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TP 억제제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전략으로 주목받은 또 다른 약제는 콜레스테롤 에스테르 전이단백질(CETP) 억제제가 대표적이다. LDL 콜레스테롤은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이중효과로 ‘차세대 스타틴’으로 주목을 받았던 CETP 억제제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연이은 임상연구에서 쓴맛을 봤다.

가장 먼저 첫발을 내디뎠던 톨세트라핍(torcetrapib)은 3상임상인 ILLUMINATE 연구에서 HDL 콜레스테롤 증가시키고 LDL 콜레스테롤은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과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해 안전성 문제로 2006년에 조기 종료됐다.

후발주자인 달세트라핍(dalcetrapib)도 3상임상 dal-OUTCOMES 연구에서 위약 대비 HDL 콜레스테롤이 증가했지만 유의미한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없어 중단됐다. 같은 계열 약물인 아나세트라핍(anacetrapib)은 LDL 콜레스테롤을 40% 감소시켰지만 심혈관질환 위험은 위약 대비 2%로 소폭 증가해 향후 안전성에 관한 추가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신약에 기대

현재까지 CETP 억제제가 심혈관질환 예방에서 힘을 못 쓰는 가운데, 동계열의 치료신약인 ‘CKD-519’가 미국 물질특허를 받아 두각을 보였다. 동물실험에서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면서 동맥경화반 크기를 감소시켜 심혈관질환 치료제로서 개발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고려의대 김응주 교수(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는 “역학연구를 보면 HDL 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성 질환 예방에 중요한 요인이지만, 아직 이를 조절하는 약제는 없다”면서 “CETP 억제제 연구가 잇따라 실패하고 있지만 전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면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좋은 성질·기능 가져야”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면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약물 개발의 고전 속에서, 최근에는 수치보다는 ‘기능’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HDL-C가 오합지졸로 모이는 것보다는 정예부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 김 교수는 “CETP 억제제의 임상적 이익이 없었던 이유를 조사하는 와중에 HDL 콜레스테롤의 크기와 기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면서 “HDL 콜레스테롤은 혈관에 떠도는 LDL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면서 수용성으로 변하는데, 크기가 작고 기능이 좋지 않으면 수용성으로 변하지 않아 임상적 이익이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2014년 Nature Medicin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기능이 비정상적이고 크기가 작은 HDL 콜레스테롤은 산화효소와 제대로 결합하지 못하고 수용성으로 변하지 않아 동맥벽에 달라붙어 LDL 콜레스테롤처럼 작용했다. 2016년 발표된 연구에서도 HDL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들의 유전자를 LDL 콜레스테롤이 낮은 대조군과 비교한 결과,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SCARB1의 단백질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HDL 콜레스테롤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대조군보다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약 80% 더 증가했다(Science 2016).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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