높이고 한국·유럽은 유지하고

가장 주목해야 할 권고안은 고혈압 진단기준이다. 기준에 따라 고혈압 유병률이 달라지며, 이렇게 될 경우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에 직면하는 만큼 진단기준을 변경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 심장학계는 고혈압 진단기준을 ‘140/90mmHg’에서 ‘130/80mmHg’ 이상으로 강화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도모했다. 이에 따라 미국내 성인인구의 고혈압 유병률은 32%에서 약 50%까지 치솟게 됐다.

미국이 진단기준에 변화를 주면서 국내 및 유럽 고혈압 학계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렸다. 특히 국내 고혈압 진료지침은 유럽 가이드라인을 수용·개작하고 있는 만큼 유럽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상황. 결과적으로 국내 및 유럽 학계는 미국발 고혈압 ‘급행열차’에 탑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진단기준에 대변화를 주기에는 아직 독자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 뜻을 함께한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와 유럽은 기존과 동일하게 ‘140/90mmHg’ 이상을 진단기준으로 유지하면서 고혈압 유병률 증가 및 치료율 저하에 대한 공포는 사그라들었다.

대한고혈압학회 손일석 홍보이사(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는 “지난해 미국 심장학계에서 고혈압 진단기준을 ‘130/80mmHg’ 이상으로 제시해 큰 충격을 주었기에 유럽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부분이 과연 고혈압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까였다”면서 “유럽의 선택은 2013년 가이드라인의 정의와 같았다”고 설명했다. 성균관의대 박경민 교수(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는 “혈압은 낮추면 낮출수록 좋다고 하지만, 국내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기준을 강화했다고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우리만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혈압분류는 각자 다른 길

혈압분류는 세 지역 간 차이가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는 ‘120/80mmHg 미만’을 ‘정상혈압(normal)’으로 분류했으나 유럽은 이를 ‘최적혈압(optimal)’으로 명시했다. 유럽의 ‘정상혈압’은 ‘120~129/80~84mmHg’이지만, 이는 수축기혈압 기준으로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각각 ‘상승혈압(120~129/80mmHg 미만)’과 ‘주의혈압(120~129/80mmHg 미만)’에 속한다.

‘주의혈압’은 국내 고혈압 진료지침에 처음 등장한 용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2013년 진료지침에서 고혈압전단계를 1기와 2기로 나눴지만, 이번 진료지침에서는 고혈압전단계와 주의혈압으로 분류, 정상혈압보다 혈압이 조금 높더라도 가급적 혈압을 정상범위로 유지하도록 권고했다. 이화의대 편욱범 교수(이대목동병원 순환기내과)는 “정상혈압과 고혈압 사이에 속하는, 이른바 ‘중간혈압’인 사람들은 향후 고혈압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간혈압에 해당하는 이들도 혈압을 낮춰 심혈관질환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혈압단계에 따른 고혈압 분류 틀은 세 지역 모두 다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고혈압 1단계(130~139/80~89mmHg) △고혈압 2단계(140/90mmHg 이상)로 나눴다.

우리나라는 △고혈압전단계(130~139/80~89mmHg) △고혈압 1기(140~159/90~99mmHg) △고혈압 2기(160/100mmHg 이상) △수축기 단독 고혈압(140mmHg 이상/90mmHg 미만) 등으로 분류했다.

유럽은 더 세분화해 △정상보다 높은 혈압(130~139/85~89mmHg) △고혈압 1단계(140~159/90~99mmHg) △고혈압 2단계(160~179/100~109mmHg) △고혈압 3단계(180/110mmHg 이상) △수축기 단독 고혈압(140mmHg 이상/90mmHg 미만) 등으로 제시했다.

유럽 ‘120/70mmHg’ 하한치로 제시

목표혈압은 세 지역 모두 기존보다 ‘강화’했다. 미국은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권고했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뿐만 아니라 일반 고혈압 환자, 당뇨병, 만성 콩팥병 동반 환자에게도  일괄 적용했다는 게 특징이다. 게다가 노인 고혈압 환자의 목표 수축기혈압도 SPRINT 하위분석을 근거로 노쇠·쇠약 여부와 관계없이 130mmHg 미만으로 철저하게 낮추도록 주문했다.

목표혈압을 일반화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와 유럽은 환자군의 특징에 따라 세분화했다. 국내 고혈압 진료지침은 적극적인 혈압조절을 강조하면서,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은 환자 또는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의 혈압을 130/80mmHg까지 최대한 낮추도록 권고했다.

노인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도 2013년 140~150mmHg로 조절하도록 제시한 것과 달리 이번 진료지침에서는 일률적으로 140/90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했다. 다만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전반에 걸쳐 미국이 130/80mmHg 미만의 목표혈압을 제시한 점에 대해서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혈압강하에 따른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유럽도 목표혈압을 강화했다. 대부분 고혈압 환자의 목표 수축기혈압은 130~140mmHg로 제시하면서 65세 미만 환자는 130mmHg 미만으로 강력하게 조절할 것을 명확히 했다. 65세 이상의 노인 고혈압 환자의 목표 수축기혈압은 130~140mmHg로 권고했다. 2013년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들의 목표 수축기혈압을 140~150mmHg로 제시한 점에 비춰보면 큰 변화를 준 셈이다. 이에 더해 유럽은 가이드라인 최초로 '혈압조절 하한치'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과다치료에 따른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어 ‘120/70mmHg’를 하한치로 제시하면서 약물을 서서히 단계적으로 감량하는 ‘step down therapy’를 고려하도록 조언했다.

항고혈압제 병용요법·복합제 전성기

고혈압 가이드라인이 개정되면서 항고혈압제 병용과 복합제 요법이 전성기를 맞았다. 혈압이 적정 수준으로 조절되지 않았음에도 약제를 변경 또는 추가하지 않는 ‘치료태만(Therapeutic inertia)’을 극복하고자 세 지역 모두 치료전략에 변화를 준 것이다.

미국은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의 혈압이 140/90mmHg 이상이면 치료초기부터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제시, 약물치료 강도를 높이고 시기를 앞당겼다.

우리나라는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을 치료초기부터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다만 혈압을 한 번만 측정해 병용요법을 시작하면 이득보다 위험이 더 크기에, 여러 번 측정한 혈압이 160/100mmHg 이상이거나 목표 혈압보다 20/10mmHg 이상 높은 경우에만 병용요법을 시작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반면 유럽은 고혈압 환자의 1차치료부터 복합제를 권고하고 나섰다.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적정 혈압보다 약간 높거나 쇠약한 노인 고혈압 환자를 제외하고, 모든 고혈압 환자에게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을 강조하면서 순응도 개선을 위해 복합제를 권고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심혈관질환 저위험군인 고혈압 1단계 환자는 80세 이상의 고령자만 단일제로 치료를 시작하고, 그 외 환자들은 레닌안지오텐신계(RAS) 억제제/칼슘채널차단제(CCB) 또는 이뇨제를 결합한 복합제로 시작하도록 권유했다.        

             

박선혜 기자  shpark@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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