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혈압조절의 이점

최근 개최된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도 고혈압을 비롯한 심혈관 위험인자 관리전략에 있어 복합제 요법의 과학적 근거들이 상당수 제시됐다. 건국의대 최웅길 교수(건대충주병원 심장혈관내과)는 ‘적극적인 혈압조절에 대한 근거중심적 접근’에 대해 발표, 최근의 혈압치료 동향에서 복합제 전략의 필요성과 함께 3제 복합제 요법의 혜택을 설명했다.

최 교수는 먼저 한국, 미국, 유럽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통해 보다 엄격한 혈압조절, 즉 집중강압에 학계의 컨센서스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2017년 가이드라인에서 고혈압 진단기준을 130/80mmHg 미만으로 하향조정하고, 일반적인 목표혈압도 같은 기준으로 제시했다. 특히 새롭게 정의한 고혈압 2단계(≥140/90mmhg)부터 항고혈압제 병용·복합제 요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권고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 가이드라인은 SPRINT 연구의 영향이 큰데, 이 연구에서는 적극적인 혈압조절(intensive treatment)을 시행한 환자군에서 심혈관사건 위험을 25%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결과를 보여줬고, 이러한 환자들이 평균적으로 약 3개의 약제를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합제 전략의 유용성

유럽은 고혈압 기준을 140/90mmHg 이상으로 유지했으나, 혈압 목표치는 전반적으로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하면서 역시 적극적인 혈압조절을 강조했다. 특히 항고혈압제 치료시작 시점부터 병용요법(RAS 억제제와 칼슘길항제 또는 이뇨제)을 사용하도록 했는데, 가급적이면 단일 복합제(single pill combination, SPC)를 선호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2제병용으로 혈압조절이 어려운 경우에는 3제병용(RAS 억제제 + 칼슘길항제 + 티아지드 또는 티아지드 유사 이뇨제)까지 권고했으며, 이 경우에도 단일 복합제가 선호된다는 설명이다.

올해 새롭게 발표된 대한고혈압학회의 고혈압 진료지침 역시 고혈압 기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의 혈압 목표치는 130/80mmHg 미만조절을 제시해 적극적인 혈압조절에 힘을 실었다.

한편 최 교수는 우리나라 30세 이상 고혈압 유병자의 혈압 조절률이 50%를 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 이에 따라 조절률 개선을 목적으로 항고혈압제 병용요법(2제요법 42.1%)의 임상적용이 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와 칼슘길항제의 조합이 54%로 가장 높은 빈도를 나타낸다고 밝혔다. 3제요법의 적용도 17.7%로 상당수 고혈압 환자들이 2제요법으로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경우 3제전략으로 스위칭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 교수는 “3제병용요법의 필요성을 감안했을 때 단일 정제로 강력한 강압효과를 거둘 수 있는 복합제 전략의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약제 선택의 중요성

최 교수는 ARB 로사르탄과 칼슘길항제 암로디핀에 세 번째 주자로 티아지드 유사 이뇨제 클로르탈리돈을 더하는 전략을 꼽았다. RAS 억제제와 칼슘길항제 조합은 ACCOMPLISH, ASCOT-BPLA, ALOS-401 연구 등에서 이미 심혈관 임상혜택을 검증받은 바 있다. 한편 티아지드 유사 이뇨제 클로르탈리돈은 국내외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1차치료 선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명시되며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약제다.

SPRINT 연구에서 3제요법으로 사용됐던 클로르탈리돈은 하이드로클로로티아지드(HCTZ)보다 강력하고 장기간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클로르탈리돈은 HCTZ 대비 반감기가 길고(50~60시간 대 9~10시간), 심혈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탄산탈수효소 억제효과와 항혈소판 응집효과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HCTZ와 달리 클로르탈리돈의 강압효과가 주로 혈관확장에 의해 나타난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클로르탈리돈의 긴 반감기와 심혈관사건 혜택을 기반으로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우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이뇨제로 꼽았다. 영국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도 클로르탈리돈을 우선 적용할 수 있는 이뇨제로 제시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도 “클로르탈리돈, 인다파미드와 같은 티아지드 유사 이뇨제가 HCTZ에 비해 강압효과가 더 우수하다”며 “항고혈압제 1차선택으로 티아지드 이뇨제를 사용할 수 있고, 그 중 클로르탈리돈 또는 인다파미드가 선호된다”고 권고한 바 있다.

3제 복합제의 강압효과

특히 ARB 로사르탄과 칼슘길항제 암로디핀에 클로르탈리돈을 단일 정제로 혼합한 복합제(아모잘탄플러스)의 경우, 3상 임상연구에서 2제 대비 유의하게 우수한 강압효과를 검증받았다. 이 연구에서 아모잘탄플러스는 2제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서 8주 후 평균 16mmHg 정도의 강력한 강압효과를 나타냈다. 2제요법 대비 수축기혈압 9.5mmHg를 더 강압시킨 것이다. 또한 내약성 측면에서 볼 때, CCB/ARB 2제요법과 비교해 전체적인 약물 이상반응에서도 유사한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 이상지질혈증

한편 한림의대 최성훈 교수(한림대강남성심병원 순환기내과)는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동반환자에서 최적의 심혈관 위험관리’에 대해 강연, 동반율이 높은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략적 약물치료 선택에 대해 설명했다.

고혈압 환자의 60% 가까이가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그 만큼 심혈관질환 위험도 함께 상승한다는 것도 중론이다. 최 교수는 고혈압 환자에서 LDL 콜레스테롤 조절을 위한 스타틴 치료가 요구되는데, 이 경우 환자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시점에서 순응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관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지질 조절률이 고혈압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고혈압 환자에서 이상지질혈증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종합관리의 임상혜택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HOPE-3 연구를 꼽았다. 이 연구에서는 고혈압 치료를 위한 2제요법에 스타틴 치료를 더한 결과, 뇌졸중 상대위험도를 44%까지 유의하게 줄일 수 있었다. 혈압과 지질을 동시에 조절했을 경우의 심혈관 임상혜택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복합제를 통한 순응도 향상

문제는 복약순응도다. 스타틴 복용환자의 순응도는 시간에 따라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항고혈압제와 지질강하제 병용전략의 순응도 또한 시간이 갈수록 감소하는 경향이고, 복용약물의 개수가 순응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때문에 심혈관 위험인자들이 동시발현되는 고위험군 환자에서 순응도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인 복용약물 개수를 줄여주는 전략이 임상현장으로부터 눈도장을 받고 있다.

최 교수는 이 전략적 선택과 관련해 ARB 로사르탄과 칼슘길항제 암로디핀에 로수바스타틴을 하나의 정제로 혼합한 3제 복합제(아모잘탄큐)에 주목했다. 아모잘탄큐는 임상연구를 통해 위험인자 조절혜택을 검증받았다. 고혈압과 고콜레스테롤혈증 동반환자를 대상으로 치료관찰한 결과, 8주 후 평균 LDL 콜레스테롤 변화폭은 암로디핀+로사르탄+로수바스타틴 투여군에서 기저치 대비 48.1%의 감소 효과를 보여주며, 복합제에서도 스타틴의 LDL 콜레스테롤 조절효과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음을 확인다.

투여 8주 후 평균 좌위이완기혈압의 변화는 로사르탄 + 로수바스타틴군은 -1.73mmHg, 암로디핀 + 로사르탄 + 로수바스타틴군 -9.91mmHg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암로디핀 + 로사르탄군은 -8.6mmHg로 나타났다. 평균 좌위수축기혈압의 변화는 암로디핀 + 로사르탄 + 로수바스타틴군 -16.80mmHg, 암로디핀 + 로사르탄군 -13.32mmHg로 나타나 3제 복합제 투여군에서 좀 더 높은 혈압조절의 경향을 보였다.

최성훈 교수는 이 같은 일련의 조사들과 연구결과를 종합할 때, “복합제 요법의 경우 각각의 약물투여와 비교해 순응도를 개선할 수 있는 동시에 혈압과 지질조절 모두 우수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장기적인 치료의 측면에서 약물 개수를 줄여 환자와 의사의 부담을 완화해줄 수 있는 복합제 요법에 기대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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