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고혈압은 노인에서 가장 흔한 만성질환 중 하나이며 심뇌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인자이다. 하지만 초고령, 노쇠 환자를 포함한 모든 노인 고혈압 환자에서 항고혈압 약제를 사용하여 혈압을 낮추면 합병증의 발생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어 예후를 개선시킬 수 있다. 노인 고혈압 환자의 치료율은 높지만, 고혈압 치료 조절률이 낮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인 혈압조절과 동반된 위험인자의 관리를 통해 심뇌혈관 합병증 발생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본 원고에서는 최근 발표된 연구와 개정된 고혈압 진료지침을 바탕으로 노인 고혈압의 치료에 대하여 고찰해 보도록 하겠다.

SPRINT 연구

SPRINT 연구는 미국 National Heart, Lung, and Blood Institute(NHLBI)가 주도적으로 수행한 연구다. 즉 당뇨병 및 뇌졸중 병력을 가진 환자를 제외한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에서 수축기혈압을 120mmHg 미만으로 조절했을 때와 140mmHg 미만으로 조절했을 때 임상적 이득의 차이가 관찰되는가 하는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고자 했다. 이 연구는 조기에 종료됐다. 즉, 5년동안 추적관찰하기로 했던 처음 계획과는 달리, 3.3년만에 강력한 혈압조절군에서 일차종결점 및 사망률이 유의하게 감소돼 연구가 중단됐다.

특히 심부전의 발생이 38% 감소했고,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43% 감소, 그리고 전체사망률이 25% 감소함으로써 보다 강력한 혈압조절이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의 예후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 연구에는 75세 이상의 노인들이 28% 정도 등록됐고, 연령에 따른 하위분석에서 보다 고령의 환자에서 보다 강력한 혈압조절이 효과적이었고, 건강한 노인뿐 아니라 노쇠한 75세 이상의 노인환자에서도 적극적인 강압이 보다 효과적이었다(그림 1).

지만 SPRINT 연구에서 혈압측정 방법이 진료실에서 흔히 측정하는 방법과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120mmHg 미만이라는 수치는 실제 임상에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SPRINT 연구에서는 이뇨제가 적극적으로 사용됐기 때문에 심부전 예후가 개선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쇠한 노인환자를 포함한 대규모의 고혈압 임상시험에서 적극적인 강압치료가 환자의 사망률을 감소시키고, 심혈관질환 예후를 개선시켰다는 사실은 고령의 환자에서도 보다 강력한 강압치료를 해야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JNC8에서 수축기혈압 150mmHg 미만이라고 하는 목표혈압 수치보다는 낮은 목표값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을 잘 보여준 연구라고 생각된다.

새로운 고혈압 진료지침 고찰

2017년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ACC·AHA) 고혈압 진료지침에서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환자는 수축기혈압을 130mmHg 미만으로 조절할 것을 추천했다(Class of recommendation I, Level of evidence A). 비록 동반질환이 많거나 기대여명이 길지 않은 경우에는 환자의 선호도를 고려해 강압 정도 및 혈압약제를 선택할 수 있다고 했지만, 연령의 상한선 없이 노인환자에서 수축기혈압을 130mmHg 미만으로 낮추라는 것은 이전 그 어떠한 진료지침에서도 없었던 가장 강력한 권고안이다.

노인환자의 대다수가 심뇌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에 해당된다. 미국의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88%가 10년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위험도가 10% 이상이거나 심뇌혈관질환을 동반하고 있고, 75세 이상 노인의 경우 100%에서 ASCVD 위험도 10% 이상 또는 심뇌혈관질환을 동반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고위험군에서 보다 강력한 강압을 강조한 이번 진료지침에서 모든 노인환자의 목표혈압을 수축기혈압 130mmHg 미만으로 제시한 것은 논리적으로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SPRINT 연구의 75세 이상 하위분석에서 노쇠한 노인을 포함한 모든 노인환자에서 보다 강력한 강압이 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남으로써 노인환자에서 다른 목표혈압을 제시할 이유가 없게 됐다. 또한 기립성 저혈압, 낙상, 보행속도 저하, 노쇠, 전해질불균형 등 보다 강력한 강압으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부작용 발생위험도 강력한 강압군에서 유의하게 증가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노인이라고 하더라도 강력한 강압이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SPRINT 연구에 근거해 노인환자의 목표혈압을 제시한 것은 타당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일본에서 수행된 JATOS 연구에서는 강력한 강압군에서 유의한 이득이 관찰되지 않았고, 오히려 75세 이상에서는 뇌혈관질환이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또한 노인에서는 백의효과가 보다 흔히 관찰되고, 기립성 저혈압, 식후 저혈압 등이 보다 흔하기 때문에 수축기혈압 130mmHg 미만의 강력한 강압이 임상시험 셋팅이 아닌 진료환경에서 안전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SPRINT 연구에서는 보행속도 및 노쇠지표로 평가한 노쇠 노인이 30% 정도 등록된 것으로 보고됐는데, 보통 지역사회 거주 노인 중 10~15%의 노쇠 유병률을 보인다는 기존 연구결과를 고려했을 때 SPRINT 연구에서 평가한 노쇠평가의 적절성 및 이 결과를 바탕으로 노쇠 정도와 무관하게 수축기혈압 130mmHg 미만의 강력한 강압을 일률적으로 제시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한편 2018년 발표된 유럽고혈압학회·심장학회와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에서는 65세 이상의 경우 수축기혈압 140mmHg 이상이면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목표혈압은 140mmHg 미만(유럽의 경우 130~139mmHg)을 유지하는 것으로 했는데, 이전에 비해 목표혈압 수치가 낮아진 것은 최근의 임상시험 결과 및 노인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고려한 변화다. 하지만 노인환자의 경우 같은 연령이라도 환자의 건강수준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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