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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치료전략으로 정신건강질환 고공행진에 제동건다- 국내 성인 4명 1명은 정신건강질환 병력…높은 유병률·낮은 인지도 재확인
  • 임세형 기자
  • 승인 2018.11.01 18:33
  • 호수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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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신건강질환 유병률이 높다는 점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정신질환 실태조사 2016년' 자료에서는 18세 이상 성인에서 17개 정신건강질환 중 1개 이상 이환된 유병률을 평가한 결과 25.4%로 보고됐다. 성별로 구분했을 때는 남성 28.8%, 여성 21.9%였다.
알코올과 니코틴 사용장애를 제외했을 때의 정신건강질환 평생 유병률은 13.2%, 지난 1년 간 정신건강질환을 이환한 비율(1년 유병률)은 11.9%였다. 정신질환 실태조사에서는 정신건강질환 유병률이 2001년 29.9%, 2006년 26.7%, 2011년 27.4%로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4분의 1 수준으로 높다는 점이 강조됐다.

국내 정신건강질환, 고공비행 중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지난해 말 발표한 '국가 정신건강현황 3차 예비조사 결과보고서'는 국내 정신건강질환 관리 개선의 필요성을 뒷받침해준다. 보고서에서는 정신질환 실태조사 2016년 자료에 2017년 11월까지의 정신건강 관련 조사를 더해 21개 정신건강지표를 정리했다. 그 결과 2015~2017년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한 인구비율은 2015년 62.8%, 2016년 61.7%, 2017년 65.0%였다.

1년간 1개의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비율은 2015년 14.1%, 2016년 13.1%, 2017년 17.1%로 증가했다. 5개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비율도 각각 19.2%, 18.5%, 20.3%로 일관된 경향을 보였다.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정신건강질환은 심각한 스트레스, 수일간 지속되는 우울감, 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의 기분변화, 수일간 지속되는 불면, 수일간 지속되는 불안, 건망증으로 인한 일상생활 장애 순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격년으로 우울감 경험률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우울감 경험률이 소폭 감소했지만, 지속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OECD 통계 분석(한국 사회동향 2015)에서 타 국가와 비교했을 때도 지난 4주간 우울감 경험률은 13.2%로 29개국 평균 10.7%에 비해 2.5%p 높았다. 독일은 12.4%, 노르웨이는 9.5%, 일본 9.3%, 미국 9.0%로 우리나라와 차이를 보였다.

정신건강질환 인식도 소폭 개선
국가 정신건강현황 3차 예비조사 결과보고서에서 정신건강 예방 및 조기개입, 정신건강 규모, 정신건강 지원체계, 정신건강 서비스 성과, 정신건강 서비스 질 등을 평가한 결과는 2015, 2016, 2017년 모두 유사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정신건강질환에 대한 긍정적 태도는 2015년 59.6%, 2016년 58.1%, 2017년 58.9%로 소폭 개선됐다.

우울증을 치료 가능한 질환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각각 78.8%, 73.4%, 72.5%로 우울증이 치료가 가능하다는 인식은 감소했지만, 보고서에서는 정신건강질환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가 소폭 증했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조사에서 '누구나 정신건강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83.8%가 긍정을 표했고, '정신질환 환자들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 내용에 대해서는 64.6%가 긍정적으로 답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신건강 문제로 인한 일상 및 사회활동 제약 여부를 평가한 결과 제약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16년 24.1%에서 2017년 28.9%로 증가했다. 여전히 인지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관련해 보고서에서는 "정신건강질환의 조기발견, 조기치료, 지역사회 기반 정신건강증진사업에서 정신건강질환자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 큰 폭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추가적인 개선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014년 영국 조사결과에서는 '정신건강질환은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질문에는 93%, '중증 정신건강질환 환자도 회복가능하다'는 질문에는 64%, '정신건강질환은 다른 질환과 유사하다'는 질문에는 78%가 '그렇다'고 답해 정신건강질환에 대한 이해와 지식수준, 회복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조한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

보고서에서는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낮은 치료율이높은 유병률 유지에 한 몫 한다는 것이다.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22.2%로 2011년보다 6.9%p 증가했지만,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게다가 지표평가를 위한 질문이 '정신건강의 문제로 전문가와 상의해 본 적이 있는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신건강질환으로 인한 의료기관 방문율 자체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와 상담하지 않은 이유로는 '정신질환이 없다고 생각했다(81.0%)', '그 정도 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75.6%)'가 높은 답변률을 보여 정신건강질환에 대한 낮은 인식도와 일관된 방향성을 보였다. 미국의 경우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이 39.2%, 뉴질랜드는 28.9%, 호주는 34.7%로 국내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보다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 보고서에서는 실제 진료받은 환자수는 2015년 285만 7828명에서 2016년 303만 9137명으로 증가했다고 부연했다.

높은 사망위험
이와 함께 정신건강질환 환자의 사망률은 전체 인구보다 높았다. 보고서에서는 "정신건강질환 환자에서 자살률, 사고율, 동반질환 유병률, 흡연, 알코올 남용, 불법 약물, 정신과 치료 부작용 등 위험요인 보유율이 높아 사망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현병, 양극성장애 사망률이 눈에 띈다. 2014년 OECD 보건의료 질 지표생산 및 개발에서 조현병 환자의 사망률은 4.52배 높았고, 양극성장애 사망률은 3.98배 더 많았다. 보고서에서는 "OECD 대부분 국가에서 조현병과 양극성장애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OECD 평균보다 수치가 높고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우울증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사회적 인지도 개선과 별도로 높은 정신건강질환 유병률 및 사망위험은 임상현장의 과제로 이어진다. 즉 적절한 치료전략 모색을 통해 임상적 조절률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국내외 학계는 주요 정신건강질환 관리전략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첫 번째 정신건강질환으로 꼽히는 우울증에 대해서는 영국국립임상전문가위원회(NICE)와 미국정신과학회(APA)가 각각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 했다. NICE는 환자 중심 치료전략을 강조하며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했고, 치료전략으로 정신학적 치료(psychological therapy)와 항우울제의 단독요법 또는 병용요법을 고려하도록 했다. 중증도가 낮은 환자에서는 1차적으로 인지행동치료 등 정신학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약물요법이 필요할 경우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고려하도록 했다. 중증 환자에서는 초기부터 병용요법을 고려할 수 있고 항우울제는 SSRI나 미르타자핀을 적용한다.

APA도 NICE와 유사하게 정신학적 치료와 항우울제를 우선 치료전략으로 제시했다. 연령대별로 권고사항을 정리했는데 소아청소년 환자에게는 정신학적 치료를 우선 권고했고, 약물요법이 필요할 때는 플루옥세틴을 고려하도록 했다. 성인 환자에서는 정신학적 치료와 2세대 항우울제를, 노인 환자에서는 인지행동요법을 우선 시행하고 필요할 경우 SSRI를 투여하도록 했다. 단 파록세틴은 항콜린효과를 야기할 수 있어 노인 환자에게 투여를 피한다고 당부했다.

양극성장애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양극성장애 가이드라인도 업데이트됐다. 캐나다기분·불안치료네트워크(CANMAT)와 국제양극성장애학회(ISBD)는 13년만에 공동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했다. CANMAT 가이드라인에서는 양극성장애 분류별로 다층적인 치료전략을 제시했고, 우선 적용해야할 약물의 순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급성 조증에서는 리튬, 퀘티아핀, 디발프로엑스, 급성 우울증에서는 퀘티아핀, 루라시돈, 리튬, 라모트리진의 단독요법 또는 병용요법을 최우선 또는 1차 치료전략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임상연구에서 상반된 결과를 보인 리튬,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적었던 라모트리진, 양극성 2형 우울증에서 항우울제 등을 권고한 것에 대한 설명을 별도로 부연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대표적으로 리튬의 경우 임상시험에 적용된 용량과 실제 효과를 보인 용량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적절한 용량으로 투여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형 가이드라인
국내 우울증, 양극성장애 치료전략도 업데이트됐다. 대한정신약물학회와 대한우울·조울병학회는 지난해 말에는 한국형 우울장애 약물치료 지침서를, 올해 초에는 한국형 양극성장애 약물치료 지침서를 업데이트했다. 두 지침서 모두 외국 가이드라인과 다르게 약물요법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실질적인 임상현장 적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임상현장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주요 사항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알고리듬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진료지침위원회는 "앞서 발표된 진료지침에서 효용성을 확인해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우울증 진료지침에서는 정신병적 양상 동반 여부, 중증도, 임상아형별로 치료전략을 제시했다. 큰 틀에서는 정신병적 양상이 동반되지 않았을 때는 항우울제 단독요법 및 병용요법을 우선 고려하고, 이후 항우울제를 기반으로 비정형 항정신병약물과 기분조절제 병용요법을 고려한다. 단 정신병적 양상이 동반됐을 경우에는 처음부터 항우울제와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병용전략을 적용한다. 아형별 치료전략에서도 혼재성을 제외하고는 항우울제를 1차적으로 적용하고 이후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기분조절제 병용전략을 고려하도록 했다. 혼재성의 경우 항우울제 +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병용전략을 우선 적용한다.

양극성장에 지침서에서는 경조증을 제외한 급성 조증 1단계 치료전략으로는 기분조절제 +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병용요법을 최우선 치료선택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경조증에서는 기분조절제 단독요법이 최우선 선택으로 제시됐다. 양극성장애 우울삽화에서는 중증일 경우 기분조절제 +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병용요법을 적용하고, 경증~중등증에서는 기분조절제, 라모트리진 단독요법이 우선 치료전략으로 권고됐다.
 
조현병·성인 ADHD
국가 정신건강현황 3차 예비조사 결과보고서에서 사망 위험도가 가장 높은 질환으로 나타난 조현병의 치료전략도 치열하게 논의되고 있다. 조현병의 적극적이고 적절한 관리가 임상적으로 요구되는 가운데 대한정신약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조현병 약물요법을 조명하는 세션들이 진행됐다. 학술대회에서는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이 조현병의 주요 치료전략으로 꼽히는 가운데 아리피프라졸, 아미설프라이드의 효과 및 안전성이 논의됐다. 이와 함께 임상적으로 사용률은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장기작용 주사제(LAI)의 효과 지속성과 순응도에 대한 혜택도 강조됐다.

또 다른 사회적 이슈로 부각 중인 성인 ADHD는 대한우울·조울병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다뤄졌다. 학술대회에서는 성인 ADHD가 소아 ADHD의 연장선이 아닌 별도의 질환이라는 점이 언급되며 진단을 위한 질환특성이 강조됐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통해 메틸페니데이트(MPH)와 아토목세틴(ATX)를 중심으로 한 치료전략이 소개됐다.
 
혈관성치매,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로 예방한다
한편 신경·정신건강질환의 또 다른 한 축을 차지하는 치매에 대한 임상적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수축기혈압을 120mmHg 미만으로 조절하는 공격적인 전략이 경도인지장애 위험을 감소시켜줄 수 있다는 결과를 보인 SPRINT MIND 연구가 알츠하이머병학회 국제학술대회(AAIC 2018)에 발표돼 큰 관심을 모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대한고혈압학회도 새로운 진료지침을 통해 성인 고혈압 환자의 인지기능장애 및 치매 예방을 위해 고혈압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심혈관 위험인자 관리를 통한 혈관성치매 예방전략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혈당 관련해서는 제2형 당뇨병이 알츠하이머병을 야기한다는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염증과 인슐린저항성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인다는 것인데, 역으로 제2형 당뇨병 예방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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